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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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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의 패배’로 정규리그 1위 내준 우리카드의 찬란했던 2023∼2024시즌…선수단 다 갈아엎고도 위닝팀 만든 ‘신영철 매직‘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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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는 지난 12일 현대캐피탈전을 이기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 확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정규리그 1위 확정을 16일 삼성화재전으로 미뤄야 했다.

다시 한 번 얻은 정규리그 1위 확정의 기회. 풀세트 접전 승리로 승점 2를 챙겨도 정규리그 1위 확정이 가능했던 우리카드는 4세트까지 두 세트씩 나눠가지며 5세트에 돌입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한 끝에 삼성화재가 14-13 매치포인트에 도달했다. 서버는 우리카드의 오타케 잇세이. 범실이 나오면 그대로 정규리그 1위 확정이 끝나는 상황에서 연타로 맞춰넣을 것으로 보였으나 잇세이는 강하게 서브를 날렸고, 김우진의 리시브는 세터 노재욱 머리 위가 아닌 관중석으로 향하며 서브득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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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으로 듀스 승부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우리카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새드엔딩이었다. 삼성화재는 요스바니(쿠바)의 백어택으로 다시 15-14 매치포인트에 도달했고, 손태훈이 잇세이의 백어택을 가로막아 기어코 세트 스코어 3-2 승리를 거머쥐며 우리카드의 정규리그 1위 확정을 무산시켰다. 승점 1을 쌓는데 그친 우리카드는 승점 70(23승13패)로 대한항공(승점 71, 23승13패)에 승점 1 차이로 정규리그 1위를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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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통한의 패배’로 챔프전 직행 티켓을 놓쳤지만, 우리카드의 올 시즌은 큰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카드는 선수단을 크게 뒤집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토종 에이스 나경복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한 게 그 시작이었다. 이에 신영철 감독은 주전 세터였던 황승빈을 KB손해보험에 내주고, 리시브 능력이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 한성정을 데려왔다. OK금융그룹과의 트레이드로 리시브가 좋은 송희채를 내주고 공격력이 돋보이는 송명근을 데려오며 아웃사이드 히터진을 정리했다.

외국인선수 뽑기 운도 좋지 않았다.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는 맨 마지막 순위인 7순위에 걸려서 오타케 잇세이(등록명 잇세이)를 뽑았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6순위로 마테이 콕(등록명 마테이)를 데려온 것이 전력 보강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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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세터였던 황승빈을 내준 것은 고졸 2년차 세터 한태준을 믿었기에 가능했다. 180cm의 단신에 수성고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에 곧바로 나서 경험도 일천했던 한태준이지만, 신영철 감독은 그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한태준에게 주전 세터라는 중책을 맡겼다.

시즌 전 우리카드는 하위권 후보로 지목됐고, 신영철 감독 스스로도 “우리가 꼴찌 후보”라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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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우리카드는 고공행진을 계속 했다. 베일에 가려졌던 한태준의 경기 운영과 토스 능력은 정상급 세터 수준이었다. 기본기가 아쉽다던 마테이도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나경복 대신 토종 에이스 역할을 수행한 김지한의 활약도 여느팀 토종 에이스 부럽지 않았다.

모든 퍼즐이 딱딱 들어맞으면서 우리카든 시즌 내내 선두권을 질주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한 대한항공을 순위표 아래에 두며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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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우리카드에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달 초 마테이가 훈련 도중 발목이 돌아가 발목인대 파열로 시즌아웃 됐다. 트라이아웃 제도 하에서 마테이의 존재감을 채워줄 외국인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신영철 감독은 일본리그에서는 아포짓으로 뛰었으나 V리그에서는 주로 미들 블로커로 활용하던 잇세이에게 아포짓을 맡기고, 무뎌진 공격력 보강을 위해 벤치를 주로 지키던 송명근을 활용했다. 지난 6일 대한항공을 상대로 3-0 완승을 일궈내며 리빌딩 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기적이 눈앞에 오는 듯 했다.

시즌 마지막 두 경기를 내리 패하며 정규리그 1위 확정을 놓친 우리카드는 이제 플레이오프부터 봄배구를 시작한다. 우리카드는 23일부터 열리는 3전 2승제 플레이오프에서 21일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의 준플레이오프 승자와 맞붙는다. 한끗 차이로 정규리그 1위를 놓친 우리카드가 플레이오프를 뚫고 대한항공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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