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수년간 맹활약하고 있는 ‘캡틴’ 손흥민(31·토트넘)은 2021∼2022시즌 23골을 퍼부으며 아시아인 최초 EPL 득점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듬해엔 안와골절, 스포츠 탈장 등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무득점에 시달리는 부진에 빠졌다. 그런데도 손흥민은 리그 10골을 채우면서 두 자릿수 득점으로 클래스를 입증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맞이한 2023∼2024시즌 팀의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해 날아올랐다. 4라운드 번리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득점 행진에 나선 그가 시즌 중반인 연말 크리스마스 연휴에 골 폭죽을 터뜨리며 2년 만에 득점왕 경쟁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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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지난 24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EPL 18라운드 에버턴과 경기에서 골을 터트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3연승에 성공한 토트넘(승점 36·11승3무4패)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승점 34)를 제치고 리그 4위로 올라섰다.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18분 코너킥에서 팀 동료의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곧장 슈팅으로 연결해 에버턴의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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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리그 11호 골을 작성한 손흥민은 이로써 득점 부문 공동 3위로 올라섰다. 1위를 지키고 있는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14골·맨시티)을 3골 차로 쫓고 있고, 2위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12골)와는 단 1골 차다. 웨스트햄의 재러드 보언과 본머스의 도미닉 솔란케도 11골을 넣었다. 울버햄프턴의 ‘황소’ 황희찬은 8골로 득점 단독 7위다.

38라운드까지 진행되는 EPL이 시즌 중반에 접어든 상황에서 손흥민은 득점왕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방위 압박을 펼치는 ‘공격 축구’ 시스템에서 시즌 초반 부상 공백 속에 스트라이커로 나선 손흥민은 최근엔 왼쪽 측면 공격수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브라질 공격수 히샤를리송이 원톱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포지션 변화 속에서도 팀플레이를 하며 득점을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다. 손흥민은 포지션 변화에 대해 “항상 그래 왔듯이 나는 득점을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감독님이 나를 어떤 포지션으로 투입하든 상관없이 준비됐다”고 언급했다.

엘링 홀란(왼쪽), 무함마드 살라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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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폭발력에 더해 이런 노련함이 빛나는 손흥민은 EPL 무대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 잡았다. 수년간 수준급 공격수 자리를 지킨 그는 EPL 2년 차인 2016∼2017시즌을 시작으로 이번 시즌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EPL 통산 114골을 넣은 손흥민은 ‘레전드’ 이언 라이트(113골)를 제치고 통산 득점 부문 단독 23위로 올라섰다.

이번 시즌 EPL 득점왕을 정조준해 새로운 위업을 추가하려는 손흥민에게 변수는 있다. 바로 내년 1월 개막하는 카타르 아시안컵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주장으로서 이끄는 손흥민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아시안컵 일정을 치러야 하는 그는 리그 4경기가량을 결장할 전망이라 득점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몰아치기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난 손흥민은 시즌 막판까지 득점왕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득점왕을 차지할 때도 시즌 8경기를 남기고 살라흐에게 6골 뒤진 상태였지만 막판 골 폭풍으로 공동 득점왕에 등극한 좋은 기억이 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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