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한국인 메이저리거 소식

류현진 옆의 그 영리한 사오정… 그러나 무려 107년 만의 불명예 기록, 이대로 사라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잭 그레인키(40캔자스시티)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두뇌 피처다. 압도적인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으로 오랜 기간 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로 군림했다. 타자들을 조종하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군계일학이었다.

2004년 캔자스시티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레인킨의 재능은 2008년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2008년 첫 두 자릿수 승수(13승)를 거둔 이후 꾸준히 리그 정상급 투수로 활약했다. 2009년에는 33경기에서 229⅓이닝을 던지며 16승8패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224승의 대업도 대업이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 LA 다저스에서 뛰어 류현진(36토론토)의 동료로 국내 팬들에게도 얼굴을 널리 알렸다. 당시 부동의 팀 에이스였던 클레이튼 커쇼(35)에 이어 그레인키가 2선발, 류현진이 3선발로 활약했다. 국내 팬들은 ‘서유기’ 캐릭터에 빗대 독특한 구석이 있는 그레인키를 사오정으로 부르며 애정을 가졌다.

그레인키는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구속은 전성기보다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워낙 정교한 제구력과 구종 가치들을 두루 가지고 있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2016년 애리조나로 이적한 후에도 자존심을 지키는 투구를 했다. 그레인키는 서른이 된 2013년 이후 39세 시즌인 지난해까지 284경기에서 132승63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괜히 명예의 전당 예비 후보로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런 그레인키는 선수 경력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도 나이가 마흔이다. 자신도 이제 마지막이 곧 온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을까. 지난해에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화려하게 시작했던 캔자스시티와 1년 계약을 했다. 당초 지난해가 마지막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그레인키는 아직 은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해 26경기에서 4승9패 평균자책점 3.68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자 친정팀 캔자스시티가 1년 계약을 더 제안한 것이다. 어차피 성적을 노리는 팀이 아니고, 젊은 선수들에게 멘토가 될 만한 저렴한 베테랑 투수를 찾고 있었는데 그레인키는 제격이었다. 그레인키도 그 제안을 받아들여 1년 8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급 성적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성적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좋지 않다. 그레인키는 19일(한국시간)까지 시즌 27경기(선발 24경기)에서 128⅔이닝을 던지며 1승15패 평균자책점 5.39를 기록 중이다. 그레인키가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건 22세로 아직 완성된 투수가 아니었던 2005년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역시 구위의 한계가 뚜렷하다. 전성기 시절 평균 시속 94마일(151.3㎞)이 나오던 그레인키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올해 시속 89.7마일(144.4㎞)까지 떨어졌다. 아무리 영리한 피칭을 해도 결국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집어넣어야 한다. 타자들은 이제 그레인키의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레인키의 올해 9이닝당 피홈런 개수는 1.7개다.

투구 내용이 좋지 않은데 가뜩이나 소속팀 캔자스시티는 리그 최약체 중 하나다. 오클랜드와 더불어 올 시즌 최악의 팀을 다툰다. 득점 지원을 넉넉하게 받는 건 어렵다. 그래서 강팀이라면 이길 만한 투구 내용에도 패전만 쌓인다. 그 결과가 15패다. 반대로 승리는 딱 1승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100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15패 이상을 하면서 1승밖에 못한 투수는 그레인키가 5번째다. 그도 그럴 것이 1승15패를 하는 투수를 로테이션에 그대로 놔둘 팀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사례가 1916년 잭 내보어스(필라델피아)다. 무려 107년 전 일이다. 우리는 조선시대였다. 이 불명예 기록은 그레인키의 잘못도 있겠지만, 불명예를 조성하기 딱 좋은 캔자스시티의 환경도 한 몫을 거든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시즌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레인키가 ‘1승 투수’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도 별로 남지 않았다. 이렇게 시즌이 끝나면 역사적인 불명예를 남긴 채 퇴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레인키는 내년 현역 연장에 대한 생각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이미 부와 명예를 모두 잡은 선수인 만큼 올해로 끝이 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