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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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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현재와 미래’ 서재덕-임성진, 팀의 첫 챔프전 진출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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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서재덕(34)은 V-리그 내에서도 포지션 범용성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왼손잡이의 특성을 살려 대학교까지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서재덕은 프로 입단 이후 리시브를 장착했다. 배구 기술 중 가장 익히기 힘들다는 리시브를 뒤늦게 익혔음에도 타고난 재능과 배구 센스를 앞세워 마스터해냈다. 그 덕에 외국인 선수가 아포짓일 경우엔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고, 외국인 선수가 아웃사이드 히터일 경우엔 리시빙 아포짓으로 뛸 수 있다. 감독들로선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서재덕의 존재 덕분에 다양한 용병술과 전술 활용이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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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2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자마자 팀의 주축으로 올라선 서재덕은 2년 뒤 전체 1순위로 한솥밥을 먹게 된 전광인과 V-리그 최강의 듀오로 이름을 떨쳤다. 성균관대 2년 선후배 사이로 대학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두 선수가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공기업팀으로서 뒤늦게 프로로 전환한 한국전력은 제1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서재덕-전광인 시대에 한국전력의 한계는 플레이오프(PO) 무대까지였다. 2014~2015시즌엔 OK저축은행에 PO에서 2전 2패로 패해 탈락했고, 2016~2017시즌에도 현대캐피탈에 PO에서 2전 2패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전광인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하면서 한국전력엔 다시 암흑기가 찾아왔다. 서재덕 혼자 분투한 2018~2019시즌엔 최하위에 머물렀고, 시즌을 마치고 서재덕은 군 복무로 팀을 비우게 됐다. 핵심 둘이 모두 떠난 한국전력은 2019~2020시즌에도 순위표 자리는 맨 아래였다.

서재덕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1~2022시즌, 한국전력의 선수층은 달라져 있었다. 국가대표팀에서 아포짓 자리를 양분해왔던 왼손잡이 아포짓 선배인 박철우가 FA로 2020~2021시즌부터 한국전력에 합류해 뛰고 있었고, 국내 최고 미들 블로커인 신영석도 현대캐피탈에서 트레이드되어 있던 것. 팀의 원조 에이스 서재덕까지 합류하면서 한국전력은 4위로 준PO 티켓을 거머쥐며 2016~2017시즌 이후 5시즌 만에 봄배구 초대장을 받아들었다. 우리카드와의 준PO에서 승리를 거둔 한국전력은 비록 KB손해보험에 PO에서 패하긴 했지만,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2022~2023시즌에도 한국전력은 시즌 초중반 9연패에 빠지는 부진 속에서도 서재덕과 신영석, 타이스가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3년차 시즌을 맞이한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이 드디어 잠재력을 만개시키며 주전 한자리를 차지하면서 2년 연속 4위로 봄 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2년 연속 우리카드와 맞붙게 된 준PO. 리턴 매치로 관심을 끈 이번 준PO의 승자도 역시 한국전력이었다. 좌우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준 서재덕(13득점)과 임성진(11득점)의 활약 속에 한국전력은 우리카드를 3-1로 꺾고 2년 연속 PO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전 단기전에선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던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경기 후 미친 선수로 서재덕을 꼽았다. 서재덕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경기장 들어오니까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부딪혀보자고 했던 것이 잘된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서재덕은 함께 수훈선수로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후배 임성진을 치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임)성진이가 정말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경기 막판엔 내가 기댔다”고 칭찬했다. 승부를 가른 4세트에서 쉽지 않은 이단 연결을 잇따라 상대 코트에 꽂은 임성진은 “솔직히 노리고 했다기 보다는 그냥 되는 대로 때렸는데 운이 좋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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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10년 선후배 사이인 서재덕과 임성진은 2년 연속 PO 무대를 밟는다. 이번 상대는 현대캐피탈이다. 어느덧 10년이 넘은 프로 생활 동안 챔프전 경험이 없는 서재덕으로선 너무나 간절한 PO가 될 전망이다. 서재덕은 “천안에 가서 현대캐피탈과 배구하면 항상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다. 이긴다는 목표를 갖고 천안에 가겠다”라며 “챔피언결정전에는 갈 수 있을 것 같다가 아니라 꼭 가야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 목표다. 이번이 아니면 더 길어질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 코트를 꼭 밟아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꼭 이겨야하는 플레이오프지만, 서재덕의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다. 6라운드 맞대결 때 자신과의 충돌로 발목 부상을 입은 전광인에 대한 미안함이다. 전광인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울컥한 모습을 보인 서재덕은 “아직도 많이 미안하다. 그런데 (전)광인이가 먼저 전화해서 ‘뭐 이리 쫄보처럼 구냐’면서 풀어주더라”라고 말하며 “광인이랑 상대팀으로 맞붙으면 항상 재밌었다. 회복해서 경기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광인과 파트너를 이뤄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한계였던 서재덕. 과연 10년 후배인 임성진과의 파트너십 결말은 어떨까. 이번 봄 배구를 지켜볼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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