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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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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규, 남자 피겨 최초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 쾌거!'…애국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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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피겨가 또 하나의 쾌거를 일궈냈다.

차준환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서민규(16·경신고 입학예정)가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론 사상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시즌 초만 해도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입상권에 들지 못했던 서민규가 쑥쑥 성장해 주니어 세계선수권 시상대 맨 위를 차지하고 말았다.

서민규는 2일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3.54점, 예술점수(PCS) 76.72점을 획득, 총점 150.17점을 기록했다. 서민규는 프리스케이팅만 놓고 보면 나카타 리오(일본·151.71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쇼트프로그램 점수 80.58점(개인 최고점)을 더한 합계 점수에서 230.75점을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민규는 쇼트프로그램에선 1위를 차지했다.

은메달은 나카타(229.31점)에게 돌아갔다. 아담 하가라(슬로바키아·225.61점)가 동메달을 손에 쥐게 됐다.

나카무라 순스케(일본)가 215.46점으로 4위,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에 오르며 서민규를 바짝 추격했던 프랑스와 피토(프랑스·214.95점)가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이어 서민규와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이재근이 212.22점으로 6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자 피겨는 이번 대회에서 서민규와 이재근의 동반 활약을 바탕 삼아 내년 헝가리 데브레첸 대회에선 총 3장의 쿼터를 받아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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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점프 실수가 있었지만 다른 경쟁자들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실수가 가장 적었던 서민규가 번쩍번쩍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게 됐다.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에 맞춰 몸을 움직인 서민규는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9.30)를 깔끔하게 착지하며 수행점수(GOE) 1.37점 가산점을 얻고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악셀(기본점수 8.00)을 시도하다가 스텝이 꼬인 탓에 한 바퀴만 돌고 내려왔다. 기본점수도 1.10으로 확 내려갔고 GOE는 -0.05점이 나왔다.

그러나 서민규는 흔들리지 않고 나머지 기술 요소들을 차근차근 해나갔다.

3번째 점프인 트리플 루프(기본점수 4.90)에서 GOE 0.98점을 따낸 서민규는 플라잉 카멜 스핀(기본점수 3.20점)을 최고 레벨인 난도 4로 처리하며 GOE 0.87점을 추가했다. 코레오 시퀀스(기본점수 3.00)도 완벽하게 해내 GOE 1.79점을 얻었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기본점수 3.50)에서도 레벨 4를 찍으면서 GOE 1.15점을 넣었다.

프리스케이팅 4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기본점수 9.50) 콤비네이션 점프도 실수 없이 마치며 GOE 1.29를 얻은 서민규는 가산점 10%가 주어지는 연기 후반부에 점프 3개를 몰아넣으며 고득점 완성을 위해 달렸다.

트리플 러츠(기본점수 6.49), 트리플 플립-더블 악셀-더블 악셀-시퀀스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3.09)에서 GOE를 각각 1.26점, 1.14점 따낸 서민규는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살코 단독 점프(기본점수 4.73)에서도 0.98점의 GOE를 보태면서 프리스케이팅 점프 7개를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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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마지막 연기인 체인지 풋 싯 스핀(기본점수 3.00)을 GOE 0.86점 추가로 마무리하고 연기를 마쳤다.

링크에 인형과 꽃이 쏟아졌다. 16살 한국 소년의 환상적인 연기에 타이베이 아레나가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서민규도 큰 아쉬움이 없는 듯 미소로 답하며 키스 앤드 크라이존으로 이동했다. 프리스케이팅 점수 150.17점이 발표될 때만 해도 정확한 최종 순위를 몰라 담담한 표정을 지었던 그는 합계 1위를 알리는 자막이 나오자 코치 등 대표팀 관계자들과 부둥켜 안고 세계 주니어 챔피언의 감격을 마음껏 누렸다.

이로써 서민규는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에서 메달은 물론, 금메달을 획득하는 첫 선수가 됐다.

