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는 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66-6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백투백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뒀다.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면 자밀 워니라고 볼 수 있다. 그는 18점 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SK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오재현이었다. 3점슛 3개 포함 14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KGC 침몰에 앞장섰다.
챔프전 4차전까지 3점슛은 단 1개, 그러나 오재현은 5차전에서 무려 3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사진=KBL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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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현은 이번 KGC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핵심 카드가 될 것으로 보였다. 변준형 스토퍼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그 역할만큼은 지금까지 잘 해내고 있다.
문제는 슈팅이었다. 프로 데뷔 후 꾸준히 오재현을 괴롭히는 부분. 김선형과 워니의 공격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선 반드시 코너 3점슛을 성공시켜야 하는 SK였다. 그러나 오재현은 4차전까지 14개를 시도, 단 1개만 성공했다. 심지어 챔피언결정전 1차전 1쿼터에 넣은 3점슛 이후 무려 13개 연속 실패였다.
SK는 오재현의 3점슛 외 다른 공격 루트를 찾으려 애썼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오재현의 출전 시간도 점점 줄었다. 변준형 수비가 되면서 2대2 게임 전개와 3점슛이 가능한 최성원이 중용됐다.
오재현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31.6%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크게 좋다고 볼 수 없는 기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슈팅 능력이 아예 없다고 보기는 힘든 정도다. 상대의 새깅 디펜스에도 자신 있게 3점슛을 시도, 이러한 결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KGC는 챔피언결정전 내내 오재현을 새깅 디펜스로 묶지 않았다. 오히려 타이트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붙었다. SK가 가진 전력의 한계를 제대로 파악한 것. 결국 코너 3점슛이 없을 때 김선형과 워니의 활동 범위도 줄어든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다.
김기만 코치는 이에 대해 “차라리 (오)재현이에게 새깅 디펜스를 썼다면 지금처럼 3점슛이 안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수비가 붙으니까 자신의 리듬을 잃고 말았다. 전보다 더 빠르게 던지다 보니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슈팅 자세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전희철 감독과 김기만 코치가 오재현에게 보낸 신뢰는 결국 승리로 돌아왔다. 사진=KBL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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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철 SK 감독은 오재현의 상황에 대해 100% 이해했다. 그는 “재현이가 아직 어리고 또 슈팅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니 3점슛이 들어가지 않았을 때 위축될 수 있다. (허)일영이처럼 슈터로서 인정받는 선수들은 계속 못 넣어도 자신감 있게 던진다. 지금의 재현이에게 그런 부분을 강요할 수는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김 코치는 “(전희철)감독님 역시 재현이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본인도 챔피언결정전처럼 큰 무대에서 계속 슈팅이 안 들어가면 힘들어했다고 한다. 사실 감독님 정도의 선수가 그랬다면 재현이는 더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3점슛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할 수는 없다. 본인이 이겨냈을 때 지난 아쉬움을 전부 털어낼 수 있다. 해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 감독과 김 코치의 무한 신뢰 아래 오재현은 꾸준히 코트를 밟았다. 3점슛은 들어가지 않더라도 수비와 스피드, 그리고 적극성이라는 확실한 강점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4차전부터 5차전까지 변칙 라인업을 활용할 때 최성원과 같이 앞선에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오재현은 5차전에서 무려 3점슛 3개를 폭발,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결국 전 감독과 김 코치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바닥을 차고 올라선 오재현이다. 렌즈 아반도를 상대로 멋진 2번의 돌파를 선보였고 자신의 리듬에 맞춰 기가 막힌 3번의 3점포를 폭발, 챔피언결정전 균형을 급격히 무너뜨리는 귀한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후 뜨거운 눈물을 흘린 오재현. 그는 “믿어주신 만큼 보여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했다. 그래도 이번 승리를 통해 보답한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지난 마음고생을 모두 털어낼 수 있었다.
어쩌면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었던 오재현까지 살아났다. 백투백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둔 상황. SK는 오는 5일 안양에서 끝을 보려 한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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