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 1년 6개월 만에 호출한 이강인은 끝내 기용 안해
볼다툼 벌이는 정우영 |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고집쟁이'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사실상의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작지만 큰 변화'를 주며 태극전사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벤투호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 평가전에서 전반 35분에 터진 손흥민(토트넘)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벤투호가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해외파를 불러 소화할 수 있는 마지막 A매치였다.
11월 카타르로 출국하기 전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를 수 있으나, 이때는 국내파만으로 경기를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손준호(산둥 타이산)를 '더블 볼란테'로 세우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1명만 세우는 '원 볼란테' 전술을 애용하면서, 그 자리에 '큰' 정우영(알사드)을 세웠다.
철벽 수비 |
정우영은 수비라인 앞에서 상대 공격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홀딩' 능력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다. 그러나 전진 패스의 정확도 등 다른 부분에서는 다소 박한 평가를 받았다.
손준호는 정우영보다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원래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였던 손준호는 2020시즌 전북 현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팀의 K리그1 우승에 앞장서고 시즌 최우수선수(MVP) 상을 거머쥐었다.
과거 '명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김상식 전북 감독의 조련을 받고 '완성형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손준호는 중국 무대로 건너간 뒤 슈퍼리그의 특급 미드필더로 활약해왔다.
정우영 대신 손준호를 택한 벤투 감독의 선택은 이날만큼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했다.
패스가 좋은 손준호 덕에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도맡던 황인범은 부담을 덜었다.
공중볼 다투는 정우영 |
공격시 손준호가 김민재(올림피아코스), 권경원(감바 오사카) 사이로 빠져 스리백을 형성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좌우 풀백 김진수와 김문환(이상 전북)의 공격 가담을 수월하게 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 전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비시 포백으로의 전환을 얼마나 신속하게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측면 수비가 언제든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칠레와 평가전 때 썼던 '작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선발 카드도 주목할 만한 선택이었다.
손흥민이 원톱에 서고 정우영이 그 뒤에 배치되면서 벤투호의 '붙박이 원톱'이던 황의조(올림피아코스)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정우영은 전성기 박지성(현 전북 어드바이저)에 버금가는 수준의 활동량을 자랑하는 선수다.
이날 정우영은 최전방의 손흥민과 3선 사이에서 종횡무진 뛰며 상대 미드필더들을 괴롭혔다.
볼 운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수비진보다 더 수비를 열심히 했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정우영의 유니폼은 마치 연장전까지 120분을 소화한 것처럼 흙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벤투 감독, 월드컵 본선에 대한 고민 |
카메룬은 한국이 '1승 제물'로 지목하는 가나를 겨냥한 스파링 파트너였다.
이날 벤투의 선택이 사실상의 '플랜A'일 가능성이 있다.
그간 벤투 체제에서 입지가 확실한 선수를 꼽을 때 나란히 첫손에 꼽히던 황의조와 '큰' 정우영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큰' 정우영은 이날 후반 27분 손준호 대신 교체 투입됐고, 황의조는 같은 시점에 '작은' 정우영 대신 투입됐으나 10분 뒤 불의의 부상으로 다시 교체됐다.
한편, 벤투 감독이 스페인 라리가에서 맹활약하던 이강인(마요르카)을 1년 6개월만에 대표팀에 다시 부르고도 코스타리카전과 이번 카메룬전, 2경기에서 전혀 활용하지 않은 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은 "선수 기용과 전술 선택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절박한 순간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이강인이 전혀 기회를 받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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