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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큰일날 뻔’ 이정후가 보복구 대상이었다고? 만약 그렇다면, 올스타급 스타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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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지만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순발력이 이를 모면하고 볼넷이라는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현지 중계진에서는 보복구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일단 다치지 않았으니 하나의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법하다. 이정후가 그만큼 상대가 생각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스타’가 됐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25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중반 대타로 투입되며 두 타석을 소화했다. 이날 이정후는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종전 0.272에서 0.269로 조금 떨어졌고, 반대로 출루율은 종전 0.330에서 0.333으로 조금 올랐다.

이날 메츠의 선발은 좌완 션 머나야였다. 샌프란시스코는 근래 들어 상대 선발이 우완일 때는 이정후를 1번 중견수로 두고, 상대 선발이 좌완일 때는 좌완에 강한 우타자 오스틴 슬레이터를 1번에 놓고 이정후를 3번으로 빼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이날은 아예 이정후가 선발로 출전하지 않았다. 휴식을 취할 타이밍 자체는 아니었는데 상대 선발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였다. 실제 이정후는 이날 머나야가 교체된 뒤 경기에 나가 완전한 휴식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샌프란시스코는 오스틴 슬래터(우익수)-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호르헤 솔러(지명타자)-맷 채프먼(3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타일러 피츠제라드(중견수)-닉 아메드(유격수)로 진용을 꾸렸다. 당초 이날 선발로 예정됐던 블레이크 스넬이 부상으로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부랴부랴 라이언 워커를 시작으로 불펜 투수들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선발이 바뀐 상황에서 마운드가 굳건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3회 2점, 4회 1점, 5회 3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5회까지 0-6으로 뒤져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반면 머나야 맞춤이라고 생각했던 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다. 안타 개수는 제법 됐지만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고 중간중간 끊기며 답답한 공격 흐름이 이어졌다.

머나야가 4⅔이닝을 던지고 내려가고, 상대 불펜이 가동되자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카드를 언제 쓸지 만지작거렸다. 근래 메츠 불펜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 개럿이 마운드에 올랐고, 이정후는 6회 수비를 앞두고 타이로 에스트라다와 교체돼 수비에 들어갔다. 중견수를 보던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2루로 이동해 에스트라다의 자리를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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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첫 타석은 6회 찾아왔다. 개럿과 마주한 이정후는 초구 몸쪽 97마일 빠른 공을 골라냈다. 2구 높은 쪽 슬라이더가 존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본 이정후는 3구째 비슷한 높이에 들어온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받아 쳤으나 중견수 뜬공에 그쳤다. 안타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타구였다.

경기 중반에 투입된 덕에 타석은 한 차례 더 기회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1-6으로 뒤진 8회였다. 2사 주자 없이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상대 필승조인 애덤 오타비노와 상대했다. 이정후는 초구와 2구 볼을 잘 골라냈고, 3구째 높은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이어 4구째 몸쪽 커터에 헛스윙을 한 이정후는 5구째 스위퍼는 걷어냈다. 이후 풀카운트 승부에서 7구째 공이 다소 논란이 됐다.

몸쪽 패스트볼이 이정후의 다리를 향해 날아온 것이다. 타격 자세에 들어갔던 이정후는 공이 다리와 무릎 쪽으로 향하자 황급히 피했고, 공에 맞지 않는 대신 볼넷을 골랐다. 공이 향하는 순간 몸에 맞는 공이냐, 볼넷이냐의 문제였는데 그래도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이정후는 큰 문제가 없다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 1루로 걸어 나갔다. 너무 깊숙한 공을 던진 오타비노에 대해 현지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봐도 위험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현지 중계진에서는 이 상황을 놓고 하나의 가능성을 의심했다. 바로 보복구였다. 현지 중계진은 이정후가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넘어진 것을 두고 “1회 피트 알론소가 몸에 맞은 것을 기억할 수 있다. 혹시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누가 알겠나”라고 의심했다. 메츠의 간판 타자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가장 꾸준한 홈런 타자인 알론소는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 선발 라이언 워커의 몸쪽 공에 오른팔을 맞았다.

메이저리그에서의 보복구는 사실 여러 불문율이 있다. 다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공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팀의 간판 타자인 알론소가 맞았다면, 보복구를 던진다는 가정 하에 상대 간판을 맞혀야 하는 게 보복구의 세계다. 만약 현지 중계진의 말이 맞는다면, 메츠는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의 간판이자 스타이자 알론소와 비슷한 팀 내 비중을 가지고 있는 선수로 지목하고 응징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꼭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조심해서 던지지 않으면 너희들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다만 현지 중계진의 말은 말 그대로 추측인 것으로 보인다. 알론소의 몸에 맞는 공은 야구를 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알론소가 불만을 터뜨리거나 양팀 더그아웃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등 뭔가를 느낄 수는 없었다. 정말 보복구를 던질 생각이었다면 경기 중간에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굳이 8회 2사까지 기다려 이정후에게 보복구를 던질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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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구와 빈볼은 선수들과 현장에서 가장 잘 안다. 이정후가 피했다고 해도 이것을 보복구로 느꼈다면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에서 뭔가 반응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조짐도 없었다. 메츠가 이미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굳이 보복구를 ‘뒤늦게’ 던져 역전의 불씨를 살려줄 필요도 없었다.

어쨌든 이정후는 이 볼넷으로 출루를 했으나 후속 타자인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진루하지 못했다. 메츠는 6-1로 앞선 9회 프란시스코 린도어가 투런포를 터뜨리며 쐐기를 박았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린도어는 최근 들어 장타가 터지며 꾸준하게 살아나는 양상인데, 이날 홈런을 포함해 4안타 4타점 대활약을 펼치며 완연하게 살아나는 흐름을 알렸다. 메츠는 이날 린도어가 4안타를 터뜨린 것을 비롯, 테일러와 맥닐이 2안타씩을 보태며 팀 공격을 이끈 끝에 완승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선발 스넬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완패했다. 총 7명의 선수가 투입되며 마지막까지 버텼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최근 트레이드로 영입된 미치 화이트는 팀의 마지막 투수로 나섰으나 린도어에게 홈런을 맞으며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타선에서는 윌머 플로레스가 2안타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멀티히트를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이정후를 대신해 선발 리드오프로 출전한 오스틴 슬레이터는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분전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기는 역부족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뉴욕 메츠와 시리즈를 마치고 26일에는 하루 휴식을 취한다. 이정후에게도 차분하게 재정비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부터는 홈에서 피츠버그와 시리즈를 시작한다. 현재 재활 경기 이후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배지환의 콜업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혹시 배지환이 콜업된다면 이정후와 시리즈 중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27일 샌프란시스코는 좌완 영건 해리슨, 피츠버그는 우완 퀸 프리에스터를 예고해 이정후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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