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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떠나는 박항서에게 쏟아진 베트남인들의 ‘땡큐’ 기립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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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미쓰비시컵 준우승으로 베트남과 5년 동행 마감

베트남인들에게 영원히 남은 업적 선사

아시아투데이

베트남 축구 팬들이 경기장에서 박항서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베트남축구협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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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재호 기자 = 베트남 언론과 팬들이 박항서(64) 감독을 부르는 호칭 중 하나는 '스승님'이다. 지난 5년간 베트남 축구의 스승으로 통하며 기적을 써내려왔던 동행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박 감독은 마지막 무대였던 '동남아시아(동남아) 월드컵'에서 2018년 이후 두 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준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베트남인들은 떠나는 박항서 감독에게 기립박수와 '땡큐'(감사하다)를 연발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베트남은 16일 밤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태국과 결승 원정 2차전에서 0-1로 석패했다. 안방에서 벌였던 1차전을 2-2로 비겼던 베트남은 이로써 1·2차전 합계 1무 1패(합계 스코어 2-3)로 우승컵을 태국에 내줬다.

이 대회를 끝으로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과 함께 했던 5년여 여정도 마무리됐다. 박 감독은 지난 10월 "지금이 베트남을 떠날 가장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미쓰비시컵을 마치고 사령탑에서 내려오겠다는 뜻을 베트남축구협회에 전달했다.

베트남은 절박한 입장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 대회 6회 우승에 빛나는 태국은 만만치 않았다. 원정이라는 부담까지 더해져 뜻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태국은 대회 2연패와 함께 역대 최다 7회 우승으로 동남아 축구 최강국임을 재확인했다.

결승 2차전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박항서 감독은 옆에 있던 코치와 선수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건넸다. 태국 원정이었는데도 국경을 건너온 베트남 팬들이 박 감독의 사진을 들고 기립 박수를 쏟아냈다.

국내에서는 지도자로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박 감독은 2017년 9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뒤늦은 성공 시대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평소 자상하지만 긴장이 풀린 선수들에게는 불같이 화를 내는 리더십으로 팀을 탈바꿈시켰다.

그가 베트남에 남긴 성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베트남은 박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직후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자국 역대 최고 성적인 4강에 진출했고 같은 해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이후에도 베트남은 박 감독의 조련 아래 아시안컵 8강,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등 굵직굵직한 업적을 이뤄냈다.

그야말로 '박항서 매직' 앞에 베트남인들은 열광했다. 주요 도시 광고판에 박항서 감독의 얼굴이 뒤덮였고 길거리에서는 '박항세오'가 울려 퍼졌다. 홈 고별전이었던 지난 결승 1차전에서는 관중석에 베트남어로 '감사합니다, 박항서'라고 쓰인 현수막이 펄럭였다.

박 감독은 "마지막 경기 후 여전히 실망과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선수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슬픔을 위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다. 베트남 축구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이제 베트남 감독은 아니지만 베트남을 열렬히 응원하는 팬이 될 것"이라며 "서로 좋은 추억을 영원히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작별을 고했다.

추후 계획도 공개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유소년 관련된 제안이 오고 있어 고민 중"이라며 "한국에서 감독할 생각은 없다. 국내 지도자가 맡아도 우리 국가대표팀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왜 국내 지도자가 감독직을 맡으면 협회에서 금전적인 것보다도 외국 감독이 오는 것만큼 지원해주지 않는 점은 의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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