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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장정석 단장 뒷돈 요구, 녹취록 공개 안 하는 것은…마지막 배려" 단호한 선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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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지난해 10월1일 KIA 소속이던 박동원의 1000경기 출장 시상식에서 장정석 당시 단장(왼쪽)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OSEN=이상학 기자] 단장이 선수에게 계약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군 감독 출신 단장으로 성공한 야구인 중 한 명인 장정석(50) KIA 단장이 파문의 주인공이라 두 배의 충격을 안겼다.

KIA는 2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품위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장정석 단장을 해임했다. KIA 구단은 ‘지난해 모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지난주 받은 후 사실 관계 등을 파악했다’며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장정석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뒤 최종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장 전 단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구단은 해임으로 관계를 끝냈다.

모 선수는 지난해 KIA에서 뛰었던 포수 박동원(33·LG)이다. 지난해 8월 원정 숙소에서 장 전 단장으로부터 계약 협상 중 뒷돈 요구를 처음 받았다. 이후 장 전 단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관련 얘기가 나올 것을 생각한 박동원이 녹취를 했다. 그 녹취 파일을 증거로 박동원은 이달 초 KIA 구단주실에 이메일로 신고한 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제보했다. 선수협이 KIA 구단에 사실을 알렸고, KIA도 즉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관련 사항을 신고했다.

장 전 단장이 박동원과 협상 과정에서 ‘좋은 계약을 해보자’는 취지로 농담 삼아 말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두 사람은 키움 시절 감독과 선수로 함께한 인연이 있다. 장 전 단장이 감독이 되기 전 1군 매니저, 운영팀장을 할 때부터 박동원과 인연이 10년 이상 오래 됐으니 가까운 사이에서 가볍게 건넨 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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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넥센 시절 장정석 감독과 박동원. /OSEN DB


하지만 박동원은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수협도 같은 판단이다.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은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농담이라고 할 수 없다”며 앞으로 진실 공방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장 총장은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과거 같은 팀에 있을 때 (박동원이) 책잡힌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그런 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러니 더 황당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 전 단장은 이날 오전 열린 KIA의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사직서를 내고 소명했다. 이후 취재진 연락을 받지 않은 채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장 총장은 “만약 그쪽에서 본질을 흐리면서 다른 식으로 몰아간다면…”이라며 “우리가 녹취록을 오픈하지 않은 것은 그 분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증거가 확실하다는 의미로 구체적인 액수까지 요구한 정황이 있으니 진실 게임이라는 표현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부진, 서준원(전 롯데)의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에 이어 또 한 번의 불미스런 사건으로 야구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장 총장은 “내일모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데 죄송한 일이다. 지금 야구계가 여러 가지 일로 힘들지만 있는 그대로 사실을 알려야 했다. 심판을 받고, 매를 맞더라도 이번을 계기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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