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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연재] OSEN 'Oh!쎈 초점'

'나혼산'은 설정 예능인가? 박지현·박서함 리얼해서 욕먹는 코미디 [Oh!쎈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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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하수정 기자] 앞으로 MBC '나혼자산다'에 나오려면 연예인들은 필히 집 청소를 해야만 하고, 라이프 스타일이 게으르다면 그날 하루만큼은 바꿔야한다. 왜냐면 리얼 관찰 예능에서 진짜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면 고정 멤버는 물론 네티즌에게도 비호감으로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혼산'에 출연했던 유명 스타들의 집은 대부분 완벽히 정리정돈 돼 있었고,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청소 상태를 자랑했다. 그러나 비슷한 라이프 패턴이 반복되자 지겨워졌고, 제작진은 스타보다는 신인들, 좀 더 다양한 직업군으로 눈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반지하를 카페처럼 꾸민 이유진, 전 금메달리스트 '아이언맨' 윤성빈,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까지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새 인물을 소개하며 호평을 받았다.

'나혼산' 제작진은 출연자의 최대한 자연스러운 실제 생활을 담으려고 애쓰고, 출연자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편이다. 100% 솔직하긴 어렵지만, 관찰 카메라에 장시간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게 '찐' 생활 습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지현, 박서함처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해도 부작용이 생긴다. 최근 두 사람은 '나혼산'의 '청룡열차 특집' 주인공으로 선정돼 무지개 라이브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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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출신으로 서울 생활에 적응 중인 트로트 가수 박지현은 잠옷 위에 패딩만 걸치고 외출하더니, 집으로 돌아와 비 맞은 패딩을 거실 바닥에 내려놨다. 이어 세탁기 앞에 빨랫감을 모아두고, 수건은 특별히 개지 않고 서랍장에 곧바로 넣었다.

몇 주 후 등장한 박서함은 더욱 털털한 모습을 보였는데, 주방 바닥에 앉아 아침을 먹고, 빨래 건조대가 부족해 유리문, LP, 청소기 위에 빨래를 널었다. 또 어린 시절 좋아하던 캐릭터 스티커를 바닥에 붙이는 등 독특한 행동을 선보였다.

자취 초반에는 흠 잡을 곳 없이 깔끔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 짐과 빨랫감, 설거짓거리 등으로 꽉 차 발 디딜 곳이 없었다. 무엇보다 193cm의 키를 감당하기엔 너무 좁은 집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기안84는 털털한 일상을 보여 준 박지현, 박서함에게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는 거 아니다. 이미 천하통일 하러 가야 된다", "소인들 말 듣지 마라.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 "저것이 진짜 사나이의 길", "또 한 명의 영웅"이라며 공통점에 반가워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위생 개념이 없다", "더럽다"며 악플을 쏟아냈고, 몇 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박서함의 집 상태를 두고 수많은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박지현과 박서함 등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 '보기 불편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다.

앞서 전현무는 지난해 12월 열린 '나혼산'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관찰 예능을 많이 하는데 여기는 정말 너무 '찐'이다. 관찰 예능이 어느 정도 카메라 스태프도 있고 제작진도 있어서 완전히 CCTV처럼 연예인들의 일상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며 "촬영하고 나서 제작진한테 물어보는 게 '이거 재미있니?'라고 묻는다. 정말 리얼이다. 재미를 위해서 무리한 설정을 하지 않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보이는 것 같다. 때에 따라서 지루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내보내는 거다. 이게 ‘찐’이니까. 그리고 오래 하다 보니까 '찐'들이 뭉쳐서 케미가 형성됐다. 진짜가 어우러진 시트콤을 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리얼'을 어필했다.

전현무의 말처럼 '나혼산'을 10년간 이끈 원동력은 '리얼'이 맞지만, 동시에 무지개 라이브에서 호평 받으려면 다수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숨기는 게 낫다. 진짜 솔직했다간 욕을 먹을 수도 있는 곳, 그게 바로 '나혼산'이다.

/ hsjssu@osen.co.kr

[사진] '나혼산' 화면 캡처,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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