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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왜 세계 최고 축구선수들을 쓸어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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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알 이티하드와 계약을 맺은 카림 벤제마. 사진=알 이티하드 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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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연이어 사우디리그로 향하고 있다.

스타트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포르투갈)가 끊었다. 호날두는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이 끝난 뒤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와 계약을 맺었다. 2025년 여름까지 매년 2억유로(약 2862억원) 상당의 연봉을 받는 조건이다.

이달 초에는 지난해 발롱도르를 수상했던 카림 벤제마(36·프랑스)와 프랑스 대표팀 핵심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32·프랑스)도 알 이티하드와 계약을 맺고 사우디 생활을 시작했다. 젊고 기량이 최전성기에 오른 선수들도 사우디행을 선택하고 있다. 황희찬의 울버햄프턴 팀 동료였던 1997년생 후벵 네베스(26·포르투갈)도 사우디리그에 합류했다.

심지어 손흥민(31)마저 군침을 흘리고 있다. ESPN 등 주요 매체들은 지난 20일 “사우디 클럽 알이티하드로부터 4년간 매 시즌 3000만유로(약 429억원)씩 받는 계약을 제안받았다”며 “손흥민 영입을 위해 6000만유로(약 842억원)에 이르는 보너스까지 준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물론 당장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본인도 이적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그만큼 사우디 리그의 슈퍼스타 수집 욕구는 진심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리그 중 하나인 사우디리그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빅스타를 데려오는 배경에는 ‘스포츠 워싱’이 있다. 스포츠 워싱은 스포츠를 앞세워 국가의 부정적인 평판을 세탁하려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사우디는 인권 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 대표적 예다. 지난해에는 여성 권리를 주장하는 SNS를 올렸다는 이유로 여성운동가 살마 알 셰하브에게 34년 징역형을 선고해 논란을 빚었다.

영국 앰네스티의 펠릭스 제이큰스 담당관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주도로 스포츠 워싱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기간에 사우디의 인권 상황은 더 나빠졌다”며 “지금 끔찍한 인권 문제를 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축구는 일부분일 뿐이다. 사우디의 오일머니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손을 뻗고 있다. 사우디국부펀드(PIF)를 등에 업고 지난해 2월 출범한 LIV 골프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PGA 투어는 최근 합병을 결정했다. 2018년부터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 이벤트인 미국 프로레슬링 WWE 대회도 매년 수차례씩 개최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모터스포츠 포뮬러1(F1) 그랑프리 대회도 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이벤트인 ‘게이머즈(Gamers)8’도 2년 연속 사우디가 유치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사우디는 그리스, 이집트와 함께 2030년 월드컵 공동유치를 선언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개최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대신 월드컵 경기의 75%를 사우디에서 여는 조건을 그리스, 이집트에 제시했다.

막강한 자본력과 스포츠 산업에 대한 뚜렷한 목적을 가진 만큼 사우디의 월드컵 개최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일부에선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개최가 사우디의 열악한 인권 사정을 개선하고 개방을 가속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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