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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마약' 유아인 품은 '종말의 바보'…"불편 최소화=의무" [ST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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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종말의 바보 기자간담회 / 사진=티브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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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종말의 바보'가 유아인의 마약 리스크를 딛고 드디어 세상에 나온다.

19일 오후 서울시 이태원구 몬드리안 서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극본 정성주·연출 김진민) 제작발표회가 진행돼 배우 안은진, 전성우, 김윤혜, 김진민 감독이 참석했다.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김진민 감독은 "제작사 대표님과 넷플릭스 PD가 기획을 시작했다. 정성주 작가도 참여했다. 원작은 지구 전체가 멸망한다는 것에 가깝다. 근데 제가 작가님을 처음 뵀을 때 원작이랑 설정을 다르게 가져가셨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일부가 가장 피해가 큰데 그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냐'고 물었더니 '다 죽으면 드라마가 있을까요'라고 하시더라"며 "그걸 잘 따라가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역시 드라마를 잘 쓰시는 분의 깊은 속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느낌이었다. 대본보면서 열심히 찾아가면서 만들었다. 기획 자체를 조금 비틀었는데 훌륭하게 비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작품 기획 과정을 밝혔다.

특히 '종말의 바보'는 디스토피아 장르물로, 예정된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처음에 원작과 작가의 글을 받았을 때 굉장히 독특한 디스토피아물이라고 생각했다. 디스토피아를 향해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기보다 종말을 맞이하게 됐을 때 '나는, 너는 어떻게 살거야?'라고 묻는 종류의 작품이었다. 연출로서 욕심이 많이 나더라. 그 안에 들어있는 각각의 캐릭터들 중 제 모습이 있을거란 느낌이 있었다. 이런 작품이라면 꼭 잘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김진민 감독은 "생존, 투쟁으로 가는 작품들은 많기 때문에 '종말의 바보'는 좀 다르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저게 내 모습이겠구나'라는 걸 느끼도록 다른 공감대가 생기길 바랐다"며 "공개되면 다양한 반응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김진민 감독은 "이게 히어로물이 아닌건 아니다. 연출하면서 느꼈던 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영웅이다. 도망가지 못한, 혹은 도망가지 않은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다들 많이 보시지 않았냐. 그게 아니라 스스로를 구원하거나, 내가 함께했던 사람들과 끝까지 같이 가는 걸 선택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다 영웅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뜻 깊고, 존중해줄만 하다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모습"이라며 "드라마가 거칠고 오락적인 모습이 늘어나면서 영웅적인 면모를 중요시한다. 이 드라마는 소소하지만, 큰 영웅들이 나온다"고 자신했다.

김진민 감독은 "원작과 '종말의 바보'는 기획을 조금 비틀었지만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내가 어느 날 죽는다는 걸 알게 되는 작품들이 있지 않냐. '종말의 바보'는 그 시간까지 살아가면서 남은 시간 동안 뭘 하고 싶고, 뭘 해야 하고, 내가 살아온 것 중에 어떤 걸 되돌아보고 정리해야 하는지를 대본으로 잘 써주셨다. 그걸 쫓아가는 것도 재밌었다"고 차별점을 짚었다.

이어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아주 어린 4살 짜리 아이부터 내일 죽어도 힘들지 않은 80세 넘은 노인분들까지 있다. 그보다 더 나이가 많아보이는 분들까지 다 나온다. 그런 분들 모두에게 남은 시간은 똑같은 가치이고, 똑같이 소중하다. 스스로에겐 굉장히 축복받은 시간일 수 있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줄 것이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드라마라 이 작품이 지금의 드라마와는 또 다른 차별점과 재미로 다가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을 지키는 중학교 교사 진세경 역을 맡은 안은진은 "아이들을 지켜야한다는 책임감으로 조금씩 변해간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멈췄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지만, 세경이는 아이들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종말을 맞이하면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며 "상상을 많이 하면서 대본을 읽었다. 사실 저는 제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세경이에겐 아이들이 잡혀가고, 시신을 봤을 때의 트라우마가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신부님 우성재 역을 맡은 전성우는 "종말을 앞둔 상황에서 신념을 가진 신부님이다. 성당의 교구와 성도들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굳건히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인물"이라며 "실제 신부님들을 뵙고 그분들의 생활이나 규칙, 규율에 대해 배웠다. 평소 어떤 행동을 하시는지 태도를 보면서 제 껄 입혀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더라도 신부님처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중대장 강인아 역을 맡은 김윤혜는 "우직하고 묵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친구다. 너무 사랑하는 친구 세경이를 지키려는 목표도 확실하다. 살아남으려는 사람들과, 도시를 지키려는 모습도 있다. 강단있는 모습이 매력적인 인물"이라며 "경례 연습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헤어스타일에선 좀 단단하고 묵직한 인아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쉽게 도전할 수 없었던 투블럭을 해서 어울리는 모습을 찾으려고 했다. 군대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다큐도 많이 봤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종말의 바보'는 공개일 조율을 앞두고 하윤상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물의를 빚으며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이에 '종말의 바보' 측은 작품의 스토리 라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아인의 분량을 재편집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와 관련해 김진민 감독은 "제가 초반에 편집을 3부 정도까지 했을 때 유아인 논란이 불거졌다. 초반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지나가겠거니' 했는데 제 마음대로 되진 않더라. 그 와중에 넷플릭스 PD에게 편집을 다시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려던 참이었다"며 "뒤로 가면서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더라. 앞부분을 손보고 싶었다. 넷플릭스는 앞부분 편집하면 손을 못 대게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핑계가 생긴거다. 시청자들이 불편할 부분을 최소화하는 게 의무기도 하다. 제 시간과 힘을 잡아먹고 생각할 것도 많겠지만 편집을 하면서 불편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을 편집하고, 분량에도 손을 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진민 감독은 "하지만 이 인물을 빼고 흘러가기엔 캐릭터들의 흐름이 있어서 다 드러내진 못했다. 다만 보실 때 많이 불편하시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라며 "다 만족시킬 수 있을만큼, 납득시킬 수 있을만큼 최선을 다했다. 굉장히 노력했다. 제작사, 넷플릭스, 많은 배우들의 스토리텔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아인 분량이 일부 조정됐다. 필요한 부분은 쓸 수밖에 없었다는 걸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한 함께 호흡을 맞춘 안은진은 "기다리는 동안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고, 모임 가지면서 기다렸다. 열심히 촬영한 걸 보여드릴 수 있어서 굉장히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진민 감독은 "12부작이다. 제가 했던 시리즈 중 가장 길다. '인간수업'을 10부작 했을 때 굉장히 긴 거였다. 12개는 더 길다. 요즘처럼 짧은 걸 선호하고, 엔터테인먼트적인걸 선호하는 상황에서 깊은 이야기를 담은 게 버틸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가장 많이 본 사람 입장에선 심심하진 않을거다. 매 회 보실 때 이 이야기를 왜 만들었는지 소제목이 달려있다. 그걸 하나씩 골라먹는 재미도 있으실 것"고 말했다.

'종말의 바보'는 26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총 12부작.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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