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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루과이 발목잡고 복수…가나팬도 "코리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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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시간 8분, 우루과이 추가 득점 막은 가나

패했지만 발목 잡으며 남아공 월드컵 복수

현지 경기장 가나팬들, 우루과이 보며 "코리아 코리아"

아시아경제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대표팀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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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한국 국가대표팀에겐 숨겨진 조력자가 있었다. 조별리그 H조에 속해 한국과 명승부를 벌였던 가나 대표팀이다.

한국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2대1로 격파하고도 마음을 졸여야 했다.

같은 시간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진행 중이던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후반 추가시간 8분이 주어진 가운데 우루과이가 가나에 2대0으로 앞서고 있었다. 만약 우루과이의 추가골이 나온다면 한국은 골득실에서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가나는 조별리그 통과에 딱 1골이 더 필요했던 우루과이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가나 골키퍼 로런스 아티지기는 마치 경기를 이기고 있는 팀처럼 골킥 상황에서 시간을 끌었고,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은 종료 1분을 남겨두고 선수를 교체하기도 했다. 결국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끝났고, 모든 경우의 수를 완성한 한국은 극적으로 16강전에 오르게 됐다.

이처럼 가나가 막판까지 우루과이의 발목을 잡은 배경으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부터 시작된 악연이 꼽힌다. 당시 월드컵 8강전에서 맞붙은 두 나라는 연장전까지 1대1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그러다 연장 종료 직전 절호의 기회를 잡은 가나의 도미니카 아디이아가 회심의 슛을 날렸지만, 이를 막아낸 건 다름아닌 우루과이 선수 루이스 수아레스의 손이었다.

마치 골키퍼처럼 손을 사용한 수아레스는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고, 가나는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아사모아 기안이 실축했다. 퇴장과 골을 맞바꾼 수아레스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팀에 도움이 된 셈이다. 결국 우루과이는 승부차기에서 가나를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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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선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3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H조 조별리그 3차전 가나와의 경기를 마친 뒤 16강 진출에 실패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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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이 사건으로 가나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편성된 뒤 복수를 다짐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국가대표 출신인 가나 미드필더 이브라힘 아유는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아프리카 최초로 4강에 진출한 걸 확신했다고 생각했었다"면서 "가나 전체, 아프리카 전체가 수아레스를 미워한다"고 말했다.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까지도 "우리는 우루과이에 대한 복수를 12년 동안 기다려왔다"며 "이번에는 수아레스의 '손'이 가나를 방해하지 못할 거로 확신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국 가나는 H조 4위로 이번 월드컵을 마치게 됐지만, 12년 만에 우루과이에 복수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는 모양새다. 알자눕 스타디움을 찾은 가나 팬은 자국팀이 경기에서 졌는데도 바로 뒷자리의 우루과이 팬을 바라보며 "코리아, 코리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이번 대회가 수아레스에게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가나 국민들은 수아레스의 마지막이 불행으로 끝난 것을 기뻐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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