한국은 앞서 지난 2016년 데브레첸 대회, 2017년 타이베이 대회에서 현재 시니어 최강자인 차준환이 메달에 도전했으나 각각 7위와 5위에 머물러 입상엔 실패했다. 지난해 캐나다 캘거리 대회에선 얼마 전 평창 청소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현겸이 6위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그 만큼 피겨 강국들의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면 남자 싱글은 메달 획득이 힘든데 서민규가 처음 출전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단 번에 금메달을 따냈다.

다른 종목까지 합쳐도 한국 피겨의 주니어 세계선수권 메달은 이번이 7번째다.

앞서 '피겨 퀸' 김연아가 지난 2005년 캐나다 키츠너 대회에서 은메달, 2006년 슬로베이나 류블라나 대회에서 금메달을 여자 싱글 종목에서 거머쥐었다. 이어 '포스트 김연아' 1순위로 꼽히는 신지아가 2022년 에스토니아 탈린 대회, 지난해 캘거리 대회, 이번 타이베이 대회에서 여자 싱글 3회 연속 은메달 위업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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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회에선 임한나-취안 예 조가 아이스댄스에서 2위에 올라 국내 피겨의 저변을 넓혔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남자 싱글 첫 메달이 금메달로 나왔다. 주인공은 서민규가 됐다.

대부분의 피겨 선수들이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량을 쌓고 있고 있다. 하지만 서민규는 대구에서 훈련하며 서울을 오가는 특이한 케이스다. 서민규는 어머니인 김은주씨가 대구에서 20년 넘게 피겨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다수의 국가대표 상비군 등을 가르친 덕에 자연스럽게 어린 나이부터 피겨에 입문하게 됐다.

5살 때부터 은반 위에 오른 그는 8살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 생활에 돌입했다.

서민규는 최근인 2022-2023시즌부터 가파르게 성장해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2022년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체코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최종 4위)하며 가능성을 알린 그는 한 달 뒤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폴란드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생애 첫 국제대회 메달리스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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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주니어 그랑프리 태국 대회에선 쇼트프로그램 5위, 프리스케이팅 4위로 합계 5위에 그쳤으나 2주 뒤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튀르키예 대회에선 180도 달라진 경기력을 펼치며 깜짝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어 지난 1월 시니어 선수들까지 겨루는 국내 종합선수권 3위에 올라 한국 피겨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선수로 성장한 그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 쾌거를 달성했다.

서민규의 경우 2008년 10월14일에 태어났기 때문에 3달 보름이 부족해 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엔 출전할 수 없다. 그러나 2030 동계올림픽 등 지난해 시니어 세계선수권 준우승자 차준환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손색 없음을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알렸다.

서민규의 향후 과제는 4회전 고난도 점프를 안착시키는 일이 될 전망이다.

비록 주니어 세계선수권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선 나카타, 나카무라 등 일본 선수들이 4회전 점프를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 중 나카무라는 쿼드러플 토루프(기본점수 9.00)를 뛰어 GOE 1.90을 받았다. 난도가 높아 실패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성공하면 굉장한 고득점을 얻어 TES에서 다른 선수들 훌쩍 달아날 수 있다는 사실이 전날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잘 드러났다. 남자 선수는 특히 4회전 점프가 필수적인 상황이 됐기 때문에 서민규 역시 이를 습득해야 시니어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피겨는 지난달 청소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18세 김현겸과 함께 남자 피겨에서도 복수의 수준급 선수들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김현겸은 당시 대회에서 216.73점을 얻어 하가라, 리 얀하오(뉴질랜드)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한국은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싱글 신지아의 은메달에 이어 서민규가 새 역사를 쓰며 금메달을 획득, 2년 만에 두 명(팀)이 메달을 거머쥐는 '역대급' 대회로 남게 됐다. 신지아와 서민규는 내년에도 주니어 무대에서 활약하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어린 선수들이 경쟁을 펼칠 경우 내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도 좋은 기록을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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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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