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넷플릭스의 리스크 관리는 제작비에만 국한된 것일까. '오징어 게임2'에 대마초 전과로 은퇴를 선언했던 빅뱅 출신 탑(최승현)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판 여론에 휩싸인 가운데, 넷플릭스가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는 침묵과 미루기로 일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9일 오전 새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각본, 감독 황동혁)의 추가 캐스팅 라인업을 사진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배우 박규영, 조유리, 강애심을 비롯해 이다윗, 이진욱, 최승현, 노재원, 원지안이 작품에 주연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최승현, 빅뱅 출신 탑의 합류가 충격을 자아냈다.
탑은 지난 2016년 자택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군 복무 중 재판을 받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의경 복무 중 신분이 박탈당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됐다. 징벌적 성격이었으나 오히려 군 복무를 쉽게 하게 됐다는 인식에 더욱 비판을 받았다. 2019년 7월 소집한 이후에도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던 그는 지난해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마무리했고, 올해에는 빅뱅까지 탈퇴했다.
그런 탑이 '오징어 게임2'를 통해 연예계에 돌아온다는 공식 발표까지 나온 상황. 한국 내 거센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그도 그럴 것이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넷플릭스에서 역대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한 작품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각인시켜준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작품에 불미스러운 일로 은퇴를 선언한 탑의 합류가 국내 팬들에게 달갑지 않은 것을 넘어 질타 받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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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넷플릭스는 이 같은 비판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독 오리지널 시리즈에 관해 '비밀 유지'와 공식입장을 강조하며 관계자들이 침묵을 종용하면서도 정작 어떤 해명도 하지 않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넷플릭스가 이처럼 침묵을 빙자한 무대응으로 논란을 어물쩡 넘어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피지컬: 100' 결승전 조작 논란에서도 넷플릭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를 연출한 장호기 PD가 개별적으로 인터뷰와 SNS를 통해 해명하기는 했으나 그 와중에도 넷플릭스는 침묵했다.
작품을 만든 제작진이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게 일면 당연해 보일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콘텐츠를 공급하는 넷플릭스가 침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 넷플릭스는 작품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그에 따른 막대한 권한을 모토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금전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테니 그에 따른 IP 등의 성공 보수도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명목으로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구조다.
이는 국내 재판 과정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마찬가지로 큰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제작사인 MBC가 방송 내용과 관련해 거론된 종교집단들로부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의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콘텐츠 공급의 권한이 넷플릭스에게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기각됐다.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라도 공급의 주체인 넷플릭스가 가장 큰 권한을 가진 것이다.
권한에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앞선 사건들에 이어 '오징어 게임2'에 탑의 출연까지 잇따른 논란과 비판 여론에 넷플릭스는 침묵하고 있다. 명백한 책임 회피다. 심지어 작품 관련인들에게 민폐로 번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2'의 탑 출연에 관한 논란이 함께 출연하는 배우 이전재와의 연루설로 번지기까지 했다. 이정재 측은 사실무근임을 밝혔으나 배우에게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넷플릭스의 무책임이 불러온 여파다.
'오징어 게임2'보다 훨씬 더 작은 규모로 제작하는 어떤 작품이라고 마찬가지다. 실제 한국의 많은 방송사들이 이과 같은 이유로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 책임을 지고 입장을 발표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힘써왔다. 어째서 넷플릭스 만이 그 예외인 것일까.
글로벌 기업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이 면피 사유는 되지 않는다. 그러기엔 넷플릭스는 너무 많은 공식 행사에서 "세계적인 OTT 넷플릭스와의 작업 경험은 얼마나 달랐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문자답으로 자신감을 부풀려왔고, 한국의 콘텐츠 시장에 대한 깊은 열망을 내비쳐왔다. 한국의 콘텐츠는 가져가고 싶지만 한국 팬들의 비판은 무시하고 한국식 방법은 따르지 않는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표방해온 넷플릭스의 리스크 관리 대상에 한국식 문법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걸까.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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