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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탈출 마스터 극찬’ 류현진은 난놈이다… 최근 40일, 아메리칸리그 ERA 2위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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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6월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류현진(36토론토)은 2023년 9월 마운드에서 제대로 던지고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선수였다. 지금 생각하면 괜한 걱정이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이런 걱정은 다 이유가 있었다.

토미존 서저리의 재활 기간은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이다. 빨라봐야 2023년 6~7월 복귀였다. 게다가 류현진은 30대 중반의 나이에다 두 번째 수술이라는 경력도 가지고 있었다. 빠른 복귀보다는 재활 기간을 꽉 채운 복귀를 예상하는 게 당연했다. 재활 기간이 1년 6개월에 가깝다고 치면, 2023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정상적인 복귀가 가능할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토론토에서 류현진의 경력은 끝났다”는 비관적인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러나 류현진은 철저한 재활과 노력으로 복귀 시계를 앞당겼다. 그리고 자신이 설정한 재활 시계를 그대로 지켰다. 예고대로 7월 말 복귀에 가까워졌고, 8월 2일(한국시간) 볼티모어와 경기에 감격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이후 9월 19일 보스턴과 경기까지 총 9경기에 나가 44⅔이닝을 던지며 3승3패 평균자책점 2.62라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팔꿈치 수술 여파가 아직 남아있을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대단하다.

그냥 운으로 만든 성적이 아니다. 모든 지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피안타율은 0.229에 불과하다. 이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경력 평균(.249)보다도 낮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1.12로 안정적이다. 구속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구종과 완벽한 커맨드로 이를 상쇄한다. 90마일 수준의 패스트볼, 80마일 중반대의 커터, 70마일대의 체인지업, 그리고 구속을 더 떨어뜨린 60마일대의 커브로 상대 타자들의 혼을 빼놓고 있다. 어느 한 구종을 노리고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88.4마일로 리그 하위 2% 수준이지만, 평균 타구 속도는 87마일로 매우 뛰어난 수준이다. 이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를 차지했던 2020년 평균 타구 속도와 똑같다. 그만큼 류현진의 피칭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구속이 느리기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지 모르는 피홈런만 줄이면 더 좋은 투구도 가능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게 팔꿈치 수술 재활이 끝난 직후의 투수에게서 나온 이야기다.

류현진의 노련한 투구는 18일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보스턴과 경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날 류현진은 4⅔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지며 6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묶은 날은 아니었다. 2,3루 상황에 두 번이나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주자가 꽤 많이 나갔는데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2.93에서 2.62로 더 떨어졌다.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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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노련한 피칭, 그리고 수비수들의 활약이 뒷받침되며 토론토가 초반 1점 리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안정감은 압권이었다. 류현진은 0-0으로 맞선 2회 선두 데버스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자신을 상대로 통산 2개의 홈런이 있는 등 유독 강했던 듀발에게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고 무사 2,3루에 몰렸다. 1실점으로 막으면 투수에게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레예스의 땅볼 때 유격수 비셋이 과감한 홈 송구로 3루 주자 데버스를 잡아낸 게 컸다. 2루 주자와 겹쳐 공을 잡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주자를 피해 과감하게 홈으로 정확히 던진 게 주효했다. 수비 지원을 받은 류현진은 스토리를 중견수 뜬공으로, 달벡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2회를 마쳤다. 이날 보스턴으로서는 류현진 공략의 악몽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3회에는 선두 맥과이어에게 안타를 맞고 라파엘라에게 다시 좌익선상으로 빠져 나가는 2루타를 허용했다. 3루수 채프먼이 글러브를 댔지만 맞고 튀었다. 또 무사 2,3루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하나도 흔들리지 않았다. 레프스나이더를 좌익수 뜬공으로, 옛 동료 터너를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데버스에게 볼넷을 줘 만루에 몰리기는 했으나 듀발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산을 넘겼다.

4회에는 1사 후 스토리의 타구를 채프먼이 떨어뜨리며 실책으로 기분 나쁘게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달벡에게도 안타를 맞아 1사 1,2루가 됐다. 그러나 맥과이어를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처리하고 다시 불을 껐다. 1루 주자 달벡의 슬라이딩을 절묘하게 피해 1루로 잘 던진 2루수 슈나이더의 플레이도 돋보였다.

현지 언론들은 초반 숱한 위기를 넘긴 류현진의 능력을 극찬하고 나섰다. ‘TSN’은 ‘류현진이 거장의 위기관리능력을 뽐냈다’고 했다. 캐나다 스포츠 네트워크이자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의 베테랑 해설가 벅 마르티네스는 “류현진이 한 것을 보라. 아름답다. 베테랑 투수가 어려운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토론토는 이날 류현진을 상대로 득점권 7타수 무안타의 굴욕을 맛봤다.

비록 승리 조건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기고 강판됐지만, 5회 승계주자를 가르시아가 지우면서 류현진은 무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평균자책점이 더 떨어졌다. 그리고 이날 경기로 의미 있는 1위도 달성했다. 최근 42일간, 류현진보다 더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아메리칸리그 투수는 딱 하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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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8월 8일 이후 총 8경기에 나가 39⅔이닝을 던졌다. 이 기간 3승2패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했다. 이 기간 류현진보다 더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투수는 4명밖에 없다. 김하성의 동료이자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유력 후보인 블레이크 스넬(샌디에이고1.88), 프레디 페랄라(밀워키1.94), 브랜든 우드러프(밀워키1.97), 그리고 소니 그레이(미네소타1.99)다. 이중 아메리칸리그 소속 투수는 그레이 단 하나다.

후반기 들어 절정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도 이 기간 7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2.22를 기록했으나 류현진보다는 순위가 떨어진 전체 7위다. 류현진의 경우 체력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는 것도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는 하나의 득이 됐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3.00 아래인 메이저리그 선수는 21명이다.

이제 이 평균자책점을 지키면서 좋은 시즌 성적, 그리고 토론토의 포스트시즌을 이끌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류현진의 정규시즌 등판은 어느덧 거의 다 끝이 나고 있다. 로테이션상으로는 24일 오전 5시 10분부터 열리는 탬파베이와 원정 경기에 등판한다. 탬파베이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1위를 사실상 확정 지은 강팀이다. 류현진은 2020년 포스트시즌에서 탬파베이에 진 빚이 있기도 하다.

그 다음 등판이자 시즌 마지막 등판은 30일 오전 8시 7분부터 열리는 탬파베이와 최종 홈 시리즈 첫 경기다. 로테이션의 조정이 있지 않다면 류현진은 정규시즌 남은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탬파베이와 싸우는 셈이다.

보스턴이라는 산을 스윕으로 넘긴 토론토는 이제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와 경기만 남아있다. 일단 두 팀의 원정지를 차례로 방문해 6연전을 치른 뒤 홈으로 돌아와 6연전을 치르는 일정이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집계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에서 토론토는 78.9%로 텍사스(71.2%)와 시애틀(52.6%)을 앞서 나가고 있다. 류현진이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라도 더 던지려면, 팀은 반드시 가을야구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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