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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결실 없었던 롯데의 '4년 투자'…청구서만 잔뜩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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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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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1660일 만에 8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지난 4년간의 개혁 실패가 올 시즌 운영에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롯데는 지난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5-6으로 패했다. 4-5로 끌려가던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극적인 5-5 동점을 만들었지만 9회말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김원중이 무너졌다.

롯데의 8연패는 꼴찌를 기록했던 2019년 9월 18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10월 1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1천660일 만이다. 당시 롯데는 양상문 감독이 전반기 종료 후 경질되고 공필성 감독 대행 체제로 잔여 경기를 치렀다.

롯데는 변화를 위해 몸부림쳤다. 2019 시즌 종료 후 고액 연봉을 받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고 유망주 위주로 팀을 재편했다. 2019 시즌 팀 연봉 총액 1위에도 성적이 최하위로 추락하자 군살 빼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과 FA(자유계약) 협상에 소극적이었고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는 걸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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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개혁은 2020 시즌 71승 72패 1무로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5위 키움 히어로즈에 9경기 차 뒤진 7위에 그치면서 가을야구는 없었다.

2021 시즌에는 개막 직후 프런트와 의견 충돌을 빚었던 허문회 전 감독을 경질하는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래리 서튼 2군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최종 성적은 65승 71패 8무로 8위였다. 당시 롯데가 주축 선수로 점찍고 기용했던 선수들 대부분은 2024 시즌 현재 1군 라인업에 없다.

2022 시즌 역시 64승 76패 4무로 최종 8위였다. 4월까지 상위권을 달리기도 했지만 5월부터 밑천이 드러났다. 2018년부터 시작된 '야구' 없는 가을은 어김없이 계속됐다.

문제는 롯데의 개혁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포수 나균안의 투수 전향은 팀 마운드를 강화시킨 신의 한수가 되기는 했지만 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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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들의 성장은 더디다. 1군 출전 경험을 제공한다고 해서 마냥 잠재력이 터지는 게 아니라는 진리만 뼈저리게 체감했다.

롯데는 결국 다시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FA 시장에서 포수 유강남에게 4년 총액 80억 원, 유격수 노진혁에게 4년 총액 50억 원,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를 3+1년 총액 40억 원을 안겨주고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혔다.

센터 라인이 약했던 롯데 입장에서 유강남, 노진혁의 영입은 필수적이었다. 오버 페이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도 대형 투자를 감행했던 이유다. 한현희 역시 5선발, 롱릴리프 자원 확보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장금액보다 옵션이 더 컸던 탓에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호평도 뒤따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의 영입은 2024년 4월 현시점까지 롯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외려 샐러리캡 소진율이 커진 탓에 지난해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내야수 안치홍을 2023 시즌 종료 후 제대로 된 FA 협상도 하지 못한 채 한화로 떠나보내야 했다.

롯데는 2023 시즌도 7위에 그친 뒤 프런트와 현장의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 두산 베어스를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성민규 전 단장은 경질되고 박준형 단장이 새롭게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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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 선임이 '윈 나우(Win Now)'를 뜻하는 만큼 전폭적인 전력 보강이 이뤄졌어야 하지만 외려 출혈이 더 컸다.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로 FA 이적한 데다 주전 3루수 한동희가 오는 6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안치홍은 2020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뛰며 경기력은 물론 리더십까지 팀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롯데에 꼭 필요한 선수였지만 샐러리캡이 문제였다.

롯데는 2026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은 유강남, 노진혁의 존재와 불펜의 핵 김원중, 구승민이 2024 시즌 종료 후 나란히 FA 시장에 나오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새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는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인수인계를 받았다. 처음부터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안치홍은 올 시즌 개막 후 한화에서 21경기 타율 0.280(75타수 21안타) 1홈런 9타점 2도루 OPS 0.787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만약이란 없지만 롯데는 안치홍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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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롯데가 큰 돈을 들여 영입한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는 시즌 개막 직후 부진으로 3명 모두 2군에 머무르고 있다. 몇 년 전 드래프트 당시 팀의 미래를 이끌어줄 것으로 확신했던 유망주들 대부분도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에서조차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중이다.

롯데 프런트는 안치홍의 이적, 한동희의 군 입대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2차 트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에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동희는 설상가상으로 지난 3월 부상을 당해 현재 재활을 마친 뒤 2군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 시즌 롯데의 선발 라인업에서 뚜렷한 주전은 최고참 전준우,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 두 사람뿐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중심 타자로 활약했던 안치홍의 공백이 두드러진다.

한 야구인은 "올 시즌 롯데의 야수 라인업을 보면 다른 팀에서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는 전준우, 레이예스 정도다. 다른 선수들은 선발이 아닌 백업으로 있을 때 더 빛을 볼 수 있는 유형이다"라며 냉혹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오랜 기간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팀들의 공통점은 뚜렷한 플랜 없는 투자도 있지만 실패한 개혁, 계획 실행에 여파가 더 치명적이다.

롯데는 2024 시즌 초반 결실 없었던 개혁, 투자에 대한 청구서를 잔뜩 떠안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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