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하는 서민규.대한빙상경기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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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피겨는 지난 10년간 차준환이 외롭게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무서운 후배들이 급성장하며 미래를 밝히고 있다. 이번에는 2008년생 서민규가 일을 냈다.
서민규는 '피겨퀸' 김연아 이후 무려 18년 만에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선수 중에서는 최초다. 차준환도 2017년 이 대회에서 5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ISU 세계 주니어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서민규는 기술점수(TES) 73.45점, 구성점수(PCS) 76.72점 등 합계 150.17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80.58점으로 1위에 올랐던 서민규는 총점 230.75로 1위 자리를 지켜내며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라섰다. 나카타 리오(일본)는 229.31점으로 2위다.
서민규는 "처음 출전한 세계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게 아직도 꿈만 같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기쁘다"며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하나 있어서 아쉽긴 했지만 뒤에 있는 과제에 하나하나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고, 완벽하게 소화해서 만족할 만한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그는 "노력의 결과로 1등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정말 기쁘다. 항상 응원해 주시고, 대만까지 와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민규의 금메달은 의미가 크다. 한국 남자 피겨계는 휘문중학교 재학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차준환이 종합선수권 8연패를 차지할 정도로 10년 가까이 경쟁자 없이 독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차준환을 이을 황금세대가 줄줄이 등장하며 '남자 피겨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서민규와 함께 2006년생 김현겸, 2005년생 임주헌이 핵심 멤버다.
서민규는 국내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3위, 전국동계체육대회 중등부 금메달에 이어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남자 싱글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피겨 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남자에서 차준환에 이어 싱글 2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기대주는 '차준환 키즈' 김현겸.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남자 싱글·단체전 2관왕을 차지하며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남긴 김현겸은 앞서 지난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차준환(2016~2017년 동메달)이 세운 역대 최고 성적을 뛰어넘은 은메달을 목에 걸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임주헌도 부상 악몽에서 회복하며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캐나다에서 피겨를 시작해 기본기와 기술이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임주헌은 2021년 발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인 대회 출전은 지난해부터다. 하지만 곧바로 일본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대회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이어진 주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성공했다. 또 첫 시니어 무대인 CS 데니스 텐 메모리얼 챌린지에서도 우승하며 차준환 이후 ISU 챌린저 시리즈에서 우승한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여자 피겨 에이스 신지아는 2022년부터 정상에 도전했으나 3년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지아는 지난 1일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8.95점을 받아 최종합계 212.43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218.36점을 받은 시마다 마오(일본)에게 밀려 2위에 올랐다.
한국 피겨 르네상스 뒤에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도 있다. 2008년부터 국가대표팀 후원사인 KB금융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김연아, 차준환, 이해인 등 스타 선수들이 배출됐다. 9년째 이어지고 있는 '꿈나무 장학 프로그램'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민규, 신지아 등 훈련 비용을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어린 선수들은 지난해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서 8차례나 시상대에 올랐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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