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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2016년 메시처럼…손흥민 '은퇴 발언', 한국축구 부활의 마지막 불씨 될까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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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번 손흥민의 은퇴 시사 발언을 쉽게 흘려 들으면 안 된다. 단지 손흥민 한 명만이 아닌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한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2016년 리오넬 메시가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아르헨티나가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당시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016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했다. 5경기에서 5골 4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를 대회 결승전까지 올려놓았지만, 승부차기 끝에 칠레에 패배하며 또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메시는 경기가 끝난 직후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메시는 "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커리어는 끝났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지만 난 이제 지쳤다"라며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벗겠다고 했다. 메시의 나이는 29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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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인터뷰가 전해진 후 아르헨티나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거리에서 메시에게 국가대표팀 은퇴 번복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고,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NotevayasLio(떠나지 마 리오)'라는 문구가 보였다. 아르헨티나의 레전드인 디에고 마라도나(2020년 별세), 그리고 당시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었던 마우리치오 마크리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메시를 붙잡을 정도였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도 바뀌었다. 대회 도중 메시가 아르헨티나축구협회를 저격한 뒤 은퇴를 선언하자 아르헨티나축구협회 수뇌부들은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아르헨티나의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대회 전 메시를 압박했던 마라도나도 자국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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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메시는 약 두 달 만에 은퇴를 번복하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복귀했다. 이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과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우승에 실패했지만, 2021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꺾고 마침내 자신의 첫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마지막 월드컵이 될 거라고 메시가 직접 이야기했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메시는 단일 대회 역대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아르헨티나를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6년 은퇴를 선언한 메시가 대표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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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패배 이후 국가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손흥민은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발언 이후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은퇴를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게 손흥민에 앞서 국가대표팀의 아이콘이었던 박지성과 기성용도 이른 나이에 대표팀에서 내려왔다. 기성용은 2019년 30세의 나이에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고, 박지성도 만 29세에 국가대표팀을 떠났다. 기성용과 박지성 모두 아시안컵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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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 은퇴 당시 기성용과 박지성의 나이를 생각하면 손흥민의 발언이 은퇴를 시사한다고 해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손흥민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당장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유일하게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였다.

메시와 손흥민의 구체적인 상황과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국가대표팀의 에이스가 은퇴를 떠올리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는 점은 같다. 메시는 세 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으로 준우승을 차지해 심적으로 지쳤다면, 손흥민은 자신의 첫 우승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 허탈한 상황이었다.

손흥민의 발언은 정말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려는 게 아닌 한국 축구계에 경종을 울리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준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손흥민 선수가 발언한 기저의 이유는 대표팀 운영, 체계 등에 경종을 울려주고 싶은 마음이 한편에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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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건 아니다. 손흥민의 진심도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떠올리면 오히려 한준희 부회장의 의견에 더 무게가 실린다.

물론 손흥민도 나이를 먹기 때문에 언젠가는 대표팀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2016년 메시 사례와 한준희 부회장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금은 손흥민의 은퇴가 아닌 변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번 아시안컵은 실패다. 우승 좌절이 곧 실패로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황금 세대', '유력한 우승 후보' 등의 타이틀을 대표팀에 붙였던 걸 생각하면 클린스만호의 아시안컵 결과는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본인도 줄곧 우승을 외쳤지만,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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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에게는 아시안컵 전까지 약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아무리 소집을 자주 하지 않는 대표팀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팀의 철학이나 방향성은 충분히 심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호가 보여준 모습에는 방향성도, 색깔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의 능력으로 올라오는 팀만 있었을 뿐이다.

'좀비 축구'라는 말도 결국에는 부끄러운 별명이었다. 지금의 한국은 아시아 레벨에서 끈기나 투지를 앞세워 올라가는 팀이 아닌 압도적으로 상대를 찍어누를 수 있는 체급을 보유한 팀이다.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아시안컵에서 90분 내내 정작 전술적으로 허탕만 치다 추가시간에 선수들이 개인 능력으로 만든 득점에 기뻐했다. 이런 한계는 결국 요르단전에서 드러났고, 선수들의 체력 부담까지 겹치며 4강 탈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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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후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가 아닌 분석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변화를 줘야 하는 건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그 협회의 결정권을 쥔 정몽규 회장이다.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에는 명확한 한계선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2016년의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는 한국에는 확실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손흥민이 울린 경종을 들었다면 말이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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