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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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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8.36 무너진 몬스터 류현진, 야구인생 최대 부진 원인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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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 한화)이 야구인생 최대의 부진을 겪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로 꼽히는 류현진의 2024 시즌 초반 KBO리그 적응 과정이 혹독할 정도다. 류현진은 3경기를 치른 현재 평균자책 8.36을 기록하며 승리 없이 2패만을 당했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7일 로버트 더거(SSG)가 역대 최다 실점 타이에 해당하는 3이닝 14실점(13자책)으로 무너지고 2번째 등판서 11실점을 했던 웨스 벤자민(KT)이 6일 규정이닝을 채워 그 아래로 들어가기 전까지 리그 ERA 최하위라는 충격적인 상황을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팬들의 입장은 더욱 믿기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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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다음 등판에서 반등할 수 있을까. 사진(고척 서울)=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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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지난달 23일 데뷔전서 LG를 상대로 3.2이닝 6피안타 3탈삼진 5실점(2자책)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수비 불안과 복귀전에 대한 부담감 등이 고전의 이유로 꼽혔다. 같은 달 29일 치른 KT와의 2번째 경기서 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면서 류현진이 점차 좋아질 것이란 의견은 더 힘을 받았다. 하지만 류현진이 5일 고척돔에서 키움을 상대로 치른 3번재 경기서 4.1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무너지면서 모든 것에 의문부호가 됐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을 거치는 동안 류현진이 데뷔 이후 한 경기서 이토록 연속해서 난타를 당하는 것은 선수 본인은 물론 야구팬 어느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더욱 생경한 그 당황스러움은 컸다. 9실점은 류현진의 한 경기 최다 실점으로 종전 최다 기록은 2012년 8월 18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8실점(2이닝)이었다.

류현진이 5일 경기 5회에만 7안타를 허용하는 동안 키움 타자들은 빠른 볼카운트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S존에 들어온 공을 족족 때려냈다. 류현진 스스로도 헛웃음을 짓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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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다음 주 두산과의 원정 주중 3연전 중 한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사진(고척 서울)=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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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고척돔에서 만난 최원호 한화 감독은 ‘S존으로 몰리는 공이 많았던 것’을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최원호 감독은 “(5일 류현진의) 공이 몰리는 것들이 조금 많아서 집중타를 얻어맞았다. 나 역시 교체 준비를 조금 늦게 해서 투수 교체 타이밍도 늦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류현진의 지난 3경기에서 추가적으로 두드러지는 아쉬운 점은 실점 위기 장면마다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때문에 현재까진 득점권에서 매우 약한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주자가 없을 경우 피안타율이 0.214에 불과한 류현진은 주자가 있을 경우 피안타율이 0.472로 폭증한다.

