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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타 스캔들’ 장영남 “변화는 영원한 숙제” [스타★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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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없는 ‘일타 스캔들’에서 긴장감을 높였다. 어긋난 모성애가 덧나고 아무는 과정을 그려냈다. ‘일타 스캔들’ 장영남의 연기는 시청자를 설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달 초 종영한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았다. 장영남이 연기한 장서진은 유명 로펌의 변호사, 존경받는 직업인이면서 아이들의 교육에도 열심인 워킹맘이었다. 하지만 정작 남편과의 소통 부재, 두 아들과의 관계는 산산이 조각났다. 입시 실패로 방에 틀어박힌 첫째 아들 희재(김태정), 형을 대신해 엄마의 꿈을 이루려는 둘째 선재(이채민)는 매 순간이 살얼음판이었다.

장영남이 생각한 장서진의 서사는 어땠을까. 종영 후 만난 장영남은 “(장서진이)부잣집에서 자란 여자는 아닌 것 같았다. 정말 악착같이 산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잘난 사람들에게 밟히고, 그들에게 치를 떨며 살아온 인물. 막상 표현하며 싸우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부복한 부분을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보상받으려 하지 않았을까. 거기에 자식도 포함됐으리라 여겼다. 두 아들은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장영남은 “그렇기 때문에 더 치열해야 한다는 전투적인 마인드가 엇나가 표현되지 않았을까. 어렵게 공부했던 여자일 것 같다. 그래서 더 아닌 척, 고상한 척했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성적밖에, 숫자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입시생의 학부모. 급기야 시험지 유출까지 감행하며 아들의 인생에 치명적인 결함을 남겼다. 그럼에도 검정고시로 명문대생이 된 선재, 그리고 희재와의 화해를 암시하는 결말을 맞았다. 엔딩에 관해 입을 뗀 장영남은 “행복해져 하는 건 맞다. 겉으론 이해하는 것처럼 완전하게 끝났지만, 그 이후 보이지 않은 삶의 모습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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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진이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마음을 먹었으면 그렇게 보여야 하는 인물이다. 아들을 이해하려 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끓을까. 그래도 노력은 하겠지. 술도 계속 먹을 것 같다. 하지만 약은 먹을 것 같지 않다. 남편과는 동지처럼, 더는 싸우지 않고 이해하는 지점을 찾아가려 노력할 것 같다”고 장서진을 이해했다.

1995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데뷔해 드라마 ‘달자의 봄’(2007), ‘대물’(2010), ‘장옥정, 사랑에 살다’(2013), ‘역도요정 김복주‘(2017), ‘아무도 모른다’(2020),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 ‘악마판사’(2021), ‘치얼업’(2022), 방영 중인 ‘성스러운 아이돌’까지 다작하는 배우다.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왔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들이 많았다.

양희승 작가와는 ‘역도요정 김복주’로 인연을 맺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로 유제원 감독과도 연이 있었다. 장영남은 “‘도찐개찐’이란 말로 수아 엄마와 툭탁거리는 신이 첫 촬영이었다.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서진의 캐릭터가 완벽하게 보이는 신이었다”고 했다. 입시, 로맨스, 어른들의 성장까지 흥미롭게 느껴졌다. 양희승 작가의 ‘따듯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물론 부담도 있었다. ‘선재 엄마’ 장서진이 가진 어둠과 무게감 때문이었다. 장영남은 “나만 너무 결이 다른 것 아닌가, 맑은 물에 뜬 기름 같아 고민이 됐다”고 했다. 서진의 대사와 감정이 잘 어우러질까 하는 고민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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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침착, 차분함을 키워드로 했어요. 감정이 폭발할 때도 있는데 대체로 많이 눌렀죠. 이전 작품들에는 강한 감정을 직접 표현했다면, 장서진은 애써 누르고 애써 침착하고 아닌 척했죠. 지적 허영심이 많은 캐릭터였어요. 작가님이 써주신 글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고민했죠. 끊임없이 의심하며 조심스럽게 걸어갔어요.”

직업적 특성을 살려 깔끔하고 단정하게 스타일링했다. 전작들을 통해 세고 강한 이미지에 ‘무섭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터라 최대한 덜어내려 했다. 부드럽고 여성스럽게, 화장도 진하지 않고 차분하게 했다. 그에 맞춰 은은한 의상, 편안하고 깨끗해 보이길 바랐다. 장영남은 “예뻐 보인다는 말을 많이 안 들어봤는데, 처음 들었다. 너무 좋더라.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 생각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일타 스캔들’은 주조연진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연기력, 유제원 감독의 연출과 양희승 작가의 필력까지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졌다. 최종화 시청률은 1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두 달여간 안방극장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장영남은 “잘 될 것 같았다. 시청률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청률이 중요해?’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또 ‘잘 나오면 좋지’생각한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다작한 배우지만 이렇게 높은 시청률은 처음이다. “다들 안 믿더라”며 ‘해를 품은 달’을 언급한 그는 “그 작품은 1부에서 죽었다. 정말 (이런 시청률은) 처음이다. 너무 원했던 바다. 2023년 복을 ‘일타 스캔들’로 받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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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통해 익숙해진 장영남의 이미지는 마치 장서진 같았다. 강렬한 눈빛에 다부진 목소리,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 말이다. 반면 실제로 만난 장영남은 솔직하면서도 이내 쑥스럽게 웃었다. “내 모습을 남들에게 들키는 게 창피해 예능도 잘 못 하겠다”고 고백하며 “쭈뼛쭈뼛하고 낯을 가린다. (예능을) 한 번 하고 오면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생각도 든다. 연기를 통해 내가 아닌 사람처럼 보이는 게 속 편하다 생각도 든다”고 했다. 진짜 자신의 모습과 달리 마음껏 표현하며 연기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는 그다.

내년이면 배우 데뷔 30년 차다. 어느새 50대에 접어들었다.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은 몰랐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30대 때는 알았다. 이 일이 너무 좋고 당연히 오래 해야 한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고 돌아봤다.

돌아보면 30대가 장영남의 전성기였다.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청소하고, 소품과 의상을 챙겨도 무대에서 사는 게 좋았다. 행복한 30대를 지나, 40대엔 고민이 많은 배우였다. 그는 “오뚝이 같은 스타일이었는데, 40대엔 한없이 밑으로 떨어지더라. 극복했냐고 물어보면 아직이다. 극복하는 과정을 걸어가고 있다”면서 “예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 자연스럽게 잊히지 않을까. 아직도 성장통을 겪어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더 고민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내가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는 고민은 커져만 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작 배우다. 이미지 소모에 대한 고민도 크지만, 극복을 위한 방향성을 확고하게 정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장영남은 “아직 더 보여드리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왜 벌써 ‘이미지 소모’를 고민해야 되나 싶어 힘들었던 시기도 있다”고 고백했다. 마음을 다잡게 된 작품은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다. 시청자를 납득시키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의상, 머리, 화장부터 모든 것을 스스로 체크했다. 감정 표현하나도 고민을 계속했다. 그는 “직업적인 여성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지만, 장서진은 또 새롭게 봐주시는 것 같다. 내가 했던 고민에 이런 게 포함됐나 싶어서 보람도 있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SBS ‘치얼업’으로 도해이(한지현)의 푼수 같은 엄마로 분했다면, ‘일타 스캔들’에서는 정반대의 얼굴로 캐릭터를 채워갔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끝없이 노력하고 변주한다. “변화를 찾아가는 건 영원한 숙제죠. 그래야 조금이라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있어요. 그 지점이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예요.”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앤드마크 제공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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