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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고 127㎞의 기적' 고교판 느림의 미학…스카우트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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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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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목동, 김민경 기자] "볼넷을 하나도 안 내주니까. (대전고 타자들이) 완전히 말렸네."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이 깜짝 놀랐다. 청담고 2학년 에이스 강병현(17)이 완투승으로 창단 첫 4강행을 이끌어서다. 강병현은 26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대전고와 8강전에서 9이닝 95구 5피안타 2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 베어스 좌완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승 투수 유희관(36, 현 은퇴)을 떠올리게 했다. 유희관은 직구 최고 구속 130㎞에 불과했지만, 스트라이크존을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빼어난 제구력을 자랑했다. '느림의 미학'이란 별명을 얻은 이유다. 유희관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101승을 거두며 멋지게 유니폼을 벗었다.

사이드암인 강병현은 이날 직구 최고 구속 127㎞를 기록했다. 아직 고교 2학년 선수이긴 하지만, 냉정하게 프로 구단 지명을 바라볼 수 있는 구속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구속을 뛰어넘는 제구력이 있다. 그는 청담고에 입학한 이래 29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을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사구만 4개를 내줬을 뿐이다.

스카우트들은 이날 강병현의 투구를 지켜보며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없다. 구속은 느려도 볼넷을 전혀 주지 않으니까 (대전고 타자들이) 완전히 말렸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고는 이번 대회에서 북일고, 덕수고(탈락) 등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이다. 선발투수의 무게감도 대전고 3학년 송성훈(18)이 앞섰다. 그런 대전고를 강병현이 완벽히 제압했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등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청담고는 강병현 뒤에 나올 투수가 없었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았고, 우승 전력으로 꼽혔던 팀도 아니다. 청담고 코치진이 3회부터 강병현에게 "공 105개(무조건 교체해야 하는 최다 투구 수) 던질 것이다. 너로 끝까지 갈 테니까 버텨야 한다"고 당부했을 정도였다.

8회까지 83구를 던진 강병현은 2-1로 앞선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이지원을 중전 안타로 내보냈지만, 다음 타자 박성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1사 1루에서는 김해찬을 사구로 내보내며 흔들릴 수 있었지만, 곽성준을 우익수 뜬공, 이도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청담고 선수들은 마치 대회 우승이라도 차지한 것처럼 모두 다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강병현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강병현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완투승은 야구하면서 처음 경험해 본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3회부터 코치님께서 105개를 던지게 할 거라고 하셔서 가능한 빨리빨리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집중했다. 9회에 갑자기 긴장되고, 볼이 갑자기 뒤에서 빠져서 제구가 잘 안 잡혀서 위기였는데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속을 보완해야 한다는 숙제를 늘 마음에 품고 있다. 강병현은 "지금은 직구 구속이 120㎞ 후반대라서 구속과 힘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롤모델은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고영표(31, kt 위즈)다. 강병현은 "공의 움직임을 정말 닮고 싶은 투수다. 내 공은 너무 움직임이 없다. 고영표 선수 공의 움직임을 따라 할 수 있으면 100%까지 따라 하고 싶다"며 언젠가는 고영표처럼 성장해 있을 자신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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