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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SSG 최정, 홈런 468호 신기록…이승엽 기록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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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史 대기록 달성

‘기록의 사나이’ 최정(37·SSG 랜더스)이 드디어 해냈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468호 홈런을 터트리며 ‘국민 타자’ 이승엽(467호·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 KBO 리그 역대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가 됐다. 2005년 SSG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후 프로야구 데뷔 20년차인 최정은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역대 최다 홈런왕으로 등극, 한국야구사에 기념비적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최정은 이날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 5회초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올라 롯데 선발 이인복이 던진 초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인복이 던진 시속 127km 슬라이더를 받아친 것이 시속 153.3km로 110m를 날아 담장을 넘었다. 이번 시즌 10호이자 개인 통산 468호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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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경기,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SSG 최정이 개인 통산 468호 홈런을 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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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부상마저 이겨낸 ‘기록의 사나이’

매년 꾸준한 홈런 페이스를 보여준 최정에게 올 시즌 대기록 달성은 시간 문제였다. 지난달 23일 시즌 개막전부터 연이틀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 16일 KIA와의 홈 경기에서 팀이 3-4로 뒤진 9회말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극적인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9호이자 통산 467호 홈런으로, 이승엽 감독의 역대 개인 통산 홈런과 타이 기록을 세웠다.

대기록을 단 한 개 앞두고 불운이 닥쳤다. 지난 17일 KIA와의 홈 경기에서 1회말 첫 타석에 KIA 선발투수 윌 크로우가 던진 시속 150km 빠른 볼에 왼쪽 갈비뼈를 맞고 주저앉았다. 교체 후 곧바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더니 ‘갈비뼈 미세골절’ 진단이 나왔다. 치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대기록을 앞두고 한달 넘게 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18일 정밀 검진결과 미세골절이 아닌 단순 타박상 판정을 받았다. 4경기를 쉬고 나선 23일 경기는 우천 취소됐는데, 이날 드디어 역사적인 홈런을 쳐내며 ‘KBO 역대 개인 통산 최다 홈런’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현역 선수 중 경쟁자로 꼽는 3위 KT 박병호(38·380개)는 나이로 보나 격차로 보나 최정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번 홈런으로 최정은 ‘19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도 동시에 수립했다. 최정은 프로 데뷔 첫 해인 2005년 홈런 1개를 쳤지만, 주전으로 발돋움한 2006 시즌 12개의 홈런을 쳤고 이후 매 시즌마다 두자릿수 홈런을 쳐왔다. 2위 최형우가 2008년부터 지난 2023시즌까지 16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이어 은퇴한 장종훈(1988~2002년), 양준혁(1993~2007년)이 15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으로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라 최정이 보유한 ‘19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은 당분간 범접불가의 기록이 될 전망이다.

시즌 초반임에도 이미 10호 홈런을 터트리며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최정이 올해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경우 KT 박병호와 함께 ‘9시즌 연속 20홈런’이라는 대기록도 나란히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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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구장에서 임시로 회수된 최정의 개인 통산 468호 홈런볼. SSG 측은 "이 경기 7회말 종료 후 홈런볼을 주운 관객 분께 기증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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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칠 거 같은데...” 예언 적중한 SSG 이숭용 감독

이날 경기 전 이숭용 SSG 감독은 “제 촉에는 오늘 최정이 홈런을 칠 거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이 감독이 호언한 이유도 있었다. 지난 23일 열린 우천 취소된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최정은 부상 후 6일만에 복귀전임에도 첫 타석부터 롯데 선발 한현희가 던진 변화구를 받아쳐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 감독은 “(부상 복귀 직후인데) 변화구를 쳐서 안타를 만드는 거 보고 ‘역시 최정은 최정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정말 대단한 타자”라고 칭찬했다.

최정은 ‘타고난 거포’가 아닌 ‘노력하는 장타자’다. 데뷔 후 5년 정도는 호타준족에 수비력을 갖춘 만능형 선수였다. 2006시즌부터 매년 10개 넘는 홈런을 쳤지만, 2010년 전까지 20개를 넘긴 적이 없었다. 이후 홈런왕 출신인 이만수 감독을 만나면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한 시즌 홈런이 20개를 넘기더니 2016년 40개, 2017년 46개로 홈런왕 2연패를 했다. 데뷔 12년 만이다. 이후에도 매 시즌 30개 안팎의 홈런을 꾸준히 생산해내는 지속력도 장착했다.

최정은 36세인 지난해에도 29홈런을 쏘아 올렸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슬러거라고 해서 반드시 장수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선수 생명이나 전성기가 짧은 경우도 많다”면서 “힘이 필요하고 늘 장타를 쳐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 슬럼프에 갑자기 빠지는 것도 부지기수”라는 점에서 최정의 기록은 남다른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또 “애초에 체격도 크지 않은데 체격도 키우고 팔로 스루를 길게 가져가는 타격 방식을 가져가는 노력을 통해서 홈런이 많아졌다”면서 “선천적 재능도 있지만 노력이 합쳐져 대단한 홈런 타자가 됐다”고 말했다.

최정은 ‘사구(死球)왕’이기도 하다. 지난 20년간 몸에 맞는 볼을 330번 기록했는데, 이는 세계 최다 사구 기록이다. 2위 박석민(은퇴·212개)도 압도한다. 상대 투수들이 약점인 몸 쪽을 공략한다고 공을 집중적으로 몸에 붙이다보니 나온 결과다.

하지만 최정은 주눅 들지 않고 팔과 허리, 어깨 등에 통증과 부상을 달고 다니며 타석에 섰다. 양상문 위원은 “몸에 맞는 볼을 그렇게 많이 맞으면서도 지금도 견뎌내면서 그렇게 잘하는 건 최정이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얼마나 많은 걸 가진 선수인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숭용 감독은 “좋은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정말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한 결과”라고 했다.

앞서 최정은 이승엽과 개인 통산 홈런 타이 기록을 세운 뒤 “정말 대단한 이승엽 감독님의 기록과 타이를 이뤄 영광스럽다”며 몸을 낮췄다. 이번 홈런으로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의 KBO 개인 통산 467호를 뛰어넘었지만, 이승엽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기록까지 합칠 경우 현역 시절 개인 통산 626개의 홈런을 쳤다.

동료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SSG 동료 김광현은 “16~17년 전까지만 해도 나와 ‘승을 많이 하냐, 홈런을 많이 치냐’ 이런 내기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KBO리그 최다 홈런을 경신했고, 이제는 내 승리보다 훨씬 많은 홈런을 쳐서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날 같은 경기에서 한미 통산 2000안타 기록을 수립한 추신수는 “미국에서만 지켜보다 이제 팀 동료로서 최정 선수를 보니 중계화면에서 봐왔던 것보다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솔직히 많이 느꼈다”며 “최정이라는 선수가 이처럼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야구를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을 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더 대단한 건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인지를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정의 친동생이자 롯데 소속인 최항은 “어렸을 때 집에 오자마자 옥상에서 혼자 훈련하던 형의 모습이 뇌리에 스친다. 그런 걸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형이 기록을 신경쓰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 대단한 기록인 것 같고, 앞으로의 기록들도 형이 하루하루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니 항상 그 자리에서 ‘최정답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야구계에서는 “최정이라면 더 많은 기록을 세울 것”이라며 기대를 내려놓치 않는다. 지금의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면 KBO리그 개인 통산 500홈런도 최정에겐 무리가 아니라는 게 야구계의 전망이다.

[부산(사직)=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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