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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이성필 기자]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시기에) 강등 걱정에 머리가 아팠죠."
올해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도전 중인 K리그1 4개 구단 중 인천 유나이티드는 유일한 시도민구단이다.
첫 경험임에도 일본 J리그 강팀 중 하나인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원정에서 4-2로 요리하고 돌아왔다. 이변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결과였지만, 인천은 당당했다. 2차전 카야 일로일로(필리핀)는 4-0으로 완파했다.
호기롭게 산둥 타이산(중국)을 만났지만, 홈 0-2, 원정 1-3 연패였다. 전북 현대 시절 인천을 괴롭혔던 최강희 산둥 감독의 끈끈한 축구를 넘지 못했다. 산둥이 잘했다기보다는 인천 스스로가 무너진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아직 16강 진출 가능성은 남아 있다. 28일 요코하마를 홈으로 호출한다. 이 경기를 잡는다면 승점 9점으로 최소 2위 확보가 가능하다. 카야 원정이 12월 13일로 비교적 여유가 있어 요코하마에 올인할 조건도 만들어졌다.
물론 12월 3일 대구FC와의 K리그1 최종전도 잡아야 한다. 그래서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렸던 울산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A 37라운드를 3-1로 이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25일 경기를 갖는 2위 포항 스틸러스(60점)-6위 대구(50점), 4위 전북(54점)-3위 광주FC(58점)의 결과를 확인해야 하지만, 적어도 최종전까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3위에 주어지는 다음 시즌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와 4위가 가져가는 챔피언스리그2(ACL2) 진출권이 가시권에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인천은 부상 병동이다. 주전이자 베테랑인 이명주, 신진호를 비롯해 무고사, 델브리지, 제르소, 음포쿠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놀랍게도 울산전에서 2003년생 박승호가 데뷔골을 넣었고 2001년생 '홍시포드'로 불리는 홍시후가 1골 1도움을 했다. 광주FC전에서 골을 터뜨렸던 미드필더 2004년생 최우진도 선발로 나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일련의 흐름은 요코하마전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인천 한 프런트는 "참 생각해 보면 놀랍다. 매년 이맘때 강등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좀 다르다. ACL 진출을 생각하고 또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라며 180도 달라진 상황이 여전히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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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를 이긴다면 필리핀 마닐라 연고의 카야 원정은 강력한 팬심이 중요하다. 내부에서는 전세기 운항도 고려해 봤다고 한다. 그렇지만, 비용이 억대나 든다. 무엇보다 인천국제공항이 가깝고 마닐라 정기편이 많아 굳이 전세기를 할 필요가 없다. 평일 경기라 시간을 낼 수 있는 팬이 아니면 원정 동행 자체가 쉽지 않아 전세기 모객도 어렵다. 현실 속에서 꿀 수 있는 행복한 꿈을 다 꿔보는 것이다.
큰 복을 받은 만큼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나리오도 만들었다. 인천은 동계 전지훈련을 일찌감치 태국 방콕으로 정했다. 체력 훈련을 하기에는 최적지고 거의 매년 태국에서 담금질을 마다치 않았다.
다만, 기간이 문제다. 보통 3주~4주 훈련을 하는 전지훈련에서 ACL이라는 변수가 나온 것이다. 만약 올 시즌 조 1위 또는 2위 중 상위 3팀 안에 들어 ACL 16강에 진출한다면 내년 2월 13~14일과 20~21일에 1, 2차전을 치른다. 시즌 일정이 예년과 비교해 상당히 빨라진다. 그만큼 선수들의 휴식 기간이 줄게 된다는 뜻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을 다 확인해야 하는 인천이다. 다른 프런트는 "이미 플랜A부터 B, C, D까지 다 준비해 놓았다. 일단 리그에서 4위 이내 들어 다음 시즌 ACLE나 ACL2 진출권을 얻는다면 그것은 당장 동계 훈련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뒤로 밀어 두면 된다. 문제는 올 시즌 ACL 16강 진출 여부다. 진출과 좌절에 따른 다양한 계획을 수립했다"라며 준비된 것들이 있음을 전했다.
ACL 16강 진출 여부를 놓고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만큼 선수들이 잘해주니 감사한 일이다. 조성환 감독도 K리그1의 좋은 순위 유지에 FA컵 4강 진출, ACL 병행이라는 빡빡한 일정 소화 중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 감동하며 "기존에 경기에 뛴 선수들과도 선의의 경쟁을 통하면 팀이 더 발전한다. 감독으로서 내년이 더 기대된다"라며 신구 조화 효과가 상당함을 전했다.
선수단과 구단 모두 외부 효과로 보고 느끼고 성장한다. 인천의 심장 김도혁은 36라운드 전북전을 1-1로 비긴 뒤 "ACL을 해보니 참 좋다. 상대 구단 시설이 정말 좋더라. 우리도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ACL에 더 뛰고 싶다"라며 ACL 참가가 상당한 동기부여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인천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적어도 시즌 마무리가 행복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은 수도권 연고 구단들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생존왕'이라는 별명처럼 매년 잔류에 급급했던 인천의 잔잔한 변신은 구성원은 물론 취재진이나 축구인들에게도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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