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손흥민이 지난 2년간 실패했던 10-10(10골-10도움) 기록에 도전한다.
2020-21시즌 리그에서 1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10-10을 달성한 손흥민은 이후 두 시즌 연속 10-10에 실패했다. 심지어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2시즌에도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당시 손흥민의 기록은 23골 7도움이었지만 3개의 도움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3년 만에 10-10을 달성할 가능성이 생겼다. 손흥민이 아쉬웠던 지난 시즌을 딛고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득점왕에 올랐던 2021-22시즌, 손흥민은 시즌 초반보다 후반부에 폼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리그 초반부터 많은 득점을 터트리며 득점 순위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10-10은 절대 쉬운 기록이 아니다. 한 시즌에 득점과 도움을 동시에 10개 이상 기록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무리와 연계 모두에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PL)에서 유일하게 10-10을 달성한 올리 왓킨스가 찬사를 받고, 국가대표팀에 발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손흥민은 10-10을 달성할 능력이 충분한 선수다. 득점력과 연계가 모두 좋은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합류 초반에는 득점에 집중했지만, 점차 능력을 끌어올린 뒤 2019-20시즌 11골 10도움, 2020-21시즌 17골 10도움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도 10-10에 가까워지고 있다. 손흥민은 이미 리그에서 14골을 뽑아냈고, 도움도 8개나 기록했다. 2개의 도움만 더 적립한다면 손흥민은 3년 만에 10-10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손흥민 외에도 이번 시즌 10-10 달성이 유력한 선수는 리버풀의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다. 살라는 이번 시즌 지금까지 15골 9도움으로, 손흥민보다 득점과 도움 모두 한 개씩 더 기록했다. 또한 부카요 사카(아스널, 13골 8도움)와 콜 팔머(첼시, 11골 8도움) 등도 유력 후보다.
손흥민은 당장 최근 두 경기에서 2골 2도움을 올렸다.
앞서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PL 26라운드에 출전해 자신의 리그 13호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최근 열린 리그 28라운드 경기에서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홋스퍼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내내 그랬듯 높은 수비라인과 압박 강도를 유지하며 경기를 운영했다. 빌라가 후방에서 공격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고, 공을 빼앗으면 그 위치에서부터 바로 역습을 시도했다. 최전방에 있는 손흥민은 물론 2선 자원들과 수비수들까지 모두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빌라는 토트넘 맞춤 전술을 준비해서 반격했다. 스타팅 포메이션과 달리 빌라는 후방에 세 명의 센터백을 배치해 수비를 강화했고, 발이 빠른 측면과 전방 자원들을 활용해 속도 있는 역습을 펼치는 '실리 축구'를 선택했다. 두 팀은 팽팽한 양상을 보였으나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공격을 이끌었다. 밑으로 내려와 공을 받아주거나 측면으로 빠져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동료에게 패스를 건네는 등 팰리스전과 마찬가지로 연계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에는 도움도 기록했다. 제임스 매디슨의 벼락 같은 선제골로 리드를 잡고 3분이 흐른 뒤 손흥민은 정확한 패스로 브레넌 존슨의 추가골을 도왔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도움을 받은 존슨의 추가골 덕에 빌라의 추격 의지를 꺾고 격차를 벌렸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수적 우위를 점한 뒤 더욱 살아났다. 빌라의 미드필더 존 맥긴이 후반전 중반 데스티니 우도기에게 거친 파울을 시도해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토트넘에 여유가 생겼고, 토트넘은 기세를 몰아 후반전 추가시간 손흥민의 득점으로 쐐기를 박았다.
당시 손흥민은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내준 컷백 패스를 날카로운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리그 14호골. 앞서 비슷한 상황에서 쿨루세브스키는 손흥민을 외면하고 직접 골문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넘겨 손흥민의 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이전 상황에서 쿨루세브스키가 자신에게 공을 주지 않자 크게 화를 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나, 만약 손흥민에게 패스가 향했다면 손흥민은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이 장면이 조명됐다. 영국 '풋볼 런던'은 "토트넘은 쿨루세브스키의 슈팅이 크게 빗나간 상황에서 추가골을 터트릴 기회가 있었다. 패스를 요구하며 손을 들었던 손흥민은 쿨루세브스키가 자신을 무시하고 슈팅을 시도한 것을 보고 화를 냈다"며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다행히 쿨루세브스키는 다음 번 기회에서 손흥민에게 패스를 했고, 손흥민은 이를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해 팀의 세 번째 골을 터트렸다.
'풋볼 런던'은 "두 선수는 추가시간에 골을 합작했다. 쿨루세브스키가 앞서 손흥민을 무시한 것을 속죄하며 손흥민에게 컷백 패스를 보냈고, 손흥민은 이 패스를 받아 득점했다. 손흥민은 득점 후 쿨루세브스키에게 감사를 표했고, 원정팬들에게 달려가 쿨루세브스키와 함께 세리머니를 펼쳤다"고 했다.
경기가 끝나기 전 손흥민이 다시 한번 번뜩였다. 후반 추가시간 4분 티모 베르너의 골을 도우며 경기 두 번째 도움, 그리고 자신의 리그 8호 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베르너의 득점 이후 베르너가 세리머니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데뷔골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베르너를 위한 주장 손흥민의 배려였다.
토트넘이 만든 4골 중 3골에 관여한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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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팀도 '싹쓸이'했다. 빌라전 활약 덕에 손흥민은 'BBC'의 축구 전문가 크룩이 선정한 PL 이주의 팀에 이름을 올렸다. 크룩은 공격진에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대니 잉스와 함께 손흥민을 뽑았다.
