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만치니 감독 |
(도하=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클린스만호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상대로 결정된 사우디아라비아는 선수 개인 기량이 좋은 데다 조직적으로는 '실리 축구'로 무장하고 있어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팀이다.
사우디는 1990년대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했던 중동의 '전통의 강호'다.
올드팬들의 기억에는 사우디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사막의 여우' 사미 알자베르, '사막의 마라도나' 사에드 알오와이란 등 개인기 좋은 공격수, 미드필더들을 앞세워 모로코, 벨기에를 연파하고 16강에 오른 장면이 강렬하게 남아있을 터다.
2000년대 중반부터 침체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투자를 늘리며 반등하던 사우디 축구는 이 대회에서 최종 우승한 아르헨티나에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키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만치니 감독 |
당시 역전골의 주인공인 왼쪽 윙어 살림 알다우사리(알힐랄)는 이번 대회에서도 사우디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알다우사리는 이번 대회에서 다소 저조한 느낌이 있지만,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클래스의 선수"라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사우디는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던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나 조직력 면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끈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지난해 8월 지휘봉을 잡은 뒤로는 더 단단한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만치니 감독의 연봉은 약 430억원 수준이다.
사우디 알다우사리 |
만치니 감독은 '수비 축구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출신으로, 단단한 수비 조직을 구성하는 데에 강점을 보이는 사령탑이다.
맨시티의 EPL 첫 우승 트로피, 이탈리아의 유로 2020(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 트로피가 만치니 감독의 손끝으로 빚어졌다.
사우디는 만치니 감독 부임 뒤 지난해 9월 한국과 평가전 패배(0-1)를 포함해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을 거두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에는 A매치 4연승으로 분위기를 확실하게 반등시키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다만, 이번 대회 최전방 공격진의 결정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자국 리그의 유럽 슈퍼스타 영입 정책의 '부작용' 탓에 최근 현 대표팀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많이 뛰지 못한 것이 불안 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사우디 프로리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등 유럽의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8명까지 늘리고 그중 7명을 출전 명단에 넣을 수 있도록 했다.
경기 전 여유 있던 클린스만 감독 |
박문성 해설위원은 "사우디 국가대표 선수들 다수가 선발 자리를 빼앗겨 경기 감각이 저하되는 문제가 제기됐고, 실제로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후반이 되자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저하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이후 실전을 소화하면서 경기 감각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단판 승부인데다 만치니 감독 성향이 '밸런스'를 중시하는 만큼, 중원에서 치열한 기 싸움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준희 위원은 "중원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 상대 윙백들이 올라올 때 하프 스페이스(양 측면과 중앙 사이의 공간)를 공략당하지 않는 간격 유지와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문성 위원은 "측면 자원인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선발로 복귀할 수 있다면 손흥민(토트넘)을 원톱에 세우고 이재성(마인츠)을 처진 공격수로 배치해 기존 황인범(즈베즈다), 박용우(알아인)와 중원을 장악하게 하는 등 미드필더진의 숫자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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