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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추가토크] 피프티 피프티·하이키···'중소의 기적'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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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승현 기자가 가요, 방송, 영화, OTT까지 연예계 넘치는 이야기를 분석해 봅니다. 특별한 시선을 더한 추가 토크 함께 해볼까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 K팝 걸그룹이 올랐다.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차트를 보니 낯선 이름이다. 데뷔 전부터 숱한 관심을 받는 대형 기획사 그룹도 아니니 국내에서는 프로모션 반응도 느리다. 이 그룹은 어떻게 ‘기적’이라고 불리는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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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프티 피프티, 국내 차트에는 없지만 美·英 차트에는 있는 K팝 그룹

K팝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매주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K팝 가수의 이름을 찾는 건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단, 장벽이 높은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오르는 이름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이번 4월 1일 자 차트 역시 그룹 방탄소년단 지민이 첫 솔로 앨범을 낸 뒤였기에 이목이 집중됐다. K팝 팬들의 바람처럼 지민은 선공개곡 ‘셋 미 프리 파트2(Set Me Free Pt2)’로 30위 진입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피프티 피프티는 조용히 폭죽을 터뜨렸다. 이들이 지난 2월 24일 발매한 ‘큐피드(Cupid)’로 ‘핫 100’에 100위로 진입하는 건 예견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들이 데뷔 4개월 만에 이룩한 놀라운 성과가 알려지며, 곧 국내 가요계가 곧 떠들썩해졌다. 데뷔하자마자 대세가 된 그룹 뉴진스가 해당 차트에 데뷔 6개월 만에 오른 신기록을 이들이 깬 것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어 빌보드 차트와 견주는 영국의 오피셜 차트에 96위로 진입하며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반면 국내 음원 차트에서 존재감은 미비하다. 최대 음원 차트 멜론에서 ‘큐피드’의 최고 순위는 453위다.(3월 30일 기준) 이외 벅스, 지니 등 실시간 차트에서도 피프티 피프티의 이름을 볼 수 없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는 스트리밍 수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체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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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의 달라진 프로모션, 글로벌 타깃은 기본

K팝은 더이상 국내 팬들만 즐기는 음악이 아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가 함께 겪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음악으로 공감을 사며 K팝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 그룹 뉴진스가 별다른 해외 활동 없이 데뷔 6개월 만에 ‘핫 100’에 진입한 것도 방탄소년단이 닦아놓은 길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성대 음악평론가는 “K팝은 하나의 현상이자 장르가 됐다. 방탄소년단이 열어젖힌 K팝의 저변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폭풍 같은 유행이다. 한때 비틀즈가 브리티시 인베이전 현상(영국의 음악이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것)을 일으킨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프티 피프티 글로벌 인기의 최고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숏폼 플랫폼 틱톡이다. 국내에서는 가수 지코를 기점으로 숏폼을 활용한 댄스 챌린지가 프로모션 필수 요건이 됐다. ‘큐피드’는 이를 활용한 댄스 챌린지와 K팝에 대한 관심이 합쳐지며 입소문 속도가 빨라졌다.

김성대 평론가는 ‘큐피드’ 인기에 대해 “마케팅의 힘이 크지 않을까 싶다. 요즘에는 유튜브나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제 한국을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 아이돌이 글로벌 빌보드에 제집 드나들 듯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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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의 기적, 뭐니 뭐니 해도 핵심은 좋은 노래

피프티 피프티가 이룬 성과가 더 놀라운 것은 중소 기획사에서 단시간에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 기획사 어트랙트 소속인 이들은 한국인만으로 이뤄진 4인조 그룹으로 지난해 11월 데뷔해 두 장의 앨범을 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의 전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중소 기획사였지만, 몸집을 키우며 막강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으로 성장해 뉴진스(하이브 레이블 어도어 소속)를 키웠다. 역대 ‘핫 100’ 진입 K팝 그룹 원더걸스(JYP), 방탄소년단(하이브), 블랙핑크(YG), 트와이스(JYP), 뉴진스(하이브)는 모두 국내 톱 기획사 소속이다.

리스너들이 ‘큐피드’를 두고 가장 먼저 평하는 것은 “팝송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K팝 그룹이 더 이상 국내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으면서 국내외를 아우를 수 있는 이지 리스닝을 표방하는 곡을 늘어났다. ‘큐피드’ 역시 쉬운 멜로디와 음색을 강조한 보컬이 특징인 이지 리스닝 팝 스타일이다. 여기에 영어 가사로만 이뤄진 ‘큐피드-트윈 버전(Cupid-Twin ver)’이 접근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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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소의 기적’의 주인공이 된 그룹 하이키 역시 음악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발매 당시 큰 방향을 일으키지 못한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로 두 달 만에 벅스 실시간 차트에서 1위까지 기록했다. 이 곡은 멜론에서도 22위까지 오르며 차트에 안착했다. 그룹 러블리즈 출신 미주가 SNS와 웹예능 등에서 언급한 것이 영향을 끼쳤지만, 그 이유 역시 음악이 좋다는 것이었고 대중픽으로 이어졌다.

하이키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어떠한 상황과 입장에서도 본인에게 대입하여 위로받을 수 있는 가사와 남녀노소 세대불문하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쉬운 멜로디 라인이 역주행의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며 “특히 출근길과 퇴근길에 우리 노래를 통해 응원받는다는 내용의 댓글이 많다. 긍정적인 내용의 가사로 많은 분들에게 하루하루 힘을 드릴 수 있는 노래가 된 것이 포인트”라고 공감을 강조했다.

김성대 평론가는 “좋은 노래는 기본이다. 노래가 좋지 않으면 인기를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며 “대중은 중소 기획사에 대한 응원 심리도 있다. 대중의 응원과 마케팅, 좋음 음악 세 개가 잘 맞물려야 운이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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