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을 만나 3-0으로 이겼지만, 2009년부터 2011년까진 3년 연속 삼성화재를 만나 모두 패했다. 2017년과 2019년에는 OK저축은행(現 OK금융그룹)을 상대로 모두 승리하며 삼일절 매치의 승률을 5할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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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남자 프로배구 최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유관순체육관에서의 ‘삼일절 매치’로 2023~2024 V리그 6라운드 맞대결을 펼쳤다. 라이벌 맞대결에다 삼일절 매치까지 의미를 더하면서 이날 유관순체육관은 3475명의 관중들이 가득 들어찼다. 올 시즌 남자부 네 번째 매진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두 팀이지만, 올 시즌 처지는 천양지차로 벌어져있다. 대한항공은 여전히 선두를 달리며 통합우승 4연패를 향해 순항중이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진 끝에 지난해 12월21일 9시즌째 팀을 이끌어온 최태웅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뒀다. 최 감독 경질 후 선수단의 각성 및 포지션 적응이 이뤄지며 10승4패의 급상승세를 타며 봄배구 진출을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2위 우리카드의 추격을 막아내기 위해, 최대 네 팀이 참전하고 있는 봄배구 진출 티켓 경쟁전을 위해 저마다의 이유로 승리가 절실했던 두 팀의 맞대결은 세트마다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현대캐피탈이었다. 경기 전 진순기 감독대행은 “강한 서브로 정지석-곽승석으로 이어지는 대한항공의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리시브를 흔들어야 한선수의 세트 플레이를 견제할 수 있다”고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 대한항공의 리시브를 효과적으로 흔들며 블로킹을 4개나 솎아냈다. 21-19로 앞선 상황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온 주장 문성민이 강서브로 대한항공 리시브를 흔들어 곽승석의 넷터치 범실과 곽승석의 오픈 공격이 네트에 걸리게 만든 게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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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트를 따낸 현대캐피탈은 2세트에도 초반을 밀어붙이며 2~3점 리드를 잡아났다. 결국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소방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트 초반엔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를 무라드에서 임동혁으로 교체했고, 10-13 열세 상황에선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세터 자리를 한선수에서 유광우로 바꿨다. 이후 추격적을 개시해 19-19 동점을 만들었고, 22-22에서 정한용의 중앙 후위공격을 성공시킨 뒤 김민재가 아흐메드의 라이트 후위공격을 가로막으면서 24-22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가 후위공격을 성공시키며 24-23까지 따라붙었지만, 이어진 상황에서 허수봉이 정지석의 다소 길었던 리시브를 토스하던 유광우의 공을 건드리며 블로킹 오버넷 판정을 받으며 다소 허무하게 세트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현대캐피탈 코칭스태프는 강하게 항의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3세트도 초접전 양상이었다. 세트 중후반까지 대한항공이 20-16으로 넉넉히 앞섰지만, 정지석의 서브범실과 최민호의 연속 블로킹, 허수봉의 서브가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의 몸에 꽂히는 결정적인 서브득점까지 터져나오며 현대캐피탈이 기어코 20-20 동점을 만들어냈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결정력은 대한항공이 한 수 위였다. 임동혁의 연속 공격 득점으로 두 점차 리드를 잡아낸 대한항공은 24-23에서 세터 유광우가 김규민의 속공을 선택했고, 김규민의 속공은 다소 빗맞았지만, 현대캐피탈 코트에 꽂히며 3세트도 대한항공의 차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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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오른 대한항공은 4세트를 초반부터 일찌감치 앞서나가며 조기에 승리를 확정지었다. 3세트까지 잘 싸우고도 세트 스코어 1-2로 밀린 현대캐피탈은 4세트 들어 앞선 세 세트의 경기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세트 스코어 3-1(21-25 25-23 25-23 25-15) 승리를 거두며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승점 3을 추가한 대한항공은 승점 67(22승11패)가 되며 2위 우리카드(승점 60, 20승11패)와의 승점을 7까지 벌렸다. 우리카드가 대한항공보다 두 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두 경기에서 승점 6을 챙기더라도 순위가 역전되진 않는다. 대한항공이 선수 수성에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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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 초반부터 주 공격수 역할을 해낸 임동혁이 팀내 최다인 17점을 몰아쳤고, 정한용이 11점, 김규민과 정지석이 각각 10점을 보탰다. 선발 멤버 중 절반을 바꿔도 일정한 경기력을 구현해내는 대한항공의 뎁스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반면 승점을 추가하는 데 실패한 현대캐피탈은 승점 44(14승18패)에 그대로 머물며 3위 OK금융그룹(승점 52), 4위 한국전력(승점 47), 5위 삼성화재(승점 45)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승패마진이 5할이 넘는 나머지 세 팀에 비해 승패마진이 –4인 현대캐피탈로선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승률 5할을 채울 수 있다. 승점이 동률이 될 경우엔 승패로 순위를 따지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에겐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봄배구 진출을 결정짓는 벼랑 끝 승부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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