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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실상 방송 포기" 다 찍고도 못 보는 드라마들 어쩌나[초점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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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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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최근 재조명된 배우 심은우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편성이 불발된 드라마 '날아올라라 나비'를 비롯해, 문제 요소가 포함된 작품을 애초부터 거부하는 시청자들의 트렌드에 발맞춰 찍어놓고도 틀지 못하는 드라마들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JTBC 드라마 '날아올라라 나비'는 주위에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방문하는 미용실을 소재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지금부터라도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청춘시대2'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박연선 작가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초 촬영을 마치고 지난 2021년 방송 예정이었으나, 비중있게 출연한 배우 심은우의 논란이 커지면서 편성이 무기한 연기됐다. 2022년 JTBC 드라마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1년 동안 방송되지 못했고, 결국 대만의 방송사와 OTT 플랫폼에서 공개됐다.

심은우 학교폭력 논란이 또 다른 증언의 등장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재조명된 가운데, 올해도 '날아올라라 나비'를 볼 길은 요원하다. JTBC 관계자 역시 이날 스포티비뉴스에 "'날아올라라 나비'는 2023년 방송 예정된 라인업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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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첫 방송 직전에 방송이 불발된 KBS '디어엠'도 마찬가지다. 2021년 2월 방송 예정일을 뒤엎고 주연 박혜수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편성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미 촬영을 마친데다 논란이 된 것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여자 주인공이기에 편집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지난해에도 편성받지 못한 디어엠은 결국 OTT 플랫폼을 통해 일본에서 공개가 되는데 그쳤다.

이 두 작품은 출연 배우 중 한 사람의 이슈로 편성이 막혔다는 점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스태프들과 제작사 뿐만이 아니다. '디어엠'은 특히 캠퍼스 로맨스를 다룬 작품으로 젊은 신인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고 '디어엠'이 데뷔작인 배우들도 여럿이었다. 찍어놓고도 공개되지 못한 데뷔작을 남겨두는 불운을 안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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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올라라 나비'도 마찬가지다. 심은우는 이 작품에서 공대 출신 프로 헤어디자이너 역을 맡았는데, 학교폭력 의혹이 캐릭터 몰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설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중도 적지 않은 캐릭터이기에 전면 편집을 하기도, 방송을 강행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마약 논란으로 사과에 나선 유아인 출연작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특히 시리즈 '종말의 바보' 출연자는 사실상 올해 중 작품 공개가 어렵게 되자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희생으로 탄생을 앞두고 있었던 '종말의 바보'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까 봐 아쉬울 뿐"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음을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반면 작품 자체에 문제가 있어 방송이 불가능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전제작 80%까지 완료해놓고 1회 방송 후 전회차 폐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조선구마사' 등 역사왜곡 논란으로 편성 불발된 작품도 있다.

JTBC는 각종 논란과 오해가 뒤섞겨 있던 '설강화'까지는 방송에 성공했지만, 후속작이었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안고 가지 못했다. 이 작품은 개인의 리스크라기보다는 원작의 부정적인 이슈를 무시하고 가려다가 발목이 붙잡힌 경우다.

당초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지난해 상반기 방송 예정이었으나, 원작자 논란 탓에 촬영 중간에 무기한 제작 중단됐다. 올해 역시 편성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한석규 정유미 등 쟁쟁한 출연진에도 사실상 볼 수 없는 작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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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방송사는 "재정비 기간을 갖고 향후 촬영을 재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지만, 16부작 중 절반인 8부까지 촬영된 상태에서 중단돼 OTT나 다른 국가를 통해 공개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8부를 먼저 공개하고 나머지 8부를 제작하는 시즌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남은 회차 촬영을 강행하자는 논의 끝에 이마저도 무산됐다. 현재는 관련 스태프들도 모두 해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배우들 역시 흩어져 차기작 촬영에 한창이다.

이처럼 각종 논란 끝에 제작비를 허공에 날리고 영영 만날 수 없게 된 드라마들이 늘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배우의 골든타임, 극본을 완성하느라 피땀 흘린 작가진의 수고, 영영 보여지지 않을 장면을 위해 애쓴 연출자와 스태프들, 거액의 제작비를 내놓은 투자자와 제작사들까지, 물적·인적 자원의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시장이 커지고 시대가 달라지면서 K콘텐츠가 가져야 할 미덕과 지켜야 할 선이 명확해지고 있다. 작품 자체에 논란이 있는 경우엔 그 과정을 안일하게 넘긴 제작진에게 부메랑이 갈 수 밖에 없지만, 모두가 주의한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개인사' 리스크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회차에서 편집하고 VOD까지 내리는 것이 공식적인 해결방법처럼 여겨지고 있다. 논란이 있는 가수는 음원을 내리거나 단체곡에서 목소리를 빼진 않지만, 유독 영상 매체에서는 '존재 지우기'가 필수가 된 것이다. 이쯤 되면서 '벌레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니 무조건 작품 비공개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다수의 드라마들이 공중분해되며 거액의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K콘텐츠 시장.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앞서 공중분해된 작품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콘텐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될 필요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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