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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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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SSG가 깜짝 놀랐다… 거포 유망주가 다시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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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강화에서 봤는데 앞이 깜깜했죠”

성적과 육성이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중책을 안고 SSG 사령탑에 부임한 이숭용 감독은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강화 SSG퓨처스필드를 찾았다. 팀 유망주 선수들을 보면서 장단점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킬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때 프런트에서 추천을 받은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우타 중장거리 자원인 고명준(22SSG)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성이 차지 않았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기대 이하였다.

플로리다 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 감독은 “강화에 가서 봤을 때는 정말 앞이 깜깜했다. 강병식 코치와 함께 보는데 ‘쟤는 왜 저렇게 치고 있나. 타격코치 너 좀 깜깜하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큰일 났다 싶었다”고 당시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팀이 기대하는 코너 내야수 자원이었지만 전체적인 타격폼이 망가져 있었다. 플로리다 캠프 명단에 넣으면서도 반신반의였다.

세광고를 졸업하고 2021년 팀의 2차 2라운드(전체 18순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였다. 지명 당시 팀은 팀의 레전드이자 주전 3루수인 최정의 뒤를 이어받을 선수로 고명준을 지목했다. 당당한 체격을 바탕으로 멀리 칠 수 있는 힘도 있었고, 3루에서의 송구도 안정적이었다. 데뷔 당시부터 1군 코칭스태프가 주목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2022년 하나의 장면이 이 유망주를 망치기 시작했다. 너무 어이없이 크게 다쳤다.

이제 신인 티를 벗은 채 큰 기대를 안고 출발한 2022년이었지만, 첫 4경기 만에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고명준은 “주루 플레이 중이었는데 내가 상황만 보고 뛰다 베이스에서 넘어졌다. 처음에는 넘어져서 아픈 통증인 줄 알았는데 그 다음 타자가 안타를 쳐 3루로 뛰는 과정에서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이 부상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큰 시련이었다.

흐름 자체가 끊어진 것도 모자라 싹뚝 잘려 나갔다. 2022년 한 시즌이 고명준의 야구 인생에서 아예 사라졌다. 좌절도 컸다. 고명준은 “수술하고 처음에는 약간 우울증이 있는 것처럼 많이 힘들었다. 다리를 아예 쓰지 못했고 수술을 하고 나서 한 달은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매일 천장만 보는 일상이었다. 불편함도 컸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야구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야구 인생에서 처음 겪는 시련에 멘탈도 많이 흔들렸다.

이 부상은 2023년까지 고명준을 괴롭혔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66경기에서 타율 0.289를 기록하며 나름 선전한 것 같지만 사실 통증이 1년 내내 있었다고 말하는 고명준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재활을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운동량이 많아지는 과정에서 무릎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한 번 약해진 오른쪽 무릎은 고명준이 정상적인 타격폼을 찾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있었다. 이숭용 감독과 강병식 타격코치는, 그렇게 망가진 고명준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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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자원이었다. 이 감독은 고명준을 올해 주전 1루수 후보로 보고 있었다. 그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빠른 시간 내에 교정을 해야 했다. 여기서 강병식 코치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뒷다리를 고정하기 위해 수를 썼다. 고명준은 “스윙을 한 뒤 오른 다리가 앞으로나 뒤쪽으로 움직이는 문제가 있었다. 코치님께서 허리와 다리에 차는 밴드를 주시더라. 그것을 차고 스윙을 하니까 하체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또 힘을 안 주면 텐션이 있다 보니까 다리가 달려 나가게 되어 있다. 이를 잡기 위해 더 제자리에서 스윙을 돌리려고 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틀 정도의 교정 작업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대성과를 거뒀다. 이 감독이 강 코치에게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라고 놀라 물었을 정도였다. 이 감독은 “뒷다리를 활용하게끔 강 코치가 만들어놓으니 확 바뀌었다. 깜짝 놀랐다”면서 “지금까지 제일 좋다. 한결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지난 2월 15일 실시한 라이브 게임에서 팀 내 타자 중 평균 타구 속도와 배럴 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선수가 바로 고명준이었다. 맞은 타구들이 시원시원하게 외야로 날아갔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상승세다.

입단 이후 이맘때를 기준으로 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타격 페이스와 주위의 평가 모두가 좋다. 고명준도 이를 느낀다. 그래서 더 신이 난다. 고명준은 “재미가 있다. 아직까지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타격감도 지금은 엄청 좋다”며 2년간 잃었던 미소를 다시 지어보였다. 지금까지는 주로 죽어 있는 공을 때렸지만, 살아 있는 공을 상대로도 “기대가 된다”고 했다.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 유망주가 깨어나는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다.

마음가짐도 새롭다. 이 감독은 고명준과 면담 과정에서 “제로 베이스다. 1루 주전 경쟁 기회를 줄 테니 잡으라. 열심히, 절박하게 하고 인정을 받으면 나는 쓴다”고 이야기했다. 고명준도 그런 말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고명준은 “캠프를 간다고 할 때부터 마음가짐과 생각을 다시 하고 왔다. ‘올해 한 번 해보자’, ‘지금이 기회다’고 생각했다”면서 “더군다나 감독님, 코치님도 다 바뀌셨다. 물론 (전)의산이 형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잘하는 사람이 1루에서 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루는 무조건 내 자리다는 생각으로 훈련을 한다. 하루하루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감독님에게 어필할 생각이다.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잠시 길을 잃고 헤맸던 이 유망주가 말끔한 기분과 함께 다시 앞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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