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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베이징의 윤석민과 자카르타의 이정후… AG 최종 명단,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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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곡동, 김태우 기자] 지금은 KBO리그 대표 선수로 성장한 이정후(25키움)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원래라면 이정후는 그 당시 인도네시아에 있으면 안 되는 선수였다는 게 역설적이다.

당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의 최종 명단은 2018년 6월 11일 결정됐다. 당초 이 명단에서 이정후의 이름은 없었다. 2017년 1군 무대에 데뷔한 이정후는 데뷔 시즌부터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신인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시기를 제외하면 신인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래서 발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경험이 더 많은 다른 선수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대회를 코앞에 두고 대표팀은 돌연 24인 중 4명의 엔트리를 바꿨다. 차우찬(LG이하 당시 소속팀 기준), 정찬헌(LG), 최정(SK), 박건우(두산)를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최원태(넥센), 장필준(삼성), 황재균(kt), 그리고 이정후를 발탁한 것이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차우찬 등 4명은 크고 작은 부상 등이 이어져 아시안게임 개최 시점에 국가대표로서 정상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해 교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빠진 네 선수 모두가 아주 큰 부상 중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몸 상태가 경기력에 영향을 주고 있었고, 결국 당시 시점에서 그래도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었던 선수를 대체로 발탁한 것이다. 시즌에 집중하고 있었던 이정후는 노력으로 그 행운을 만들었다.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혜택을 받으면서 훗날 메이저리그 조기 도전의 기회까지 거머쥐었다.

아시안게임의 상위 대회격인 올림픽에서도 대회 직전 엔트리가 바뀐 일은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대회 직전 흔들렸던 임태훈(두산)이 대회를 앞두고 오히려 더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었던 윤석민(KIA)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석민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일조하며 당시 KBO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최종 명단 제출 후에도 엔트리를 바꾸는 것은, 꼭 큰 부상이 아니더라도 ‘결단’만 있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례로도 남아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1년 지각 개막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야구 대표팀 24인 최종 명단이 9일 발표됐다. 대회 소집은 9월 중순에나 이뤄지는데 3~4달 앞서 대표팀 명단이 결정된 것이다. 당연히 전력강화위원회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기량 판단은 아주 명확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3~4달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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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 또한 9일 “위원회에서 3개월가량 매주 장시간 회의를 거쳤다”고 고충을 설명했다. 대회가 지금 당장 열리는 것이 아닌 만큼 현재의 기량은 물론 미래의 모습에도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래서 현재 부상 중인 선수도 엔트리에 들어간 경우가 있었다. 대표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는 구창모(NC)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조 위원장은 구창모의 발탁에 대해 “우리들이 조사를 한 결과 부상 정도가 경미하고 3개월 이상 남은 기간 중 충분하게 회복이 돼 합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3개월이나 여파가 지속될 부상이 아니고, 추가적인 부상만 없다면 대회 시점에는 대표 선수다운 기량과 컨디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계속 쉬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게 아니다. 프로 선수들은 물론이고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인 장현석(마산용마고)까지 계속 리그와 대회를 치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의의 부상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또한 자질 논란이 불거지지 않을 정도의 경기력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어쩌면 지금 대표팀 명단에 오른 선수들은 남은 시간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예비 명단에 있었으나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도 태극마크를 원한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부상자가 나올 경우, 혹은 심각한 경기력 저하 선수가 나올 경우 대체 발탁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부상 선수의 경우 대회 요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상 경기 전까지 예비 엔트리에 있는 선수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종 명단은 확정됐지만, 대회 개막을 알리는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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