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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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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 정지 화면’ 이제 오타니 위에는 추신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역사적 홈런공을 못 가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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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최근 좋은 타격감으로 순항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어린 시절 동경의 눈으로 바라봤던 전설의 기록을 넘어섰다. 일본인 선수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최근의 좋은 타격감도 이어 가며 올 시즌 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그 역사적인 홈런공은 오타니의 손에 없었다. 오타니가 이 홈런공에 욕심을 낼지는 의문이지만 다소간 아쉬운 상황이 벌어졌다.

오타니는 22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경기에 선발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10-0 대승을 이끌었다. 오타니의 시즌 타율은 종전 0.359에서 0.368로 더 올랐다. 4월 일정이 막바지로 향해 가는 가운데 4월 타율은 무려 0.406에 이른다. 시즌 출루율은 0.419에서 0.431로, 시즌 장타율은 0.630에서 0.663으로 올랐다.

오타니는 4월 들어 계속 안타를 치고 계속 출루를 하고, 또 계속 장타를 뽑아내면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득점권에서 유독 침묵하는 게 옥의 티였다. 그런데 마냥 홀로 웃을 수는 없었다. 팀 성적 때문이었다. 올해 유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인 다저스는 최근 홈에서 세 번의 시리즈를 치렀는데 모두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최근 8경기에서 2승6패에 그쳤다. 다저스가 홈 시리즈 3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한 건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더군다나 20일과 21일 뉴욕 메츠에 졌기 때문에 이날은 무조건 경기를 잡아야 하는 날이었다. 일단 에이스인 선발 타일러 글래스나우가 힘을 냈다. 1회부터 3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동료들의 지원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지원 사격의 시작은 오타니였다. 팀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을 3회 메츠 선발 애드라인 하우저를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터뜨리며 이날의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뽑아냈다.

1회 첫 타석에서 하우저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한 오타니였다. 최근 좋은 선구안을 과시하며 헛스윙 비율이 낮아지는 양상이었는데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그러나 두 번째 타석에서는 달랐다. 다저스는 선두 개빈 럭스가 볼넷을 골랐다. 무키 베츠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오타니가 버티고 있었다.

오타니는 초구 가운데 몰린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파울에 머물렀다. 하지만 2구째 슬라이더가 실투로 가운데 몰렸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최근 오타니의 컨디션이었다. 오타니는 정확한 타이밍에 슬라이더를 받아 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9m짜리 홈런을 쳐 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메츠의 모든 야수들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으며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정지 화면을 보는 듯했다. 우익수 스탈링 마르테는 오타니의 타구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그냥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베테랑 우익수인 마르테의 시선에도 볼 것 없이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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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홈런으로 다저스는 긴장감을 풀었고, 선발 글래스나우는 득점 지원을 받은 뒤 더 힘을 냈다. 메츠 타선은 리그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팀이고, 대신 콘택트 비율이 높은 팀이다. 그러나 힘을 받은 글래스나우의 패스트볼-커브 콤보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오타니는 5회 투수 강습 안타로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고, 다저스는 5회에만 8점을 뽑으며 10-0까지 달아났다. 다저스는 승리를 예감한 듯 주전 선수들을 교체하는 여유를 부렸고, 이미 위닝시리즈를 확정한 데다 다저스와 달리 다음 날에도 경기가 있는 메츠도 무리하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

오타니의 3회 홈런은 메이저리그 이정표를 바꾸는 ‘역사적인 순간’은 아니었지만, 일본인 메이저리거 역사를 바꾸는 홈런이기는 했다. 오타니의 이 홈런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176번째 홈런이었다. 종전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가 가지고 있었던 일본인 선수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기록(175개)을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이미 많은 미디어에서 이 카운트다운을 알리고 있었고, 다저스 구단과 메이저리그 공식 SNS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게시물을 올려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마쓰이는 일본이 낳은 최고의 거포였다. 일본 무대를 평정한 뒤 2003년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본인 야수들은 교타자 스타일이 절대 다수였다. 거포 스타일은 마쓰이가 유일했다. 얼마나 통할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 가운데 마쓰이는 데뷔 시즌이었던 2003년 16개, 2004년에는 31개의 홈런을 치며 펀치력을 선보였다. 지금이야 오타니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동양인이 메이저리그에서 30개의 홈런을 친다는 것은 대단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마쓰이는 뉴욕 양키스, LA 에인절스, 오클랜드, 탬파베이를 거치며 2012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236경기에서 175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빅리그를 떠났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본인, 그리고 아시아 선수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이었다. 아시아 기록은 훗날 추신수(218개)가 경신해 지금도 기록을 가지고 있으나 일본인 선수 기록은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오타니가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면서 마쓰이의 기록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46개의 홈런을 치며 마쓰이가 가지고 있던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4년 31개)까지 가뿐하게 경신했다. 그리고 올해 메이저리그 725경기 만에 176번째 홈런을 터뜨리며 마쓰이의 기록을 넘어섰다.

오타니도 경기 후 모처럼 환한 미소로 인터뷰에 임했다. 마쓰이의 기록 경신까지 홈런 한 개가 남아 있다는 것은 오타니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보통 기록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오타니인데, 이 기록은 명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국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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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경기 후 “이제 안심이 되고 기쁘다. 마지막 홈런을 치고 다시 홈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기에 빨리 치고 싶었다. 그래서 솔직히 기쁘고 안심이 됐다”고 기뻐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오타니는 그의 경력 동안 야구에서 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기준을 높이면서 바꿨다. 그리고 지금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인 최고 슬러거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이 장면을 높게 평가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 또한 “마쓰이는 훌륭한 선수이자, 훌륭한 홈런 타자였고, 월드시리즈 챔피언이었다. 오타니가 마쓰이를 존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오타니가 마쓰이의 기록을 깬 것은 정말 큰 업적이라 생각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다만 이 나름 기념비적인 홈런공은 회수되지 못했다. 이날 다저스는 두 가지 중요한 기념구가 있었다. 바로 5회 터진 앤디 파헤즈의 홈런공이었다. 올해 트리플A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뒤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온 파헤즈는 이날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터뜨렸다. 이 공은 잡은 팬들과 협의를 통해 파헤즈의 손에 들어왔다. 파헤즈에게는 잊지 못할 홈런공이었다.

하지만 오타니의 개인 통산 176번째 홈런공은 회수되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 팬이 이를 잡았지만, 기념구 증정을 거부하고 그대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다저스 이적 후 첫 홈런공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적이 있다. 구단 보안 요원들이 홈런공을 잡은 팬들을 압박했고, 적어도 10만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공을 주면서 받은 대가는 1000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임이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물론 첫 홈런공은 회수돼 오타니가 가지고 있지만,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홈런공은 손에 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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