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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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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빵 사들고 로버츠 찾아갔다… 로버츠는 먹방으로 화답, 다시 뭉친 그 멤버들 ‘고척 화기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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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역사적 첫 선수였던 류현진(37한화)은 LA 다저스와 인연이 깊다. 자신의 11년 메이저리그 생활 중 7년을 LA 다저스 소속으로 뛰었다. LA 다저스의 핵심 선발 투수로 활약했고, 어깨 수술이라는 투수로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부상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케이스다.

그런 류현진이 다저스를 다시 찾았다. 류현진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예정인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를 앞두고 고척돔을 찾았다. 이번 고척돔 시리즈에서 방송 진행을 맡을 아나운서 출신 아내 배지현 씨와 함께였다. 류현진은 전날까지만 해도 KBO리그 시범경기 탓에 소속팀 한화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가 19일로 종료됐고, 류현진은 잠시 시간을 내 이틀간 서울시리즈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류현진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하며 다저스를 떠났다. 류현진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토론토와 4년 계약을 모두 마쳤고,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잔류와 친정팀 한화 복귀를 고민하다 한화와 8년 계약에 합의하며 메이저리그에서의 경력을 마쳤다. 다저스를 떠난 지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셈이다. 하지만 다저스에서는 류현진이 환하게 웃을 만한 선수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류현진은 다저스 더그아웃으로 가 동료들이 훈련을 하러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이날은 샌디에이고가 먼저 훈련을 하고, 그 다음 다저스 선수들이 나와 훈련을 했다. 류현진은 다저스 선수들이 나오기 전 먼저 반가운 인물들과 마주쳤다. 자신이 다저스에 있던 시절 가족처럼 지냈던 프런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도 있었다.

류현진이 있던 시절 프리드먼 사장은 단장으로 영입된 인사였고, 2019년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에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하는 승부수로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류현진은 이제 막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뒤 메이저리그에서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2018년 15경기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1.97의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류현진도 아직 부상에서 완벽하게 탈출한 것을 증명하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다저스와 류현진이 서로 1년 계약을 하면서 윈윈을 한 셈이다. 다저스는 확신을 가질 만한 선수와 재계약했고, 류현진은 FA 1년 재수를 선탁하며 2019년 29경기에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해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른 뒤 FA 시장에 다시 나가 대박을 쳤다.

류현진과 프리드먼 사장은 어깨동무를 하기도 하는 등 친근함을 뽐냈다. 같이 한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류현진과 프리드먼 사장의 우애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류현진의 시선이 향한 곳은 권력자(?)만이 아니었다. 팀의 트레이너, 프런트, 지원 인력 등과도 일일이 악수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저스 시절 안면이 깊은 현지 지역 언론 기자들과도 인사를 하며 모처럼 옛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나오자 더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프레디 프리먼과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류현진과 프리먼은 같은 팀에서 뛴 기간은 없지만 오랜 기간 내셔널리그에서 마주했던 선수들이었다. 류현진이 뛰던 시절에도 다저스에 있었던 크리스 테일러는 오랜 시간 류현진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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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옛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등장했다. 로버츠 감독과 류현진은 인연이 깊다. 로버츠 감독은 2016년부터 다저스 지휘봉을 잡아 지금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류현진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보여주며 그의 재기를 도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보자 환한 미소로 반가워했다. 류현진도 마찬가지였다. 류현진은 다저스에 있던 시절 두 감독(돈 매팅리, 데이브 로버츠)와 같이 했는데 기간은 모두 비슷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한참 이야기를 나눈 류현진과 로버츠 감독은 짧을 수밖에 없는 인사 시간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할 이야기가 많은 듯했다. 로버츠 감독이 훈련을 봐야 하기 때문에 너무 오래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고, 대신 류현진은 자신이 대전에서 직접 사온 빵을 선물했다. 대전 지역 유명 빵집의 빵이었다. 류현진은 수량을 종류별로 넉넉하게 챙겨 로버츠 감독을 비롯한 다저스 관계자들에게 선물했다.

류현진은 이에 대해 “그래도 내가 지금 대전에 있고 그래도 유명한 게 이 빵집이고 맛이 있으니까 (선물용으로) 사왔다”고 웃었다. 로버츠 감독의 리액션도 탁월했다. 보통 선물을 받아 감독실로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더그아웃 그 자리에서 직접 빵을 먹으며 ‘맛있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지만, 서울시리즈에서는 어쩌면 서울의 정을 따르고 있었을지 모른다.

사실 양자의 만남이 미리 예고된 것 같지는 않다. 류현진과 로버츠 감독의 연락이 원활할 수는 없었던 까닭이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17일 키움 히어로즈와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 당시 류현진의 이름을 꺼냈다. 류현진이 한국에 있으니 재회를 기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에 대해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류현진을 만나고 싶으니 기사를 보게 되면 연락을 주기 바란다”고 유쾌하게 웃어 넘겼다. 서울에서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좋아했다. 재미있는 사람이고, 또 뛰어난 선수였다. 우리 팀 동료로 남았으면 좋았을 것이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 KBO 리그에서 계속 뛸 수 있게 됐다니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라고 류현진의 미래를 응원했다.

