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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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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ACL은 함께 이룬 것...새해엔 '모랑스 축구'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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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하위팀' 인천의 돌풍을 이끈 조성환 감독.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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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선수, 코치진·스태프, 구단 그리고 우리 팬이 힘을 모아 만든 결과예요."

프로축구 K리그1(1부) '만년 하위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구단 역사를 새로 썼다. 2022시즌 4위에 올랐다. 인천이 파이널A(1~6위)에 오른 9년 만의 일이다. 2023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인천이 ACL 무대를 두드리는 건 구단 창단 이래 처음이다. 인천은 승강제가 도입된 2013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매 시즌 1부 리그 잔류를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이 기간 사령탑만 9번(대행 포함) 바뀌었다. 매번 막판에 극적으로 강등을 면해 '생존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인천이 바뀐 건 조성환 감독이 부임하면서다. 2020년 8월 14경기째 승리가 없었던 인천의 소방수로 나선 조 감독은 이후 13경기에서 7승(1무5패)을 올리며 팀을 극적으로 1부에 잔류시켰다. 지난 시즌엔 8위에 올리더니, 부임 3년 차인 올해 팀 체질을 완전히 개선했다. 팬들은 그를 '조버지(조성환+아버지)'라고 부른다.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조 감독을 최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만났다. 그는 "올 시즌 리그에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처럼, 내년엔 아시아 무대를 휘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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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감독은 "올 시즌 인천의 도약은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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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시즌이었다.

"구단 역사에 남을 큰 성과를 냈다. 나 혼자선 절대 해낼 수 없었다. 우리 팀 안팎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이뤄낸 일이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즌을 만들어드린 것 같아 성취감을 느낀다. 뿌듯하고 감사하다."

개막 전까진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일부 전문가들과 팬들의 평가는 큰 자극이 됐다. 물론 객관적인 평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시즌에 임했다. 우리는 다 함께 외부의 예상을 뒤엎었다. 플랜A, B가 무너졌을 땐 코치들이 끊임없이 일차적인 리포트를 올렸고, 그것을 바탕으로 모여서 고민했다. 결국 내가 최종 판단과 결정 후 실행에 옮겼지만, '함께 이뤄낸 이변'이라는 말이 맞다."

스스로에겐 몇 점을 주겠나.

"60~70점이다. 한 시즌 돌아보면 항상 아쉬운 부분이 있다. 경기 내용이든 결과든 100% 만족이란 없다. 수치를 예로 들자면 올 시즌 목표는 '38실점 이하-60득점 이상'이었다. 수비 측면에선 목표를 달성했으나, 공격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채우지 못한 부분은 다음 시즌 메워야 할 숙제다.

선수들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120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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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을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게 조성환 감독의 팀 운영 방식이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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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조 감독은 위기 대처 능력이 돋보였다. 전반기 리그 득점 1위를 달리던 스트라이커 무고사가 일본 J리그 비셀 고베로 이적했다. 후반기를 앞두고 무고사 대체자로 데려온 에르난데스 마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연이은 악재와 변수 속에서도 조 감독은 탄탄한 스리백 수비진을 앞세워 상위권을 지켜냈다.

잇단 핵심 공격수 이탈로 ACL 진출을 목표로 삼은 건 '무모한 도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상위권 경쟁은 예측 불허다. 정규리그라는 장기 레이스는 워낙 변수가 많아서 어떤 팀도 순위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목표를 낮게 잡을 순 없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결과도 나쁘지 않더라. 물론 목표와 현실의 차이가 클 경우 비난도 클 거란 생각은 했다. 그게 두려워 꿈을 포기하긴 싫었다."

대외적으로 목표는 높게 잡았지만, 속마음은 어땠나.

"올 시즌만큼은 팬들이 강등 걱정 없이 편하게 경기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만큼은 이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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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목표인 조성환 감독.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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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인천의 경기에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말이 떠올랐다.

"유독 극적 버저 버터 골이 많았다. 올 시즌 전후반 막판에 터진 버저비터가 총 10개더라.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의 정신력이 만들어낸 골이다. 연패를 거의 하지 않은 것도 우리의 경쟁력이었다."

8시즌 연속으로 K리그1 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요즘 보기 드문 '장수 사령탑'이다.

"예전엔 일희일비했다. 그때보단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2023년 목표는.

"우선 팬들이 즐거워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평균 홈 관중 1만 명이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팬들의 눈이 높아진 만큼 성적도 신경 쓰겠다. 다행히 챔피언스리그가 추춘제로 바뀌어서 여유가 있다. 플레이오프 통과 후 조별리그에 집중해 16강에 오르는 것이 1차 목표다. 정규리그도 놓치지 않겠다. 내부적으로 '즐거운 도전'을 슬로건으로 삼을 예정이다. 구단주·대표, 감독, 선수단이 힘 합쳤더니, 전북 현대를 이겼고. 울산 현대가 버거워하는 팀이 됐다. 새 시즌엔 1부 12개 팀 중에서 공수전환이 가장 빠른 팀이 되고 싶다. '모랑스(모로코+프랑스)'식 축구. 모로코처럼 빠르게 전진하고, 프랑스처럼 골문 앞에서 치명적인 축구에 도전하겠다. (웃음)"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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