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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저조한 득점 지원에 불안한 수비까지…천하의 코리안 몬스터도 어쩔 도리 없었다 [MK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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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득점지원에 불안한 수비까지. 4188일 만에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KBO리그 정규시즌 마운드를 밟았지만, 팀 동료들은 그를 전혀 돕지 못했다.

류현진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

KBO 정규리그 경기에 류현진이 출격한 것은 지난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4188일 만이었다. 개막전으로 범위를 좁히면 2012년 4월 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4368일 만이자 통산 6번째(2007년, 2008년, 2009년, 2011년, 2012년, 2024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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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에서 웃지 못한 류현진.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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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잠실 LG전에서 패전의 멍에를 짊어진 류현진.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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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날 류현진의 최종 성적은 3.2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 2자책점. 팀이 2-5로 뒤진 상황에서 강판된 류현진은 끝내 한화가 동점을 만들지 못하고 2-8로 무릎을 꿇음에 따라 패전도 떠안게 됐다. KBO 개인 통산 53패(98승)째다.

이번 경기에서 류현진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50km까지 찍혔으나, 장점이었던 ‘칼날 제구’가 흔들리며 3개의 볼넷을 내줬다. 탈삼진은 단 한 개도 뽑아내지 못할 정도로 평소 그답지 않은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패배의 원인을 류현진에게만 돌리기에는 가혹한 면이 있다. 그가 흔들리기 전 한화 타선이 흐름을 가져올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살리지 못했고, 무너지기 직전에는 결정적인 수비 실책을 범하는 등 류현진을 전혀 돕지 못한 까닭이다.

먼저 공격 쪽을 살펴보자. 1회초 1사 후 요나단 페라자가 2루수 방면 내야 안타를 치며 출루한 뒤 도루로 2루를 노렸지만, 상대 포수 박동원의 정확한 송구에 가로막혔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2회초였다. 노시환의 볼넷과 채은성의 중전 안타로 무사 1, 2루가 연결된 가운데 후속타자 문현빈이 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LG 수비진은 이를 대비해 번트 시프트를 펼치고 있었다. 전진해 있던 3루수 문보경은 재빨리 3루 베이스를 밟고 있던 유격수 오지환에게 공을 뿌렸고, 주자 진루 없이 아웃카운트만 하나 올라갔다. 이어 후속타자 김강민도 6-4-3(유격수-2루수-1루수) 병살타에 그치며 한화는 기선제압을 할 수 있었던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경기 후 ‘적장’ 염경엽 감독이 “2회초 첫 위기에서 번트 시프트를 통해 주자를 잡아주는 조직력을 보여주며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던 것이 컸다”고 말할 정도로 한화에게는 땅을 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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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잠실 LG전에서 한화 류현진이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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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로 뒤진 채 맞이한 3회초에도 한화는 크게 웃지 못했다. 하주석의 우익수 방면 2루타와 최재훈의 우전 안타로 무사 2, 3루가 만들어졌으나 정은원이 2루수 내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다행히 후속타자 페라자가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며 빈공에 마침표를 찍는 듯 했으나, 계속된 1사 2, 3루에서 중심 타자들인 안치홍(3루수 땅볼), 노시환(삼진)이 모두 침묵을 지켰다.

1-2의 스코어가 이어지던 4회초 역시 한화에게는 두고 두고 아쉬울 만한 장면이었다. 채은성의 중전 안타와 문현빈의 볼넷, 김강민의 우전 안타로 무사 만루가 연결됐지만, 하주석이 투수 땅볼에 그치며 홈으로 파고들던 채은성이 아웃됐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는 후속타자 최재훈이 밀어내기 사구를 얻어내며 경기 균형을 맞췄지만, 정은원의 2루수 땅볼에 홈으로 파고들던 하주석이 아웃됐다. 이후 후속타자 페라자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며 역전에 실패한 한화다.

수비도 류현진을 지원하지 못했다. 4회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문보경(1루수 땅볼)과 박동원(유격수 땅볼)을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이어 문성주에게는 볼넷을 범했으나, 신민재를 2루수 땅볼로 이끌며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 했다.

하지만 2루수 문현빈은 이를 뒤로 흘리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고, 끝나야 할 상황은 2사 1, 3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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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잠실 LG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한화 문현빈.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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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빈의 실책이 나온 뒤 류현진이 수비진을 진정시키고 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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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 수 모두에서 지원이 따르지 않자 류현진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박해민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고, 박해민의 2루 도루로 계속된 2사 2, 3루에서는 홍창기에게도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불안한 수비는 끝까지 류현진을 괴롭혔다. 이어 김현수에게도 좌전 안타를 헌납했는데, 좌익수 정은원은 이를 한 번 더듬었고, 그 사이 홍창기는 3루에 안착했다. 결국 한화 벤치는 류현진 대신 이태양을 마운드로 불러 올렸다. 이태양이 승계 주자들에게 홈을 내주지 않으며 자책점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류현진에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이후에도 한화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뒤이어 등판한 이태양(1.1이닝 1실점)-김기중(0.2이닝 무실점)-한승혁(0.1이닝 무실점)-이민우(0.2이닝 1실점)-한승주(1.1이닝 1실점)는 안정감을 주지 못했고, 타선의 침묵도 길어졌다.

그렇게 2006년부터 2012년까지 KBO리그 190경기에서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써냈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불렸던 류현진은 4188일 만의 KBO 정규리그 복귀전에서 패전의 쓴맛을 보게 됐다.

류현진은 경기 후 “그동안 준비를 잘 해왔고 오늘 날씨도 좋았기 때문에 구속이나 컨디션은 괜찮았다. 다만 제구가 좋지 않았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며 ”오늘 와 주신 팬 분들께 시즌 첫 승리를 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 다음 경기에는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반등을 예고했다.

이제 류현진은 한화의 홈 개막전이기도 한 29일 대전 KT위즈전에 등판해 KBO 복귀 첫 승이자 개인 통산 99번째 승리를 정조준할 전망이다. 과연 복귀 첫 경기에서 류현진을 전혀 돕지 못한 한화의 야수진이 29일에는 화끈한 지원사격을 퍼부어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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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29일 대전 KT전에서 KBO 통산 99승째를 수확할 수 있을까.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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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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