두 사람의 연락은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어졌다. 이날 류현진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뒤였다. 수비 실책성 플레이로 2실점하기는 했으나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정규시즌을 앞둔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류현진은 경기 후 취재진으로부터 로버츠 감독의 말을 전해 들었고, “연락은 드려봐야겠지만 전화번호를 모른다.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을 통해 류현진의 이야기는 로버츠 감독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류현진이 당신의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하더라”는 말에 로버츠 감독은 “전화번호를 류현진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다. 내 전화번호는 7, 6, 0…”이라고 말하다 웃어 폭소를 자아냈다. 실제 760으로 시작하는 로버츠 감독의 전화번호였던 것이다. 그리고 연락처를 받았는지 서로 연락이 닿았고, 류현진이 이날 고척돔을 찾으며 만남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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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다. 보스턴 시절 스타로 활약한 로버츠 감독은 2016년 시즌을 앞두고 거대 공룡인 LA 다저스의 사령탑에 올랐다. 다저스는 항상 성적에 대한 압박이 있는 팀으로 감독은 고독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런 로버츠 감독은 특유의 사교성과 강단을 앞세운 선수단 장악으로 다저스 스타 군단을 이끌어나갔다. 그리고 그 로버츠 감독 부임을 즈음해 부상으로 고전하던 선수가 류현진이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기량을 한눈에 알아봤고, 이후 꾸준히 기용하며 류현진의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2018년과 2019년 2년간 활약하며 로버츠 감독에 큰 힘이 됐다. 2019년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으로 개막전 선발 출전이 좌절되자 개막전 선발로 류현진을 낙점한 이도 바로 로버츠 감독이었다.
2006년 한화에서 KBO리그 무대에 데뷔해 KBO리그 최고 선발 투수,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 최고 선발 투수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린 류현진은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7년을 뛰어 포스팅 자격을 얻었고, 2012년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전망은 엇갈렸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사례가 없었다. 비교할 만한 전례가 없었던 셈이다. 박찬호를 비롯해 성공한 선수들은 모두 고교 졸업 후 태평양을 건넌 이들이었다.

이에 류현진이 좋지 않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의 대박이었다. 당시 포스팅시스템은 현재와 다르게 최고액을 적어낸 팀이 독점 협상권을 가지는 구조였다. 그리고 그 최고액을 적은 팀은 바로 LA 다저스였다. “포스팅 금액으로 500만 달러만 나와도 성공”이라던 이 포스팅 전쟁은 다저스의 적극적인 구애 속에 약 2573만 달러까지 뛰어 올랐다. 지금도 이 기록은 KBO리그에서 깨지지 않고 있다. 류현진은 이후 다저스와 개인 협상을 벌여 6년 3600만 달러에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런 류현진은 2014년까지 활약했으나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어깨 수술을 받아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다. 이 부상은 2016년까지 이어졌고, 2017년에도 예전의 기량을 찾지 못해 고전했다. 심지어 불펜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때 류현진은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과 프런트를 뒤로 하고 있었고, 로버츠 감독도 그중 하나였다. 류현진에게는 한 명의 은사인 셈이다.

한편 류현진은 다저스를 만난 소감에 대해 “아무래도 내가 오래 했던 팀이 와서 (서울시리즈 경기를) 하다 보니까 되게 기쁜 것 같다. 오래간만에 선수들을 만나서 인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반겼다. 메이저리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대해서는 “김하성 선수 같은 경우에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선수다. 본인이 하던 대로만 하고 다치지 않으면 충분히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덕담을 전했다. 김하성은 다저스와 서울시리즈 경기를 치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이다.

이어 류현진은 아내가 모처럼 방송을 하러 온 것에 대해 “두 경기 동안 살짝 스페셜로 하는 것 같은데 오래간만에 해서 긴장한 것 같아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사랑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또한 “한국 경기만 보시다가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기 때문에 살짝 축제식으로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편 이날 고척스카이돔에는 류현진 뿐만 아니라 일본과 전 세계 최고 스타들이 모였다. 샌디에이고 특별 고문인 박찬호는 계속해서 고척돔을 찾아 방송 및 샌디에이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찬호는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부터 일어나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시구로 공 1개만 던지려는 계획이 마치 1경기를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된다. 조금 더 의미를 갖게 된다. 아마도 너무 뜻 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시구 의미를 다지면서 “30년 전에는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마이너리그 있을 때부터 하루하루가 어려웠지만 정말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배우고 헤쳐 나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일들을 통해 성장했고 내가 성장한 결과가 30년 후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서 감명 깊게 생각한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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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보스턴 마이너리그 시절 친분이 깊은 잰더 보가츠와 만나기 위해 고척돔을 찾았다. 보가츠는 타격훈련을 하다 잠시 쉬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홈플레이트 뒤편에 서 있던 쿠에바스를 찾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쿠에바스는 “내가 보가츠와 친해 보이나요?”라 농담을 던지며 친분을 과시했다.

메이저리그 홍보대사 자격으로 방한한 CC 사바시아와 애덤 존스와 같은 스타 출신 선수들도 눈에 들어왔다. 사바시아는 메이저리그 통산 19시즌 동안 251승을 거둔 대투수다. 또한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또한 이날 경기를 찾아 관계자들과 서울시리즈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은 물론 허구연 KBO 총재와도 만났다. 일본 쪽에서는 마쓰자카 다이스케, 우에하라 고지, 후지카와 규지 등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전설적인 투수들이 찾아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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