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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LIV 골프 논란의 본질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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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의 간판 스타들인 필 미켈슨(오른쪽)과 더스틴 존슨.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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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은 엘리트주의자다. 젊은 시절부터 “PGA 투어는 30명이 출전하는 소수 정예 대회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된다면 30등 밖 선수들은 직업을 잃게 된다.

언론인 알란 쉽넉이 쓴 책 『필 미켈슨』은 그에 대한 평범한 선수들의 얘기를 전했다. “타이거도 재수 없지만, 최소한 우리 이름은 알았다. 필은 우리에 관해 관심이 아예 없고 이름도 모른다.”

그렉 노먼도 세계 랭킹 1위였던 30년 전부터 소수 엘리트 선수의 월드투어를 주창했다. 1994년 실행 직전까지 갔는데, PGA 투어의 방해와 일부 선수들의 불참으로 좌절됐다.

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 요즘 시끄러운 LIV 골프다. LIV의 커미셔너인 노먼은 “30년 지켜온 소신이 실현되고 있다”고 했고 미켈슨은 “내가 LIV 골프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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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노먼.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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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가 인권 유린국 사우디가 지원하는 투어라서 반대한다는 이가 많다. 그러나 PGA 투어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으로 전세계의 비난을 받는 중국에서 대회를 할 땐 문제 제기는 거의 없었다.

논란의 본질은 엘리트 선수들이 일반 선수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려는 시도와 이에 따른 갈등이라고 본다.

미켈슨과 노먼은 PGA 투어가 엘리트 선수에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사회주의적인 조직이라 생각한다. 엘리트 선수들이 일반 선수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여긴다.

돌이켜보면 LIV와 대립하는 PGA 투어 자체도 엘리트주의에 의해 생겼다. 1968년까지 투어 선수들은 레슨프로 중심의 PGA(of America)의 한 지회였다.

프로 골프 인기가 높아지면서 방송 중계권료 규모가 커졌는데 그 돈을 레슨프로 중심의 PGA에서 관리했다. 그들은 골프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 풀뿌리 무대에서 일하는 레슨 프로를 지원해야한다고 여겼다.

반면 투어 프로들은 “왜 우리가 번 돈을 나눠야 하느냐”며 반발했고, 68년 말 독립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PGA 투어는 투어 선수들에 의한, 선수들을 위한, 선수들의 모임이다. 그러나 선수들 간에도 이해관계는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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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명의 선수들만 참가하는 LIV 개막전인 열린 런던 인근 센츄리온 클럽.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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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선수들은 적은 수의 스타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선호한다. 컷이 없어 상금이 보장된다. 출전 선수가 적어 날씨가 나빠도 경기 진행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실력이 부족한 무명 선수가 컨디션이 좋아 (운으로) 우승하는 (불합리한) 일도 원천봉쇄 된다. 시청자들은 유명 스타들이 우승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스폰서도 좋아한다.

그러나 중하위권 선수는 자신이 참가할 수 없는 엘리트 대회를 반기지 않는다. 그런 대회를 만들지 못하게 막는다.

미켈슨은 지난 2018년 타이거 우즈와 벌인 이벤트 대회 ‘더 매치’에서 PGA 투어가 인증을 명목으로 100만 달러를 가져간 것에 격분했다.

인증료를 뗀 건 당연하다. 타이거 우즈가 타이거 투어를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개별 선수가 독자적으로 방송하면 PGA 투어 중계권은 의미가 없다. 투어는 붕괴한다.

PGA 투어가 받은 인증료는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미켈슨은 무능한 선수 복지를 위해 떼는 부당한 세금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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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RBC 캐나디언오픈에서 우승경쟁을 한 후 우정을 나누는 로리 매킬로이와 저스틴 토머스. 두 선수는 인권과 의리를 중시해 PGA 투어를 지지한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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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토머스 등은 엘리트인데도 PGA 투어를 지지한다. 노먼 등이 봤을 때 그들은 마음이 약해 정당한 권리를 찾지 못하거나, PGA 투어 관료에 세뇌된 우매한 선수다.

노먼과 미켈슨은 사우디가 2~3년만 지원을 지속한다면 결국 대부분의 엘리트 선수들이 합류할 것으로 본다. 현재 전성기를 지났거나 무명 선수들을 다수 쓰고 있지만, 그들은 엘리트 선수들로 대체될 것이다.

PGA 투어도 이를 인식해 스타선수들에게 줄 당근을 만들었다. 미디어 노출을 계산해 스타선수들에게 보너스를 수십억원씩 준다. 그러나 엄청난 상금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타 선수들은 중요하다. 타이거 우즈는 골프의 인기를 몇 배로 끌어 올렸다. 그 대가를 적절하게 받았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우즈는 PGA 투어에서 상금을 가장 많이 가져갔으나, 그가 창출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여러 선수가 나눴다.

우즈가 더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질 만큼 가졌으니 나눠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LIV는 엘리트에게 몰아주겠다는 투어다.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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