크룩은 손흥민에 대해 "1골 2도움이 모든 걸 말해준다. 경기가 시작된 순간부터 승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빌라를 상대로 손흥민이 보여준 원터치 마무리는 손흥민의 다재다능함을 입증했다. 손흥민은 자신만의 골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박스 안에서도 여우가 될 수 있다"라며 손흥민을 칭찬했다.
또 "나는 손흥민이 이번 시즌 팀의 주장으로 임명된 게 그를 더욱 팀 플레이어로 만들었다고 느꼈다. 존슨과 베르너를 도운 그의 어시스트는 빌라를 파괴했다"라며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찬 뒤 더욱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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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과 잉글랜드의 레전드 공격수 출신 앨런 시어러도 "빌라는 손흥민을 감당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2골을 어시스트하고 1골을 직접 넣으며 클래스를 보여줬다"라며 손흥민을 이주의 팀 일원으로 발탁했다.
시어러의 선택을 받아 3-4-3 전형에서 왼쪽 윙어에 배치됨에 따라 손흥민은 올시즌 총 4번째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선정한 이주의 팀 멤버에 뽑혔다.
올시즌 손흥민의 첫 이주의 팀 발탁은 지난해 9월 4라운드 번리전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 나와 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5-2 대승을 이끌면서 시즌 첫 이주의 팀에 뽑혔다. 이후 6라운드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2골을 터트리며 2-2 무승부를 만들어 또 다시 이주의 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9라운드 풀럼전에서도 1골 1도움을 올려 이주의 팀에 뽑힌 손흥민은 오랜 시간 시어러의 외면을 받다가 빌라 원정에서 공격포인트를 3개나 올리며 올시즌 통산 4번째 이주의 팀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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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도 28라운드에 출전한 모든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중 손흥민을 최고의 선수로 뽑으며 베스트 11에 포함시켰다. 매체가 각 포지션 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11명을 뽑은 가운데, 손흥민은 11명 중 가장 높은 평점 9.35를 받았다.
흔히 말하는 '스탯 세탁'도 아니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토트넘의 승리를 이끌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을 기준으로 손흥민은 패스 성공률 86%, 기회 창출 2회, 상대편 박스 내 터치 8회, 드리블 성공 1회(2회 시도), 태클 성공 1회, 리커버리 1회 등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슈팅 두 번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그리고 그중 하나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자신의 장점인 뛰어난 골 결정력도 선보였다. 평점은 최고점인 9점이었다.
평가도 좋았다. 영국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을 주며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팀을 위해 꾸준히 스프린트를 시도했고, 존슨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이후 베르너의 네 번째 골을 돕기 전 자신의 득점도 터트렸다. 진정한 주장의 퍼포먼스였다"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 힘차게 날아올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스포츠 탈장과 안와골절 부상 등으로 인해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10골 6도움을 기록했다. 부상을 털어낸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손흥민이다. 지난 시즌 손흥민을 따라다니던 부진 꼬리표는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손흥민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어했다.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댄 킬패트릭은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빌라 파크에서 승리한 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완벽한 선수'가 되고 싶어한다"라며 손흥민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나 혼자 이뤄낸 게 아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도움이 있었다. 다들, 특히 감독님이 나를 많이 도와주신다. 감독님은 나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준다. 여기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나는 감독님께 완벽한 선수가 되고 싶고, 완벽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냐고? 감독님께 질문할 수 있겠지만, 나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과 함께 4위 진입을 노린다. 승점 6점이 걸린 경기였던 빌라전에서 승리하면서 토트넘은 빌라보다 한 경기 덜 치른 채 승점 2점 차로 빌라의 뒤를 바짝 쫓게 됐다. 다음 라운드 결과에 따라 토트넘과 빌라의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중요한 일전들이 토트넘을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은 이달 풀럼전과 루턴 타운전을 치른 뒤 다음달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이라는 강적들을 만난다. 토트넘의 4위 경쟁도, 이번 시즌 PL 우승 경쟁도 4월에 갈릴 전망이다.
한편 이날 손흥민은 경기 외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보여준 행동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팬들은 손흥민이 경기장 위에서 보여준 행동을 확인하고 'PL이 그를 품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라며 손흥민이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고 팬들이 보인 반응을 공개했다.
'더 선'은 "손흥민은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눈길을 사로잡은 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손흥민이 보인 행동이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원정팬들에게 인사했고, 손흥민은 라커룸으로 향하던 도중 경기장 위에 쓰레기가 놓인 걸 발견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은 청소부에게 쓰레기를 맡기는 대신 스스로 이를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쓰레기를 줍기 위해 잠시 멈췄다. 이후 두 번째 쓰레기도 주워 터널로 향하면서 쓰레기를 버렸다"면서 "손흥민의 겸손한 행동에 팬들이 깜짝 놀랐다"며 팬들의 반응을 공개했다.
매체에 의하면 팬들은 "PL은 손흥민을 품을 자격이 없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축구계에서 손흥민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손흥민은 말 그대로 축구계에서 가장 친화적인 사람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국 뿐만 아니라 라커룸 청소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손흥민의 선행에 박수를 보냈다. 월드슈퍼사커는 "토트넘은 후반에만 4골을 넣어 4-0 승리했다. 손흥민은 세 번째 골을 넣었다. 하지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경기 후 따로 일어났다"라며 "손흥민은 경기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떠났다"라고 전했다.
이어 "토트넘과 한국의 캡틴인 손흥민을 향한 팬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손흥민을 진정한 리더로 평가했으며,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인지 겸손한 행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라면서 "손흥민보다 훌륭한 인격을 가진 선수는 없다"라고 인정했다.
사진=연합뉴스, BBC, 프리미어리그, 후스코어드닷컴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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