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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위기 탈출 비결은 한화 시절부터 쌓인 멘탈? “항상 쿨해, 패닉 빠지는 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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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18일(한국시간) 홈구장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보스턴과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36토론토)의 이름 앞에 승리투수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은 현지 언론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숱한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은 위기관리능력 덕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4⅔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지며 6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보통 이 정도 출루를 허용하면 1~2점 정도는 실점하기 마련인데 류현진은 달랐다. 류현진은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팀의 1-0 초반 리드를 지켰고, 결국 토론토는 이를 발판 삼아 3-2로 이기고 중요했던 보스턴 3연전을 싹쓸이했다.

야수들도 좋은 수비로 류현진의 등 뒤를 지켰다. 류현진을 구원한 가르시아의 위기 탈출도 수훈이었다. 하지만 역시 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강한 타구를 억제한 류현진의 능력이 돋보였다. 이날 보스턴은 류현진을 상대로 7번의 득점권 타석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2회부터 류현진의 위기관리능력이 빛났다. 선두 데버스에게 내야안타, 그리고 듀발에게 2루타를 맞아 무사 2,3루에 몰렸다. 하지만 나머지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무사 2,3루에서 레예스의 땅볼 때 좋은 홈 송구로 3루 주자 데버스를 잡아낸 유격수 비솃의 수비도 빛났다.

3회에도 선두 맥과이어에게 안타를 맞은 것에 이어 라파엘라에게 2루타를 허용해 다시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레프스나이더를 좌익수 뜬공으로, 터너를 3루수 땅볼로, 2사 후 듀발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역시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경기 후 현지 언론들이 “위기 탈출의 아티스트”, “위기 탈출의 마스터”라는 호평을 쏟아낸 가운데, 캐나다 스포츠 네트워크이자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의 해설진도 감탄을 연발했다. 캐스터 댄 슐만은 류현진이 3회 위기를 넘기자 “이것 보라, 류현진이 두 이닝 연속 위기에서 탈출했다”고 감탄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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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만은 토론토의 3회 공격이 시작되자 “류현진을 설명하는 하나의 모습은 마운드에서 쿨하다는 것”이라면서 “마운드에 있을 때 흔들림이 없다(unflappable). 당신은 (류현진으로부터) 결코 격한 감정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난처한 표정 하나 없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고 표현했다. 류현진이 3회 듀발을 뜬공으로 유도한 뒤 손을 들어 수비수들의 주위를 환기시키고, 무표정하게 더그아웃으로 향한 장면에 큰 감명을 받은 듯했다.

베테랑 해설가 벅 마르티네스 또한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경기에서 결코 패닉에 빠지는 법이 없다. 정말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면서 “그는 단지 투구를 하고, 그가 어떤 투구를 했을 때 아웃을 잡아낼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고 맞장구를 치며 류현진의 평정심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 류현진이 위기에서 강하다는 것은 성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류현진은 올해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 0.245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피안타율은 0.200으로 떨어진다.

또 주자가 두 명 이상 쌓였을 때는 압권의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주자 1,2루시 피안타율은 0.091, 1,3루와 2,3루, 만루일 때는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득점권 피안타율도 0.162로 매우 좋다.

투수가 경험이 없거나 멘탈이 약하면 득점권 피안타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류현진은 다르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자신의 시즌 평균(.229)보다 낮다. 어떤 상황에서도 표정이 일그러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표정에서는 아무 것도 읽을 수 없는 ‘포커페이스’에 가깝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1048이닝, KBO리그에서 1269이닝을 소화했다. 합산 이닝은 2317이닝이다. 여기서 쌓인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평정심은 한화 시절부터 대단했다. 타선 지원을 잘 받지 못하던 시절에도 묵묵하게 공을 던졌다. 실책이 나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에는 한화의 성적이나 수비가 약한 편이었는데 당시의 멘탈 수련이 류현진의 경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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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권 상황에서 강해지는 건 그의 피칭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O리그 시절 류현진은 주자가 없을 때는 전력으로 던지지는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주자가 나가면 100% 투구를 하며 상대를 허탈하게 했다.

물론 메이저리그는 1번부터 9번까지 쉬어 갈 타순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KBO리그의 스타일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위기 상황에서 더 힘을 내는 괴물의 멘탈은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올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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