특히 류현진은 만루 상황 2번 모두 안타를 허용한 것은 물론, 1,3루와 2,3루 상황에서도 7타수 7안타로 매우 약했다. 결과적으로 주자 1,2루 득점권 상황에서 피안타율 0.444를 기록한 것을 포함해 득점권 전체 상황의 피안타율이 무려 0.722에 달한다. 득점권에서 삼진을 2개 밖에 뺏어내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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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고척 키움전에서 개인 최다인 9자책점을 내준 한화 류현진. 사진(고척 서울)=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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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3경기에 불과한 통계상의 아쉬운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최 감독 역시 “3경기 중에 2 경기서 난타를 당했기 때문에 데이터는 그렇게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몰리는 공에 대해선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은 투수코치와 배터리코치에게 미팅에서 이야기를 했다. 그들도 류현진에게 얘기를 해서 앞으로 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너무 공격적인 접근이 화를 부른 경향도 있다고 봤다. 전략이 읽혔다는 분석이다. 최 감독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초구와 2구째가 다 맞아나갔다. 너무 정직하게 승부를 들어가다보니까 1~2구에서 집중타를 얻어맞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부분들에도 변화를 주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4회까지 투구수가 많았다면 미리 준비를 했을 것이다. 4회까지 투구수를 봤을 때 6회까지 무난하게 갈 수 있다고 봤다”며 “5회가 끝난 후에는 클리닝 타임도 있어 불펜 투수들에게 몸을 풀게 할 수 없었다. 이태양이 올라갈 타이밍이었는데 몸을 푸는데 시간이 걸린다. 같은 좌완 투수인 김기중을 내보낼 수 없었고, 올릴 투수가 김서현 뿐이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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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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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러다보니 교체 타이밍도 늦었다. 벤치에서 교체 타이밍을 놓친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의 시즌 준비가 다소 늦은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최 감독은 “류현진이 미국에서 했던 스케줄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더라. 연습경기를 1, 2차례 덜 던진 정도라고 한다”며 큰 영향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스프링캠프를 예년과 똑같이 시작한 반면 시즌 개막이 앞당겨진 것이 류현진이 시즌 초반 고전하는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감독은 “류현진을 비롯해 모든 선발 투수들이 100구를 던지는데 완전히 적응한 시기가 아니다. 개막 이후 5~6경기 정도는 던져야 선수들이 100% 올라왔다고 할 수 있다”며 “아직은 모두가 적응 단계다. 4월 셋째 주까지는 모든 투수들이 적응 단계를 거친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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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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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류현진의 기록의 특이점은 투구수가 늘어나고 타순이 몇 바퀴를 돈 5회 피안타율이 0.692, 6회 피안타율 0.571로 폭증한다는 점이다. 투구수로 봤을 때는 70구 정도를 넘겼을 때 난타를 당하는 경향도 잦다. 아직 류현진의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고,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힘이 떨어지고 제구도 덩달아 흔들리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는데 몰리는 공에 대해서 개선을 하면 그 부분(후반 약세)는 괜찮을 것 같다”면서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구위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그런 문제로 볼 수 있는데 구위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공교롭게 2경기서 투구수에 맞물려서 몰리는 부분이 급증해서 난타를 당했는데 그 점은 개선할 수 있다”며 경기 후반 구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5일 경기는 에이스가 등판한 것, 불펜 상황, 경기 흐름 면에서도 투수를 교체하기 쉽지 않았다. 최 감독은 “류현진의 4회까지 투구수가 많았다면 미리 교체를 준비했을 것이다. 4회까지 투구수로 봤을 땐 6회까지는 무난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면서 “5회 이후 클리닝 타임도 있어서 다른 불펜 투수들에게 몸을 풀게 하기도 힘들었다. 원래라면 이태양이 올라갈 타이밍이었는데 몸을 풀기에 시간이 걸려서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인 김서현밖에 올라갈 수 없었다. 벤치에서 결국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 타이밍을 놓친 부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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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왼쪽)와 류현진(오른쪽). 사진=한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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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한화로 계약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다소 늦게 시즌을 준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이같은 취재진의 질문에 최 감독은 “미국에서 했던 스케줄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연습경기를 1~2경기 정도 덜 던진 것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시즌 개막이 어느 정도 앞당겨진 것이 초반 적응이 어려워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최 감독은 “류현진을 비롯한 모든 선발투수가 100구까지 던지는 것에 완전히 적응이 되어 있는 시기가 아닐 것”이라며 “개막 이후 5~6경기 정도는 던져야만 모든 투수가 100% 정도 올라왔다고 할 수있다. 아직은 모두 적응 단계”라며 류현진의 현재 부진도 금방 지나갈 수 있는 일로 진단했다.

문제는 키움과 LG 타자들이 류현진을 공략해내면서, 현 시점에서 코리안 몬스터가 난공불락의 성이 아닌 것임이 드러난 점이다. 향후 류현진을 상대할 팀은 2경기의 사례를 집중연구해 앞으로의 경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5일 대승을 이끈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6일 경기 전 류현진을 무너뜨린 것에 대해 “타격 파트에서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는 공은 적극적으로 공략하자고 했다. 계획이 있어도 선수들이 반응을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선수들이 우리 플랜대로 빠르게 승부했고, 우리에게 승운이 더 따랐다”는 담백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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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99승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한화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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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6일 맹타로 키움의 6연승을 이끈 주역인 이형종은 “대투수라 주눅이 들어서 타석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단 직구와 체인지업이 잘 보였다”면서 “또 내가 좌투수에 자신감이 있는 스타일이다. 다만 커브와 브레이킹 볼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5회 10점이 날 때 (류현진을) 1~2번 정도씩 보다보니까 ‘이 정도면 우리가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류현진을 상대한 소감을 솔직하게 전했다.

이형종의 소감과 드러난 3경기 결과가 말해주듯이 현재의 류현진은 과거 메이저리그와 KBO리그를 호령하던 그때 그 정도의 모습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점차 시즌을 치러가면서 정상 모습을 찾을 류현진이 그를 경계하고 있는 KBO리그의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해낼지, 또 그런 류현진을 한화를 제외한 9개 팀이 어떻게 상대할지를 지켜보는 것이 올 시즌 류현진 등판일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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