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54억원 사나이’ 대니 리 “한국에서 우승하는 날도 꿈꾼다”[단독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LIV 골프 리그 2차 대회에서 한국계 첫 우승

지난해 11월 바꾼 브룸스틱 퍼터로 약점 보완

“케빈 나·김시환·빈센트와 단체전 우승 목표”

“PGA 투어 떠나 아쉽지만…어디서든 최고 성적 낼 것”

6월에는 한국서 열리는 코오롱 한국오픈 출전 계획

이데일리

LIV 골프 리그 2차 대회-투손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퍼터를 들어보이며 기뻐하는 대니 리(사진=AFPBBNew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개인전 2승과 단체전 우승이 올해 목표다. 한국에서도 우승한다면 의미가 매우 클 것이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33)는 지난 20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끝난 리브(LIV) 골프 리그 2차 대회-투손(총상금 2500만 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 번째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거머쥔 트로피였다. 상금만 무려 ‘54억원’. 이날 이후 그는 ‘54억원의 사나이’로 불렸다. 우승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간 대니 리는 다음 달 1일부터 사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LIV 골프 리그 3차 대회-올랜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그는 PGA 투어 11년 활동을 접고 LIV 골프로 이적한 이유, PGA 투어를 떠난 아쉬움, 현재 LIV 골프에 대한 만족감 등을 솔직하게 밝혔다.

대니 리의 LIV 골프 이적은 절친한 케빈 나(미국)를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그가 케빈 나에게 “LIV 골프로 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건 올해 2월 초다. 그렇지만 LIV 골프가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LIV 골프 대회에 한 번이라도 출전하면 PGA 투어 참가 정지를 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니 리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골프 내·외적으로 의지하는 케빈 나에게 “형이 선수로서 내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여러 차례 묻기까지 했다. 2주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LIV 골프로 적을 옮기기로 하고 지난달 25일 LIV 골프 리그-마야코바 대회로 데뷔전을 치렀다.

대니 리를 가장 솔깃하게 한 것은 1년에 대회가 14개뿐이라는 것이었다. 1년 동안 40개 이상의 대회가 치러지는 PGA 투어의 절반도 되지 않는 대회 수다. 대니 리는 최근 2년 동안 갈비뼈 부상, 손목 부상 등으로 3~4개월가량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복귀 후에는 시드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해서 대회에 참가했는데, 그는 이렇게 연속적으로 경기하는 생활에 지쳐 있었다. 대니 리는 “LIV 골프는 한 번 대회에 참가한 뒤 짧게 일주일, 길게는 3주까지도 휴식 기간을 준다. 재정비하는 시간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골프장에서 주로 대회가 열린다는 것도 플러스 요소였다.

대니 리는 골프 티칭 프로 출신인 어머니 서수진 씨의 지도로 골프를 시작했다. 이후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US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18세7개월29일)의 기록을 앞당긴 18세 1개월로 최연소 우승하며 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프로 전향 후 PGA 투어 본무대에서의 우승은 쉽지 않았다. 2015년 PGA 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이후 우승이 나오지 않았고, 통산 준우승만 5차례를 기록한 그는 운이 따르지 않는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식단을 바꾸고 스트레칭과 유산소 등 운동 방법도 바꾸면서 재기를 준비했다. 그렇게 7년 8개월 만에 우승이 나왔다.

이데일리

대니 리가 가슴까지 올라오는 브룸스틱 퍼터로 퍼트하는 대니 리(사진=AFPBBNew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띈 장면은 브룸스틱 퍼터(롱 퍼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대니 리가 연장전에서 7.5m 버디 퍼트를 넣을 때 사용한 퍼터가 가슴 가운데까지 올라오는 브룸스틱 퍼터다. 브룸스틱 퍼터는 손목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없애고 어깨로 공을 치도록 유도해 일관성 있는 스트로크를 만들어주는 게 장점이다. 지난해 11월 PGA 투어 RSM 클래식에서 처음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했다는 그는 “오랫동안 퍼트가 안 돼서 그립 스타일을 여러 차례 바꾸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롱 퍼터를 사용하면 오히려 테크닉을 덜 신경쓰기 때문에 덩달아 경기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대니 리는 PGA 투어와 다른 LIV 골프의 매력으로 ‘팀 경기’를 꼽았다. “TV 중계로는 팀 경기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잘 느끼지 못하는데, 직접 경기를 보면 이를 느낄 수 있다. 나도 이전과는 다르게 팀으로의 압박감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배드 샷’을 하면 나도 모르게 (팀 주장인) 케빈 형의 눈치를 보게 됐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대니 리가 우승 한 방으로 54억원을 벌어들인 것처럼 LIV 골프가 대회마다 2500만 달러의 큰 상금을 내건 이유도 명확하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LIV 골프에서 활동하는 동안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고, 은퇴 후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게 만들어주려는 의도다. 대니 리는 “이곳에서도 매 대회 40위 밑의 성적만 기록한다면 솔직히 PGA 투어에서 버는 상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어디를 가든 제 목표는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더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11년 동안 활동한 PGA 투어를 떠나는 게 쉽지만은 않았고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니 리는 오는 6월 열리는 한국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하는 일정도 세우고 있다고도 밝혔다. LIV 골프 소속으로 아시안투어 세 개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한국오픈도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으로 열리기 때문에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니 리는 “한국 팬들 앞에서 우승을 쟁취한다면 제 커리어에서 또 하나의 빛나는 트로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꼭 출전하고 싶다”고 의미를 더했다.
이데일리

우승 트로피 들고 감격하는 대니 리(사진=AFPBBNew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