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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두산 김기연, 기회 놓치지 않고 ‘입지 굳이기+기량↑’ 두 마리 토끼 잡을까 [MK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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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으로서 아쉬울 수 있지만, 본인에게는 모처럼 찾아온 찬스다. 사령탑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량을 더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 김기연(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진흥중, 진흥고 출신 김기연은 우투우타 포수 자원이다. 지난 2016년 2차 4라운드 전체 34번으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성했다.

강한 어깨와 무난한 타격이 장점으로 꼽힌 김기연. 그러나 그에게도 프로 무대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2022년(12경기)과 지난해(28경기) 1군에서 어느 정도 기회를 부여 받았으나, 알을 깨지 못했다. 2023시즌까지 성적은 42경기 출전에 타율 0.140(43타수 6안타) 3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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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두산 김기연. 사진=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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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기연은 제2의 백업 포수로 자리를 굳힐 수 있을까.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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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김기연에게 지난해 11월 있었던 2차 드래프트는 야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듯하다. 그는 1라운드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으며 첫 이적을 경험하게 됐다. 당시 두산 관계자는 “원했던 선수를 뽑아 지명 결과가 만족스럽다. 백업 포수 수확에 초점을 맞추고 김기연 지명만 계획했다. 군 복무를 마친 젊은 포수로 미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명했다”며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운영 능력이 장점이다. 좋은 재능을 보유한 데다 경험이 더해진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선수”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비시즌 기간 기량 향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김기연은 개막 엔트리 승선의 영예를 안았다. 아쉽게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3월 27일 2군으로 내려갔지만, 6일 다시 콜업됐다. 베테랑 양의지의 뒤를 맡아줄 백업 포수가 필요한데, 기존 자원이었던 장승현이 종아리 부상을 당한 것.

그리고 김기연의 진가는 23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드러났다. 그는 두산이 4-2로 근소히 앞선 8회초 양의지가 파울 타구에 오른 손목을 맞자 즉각 대수비로 출격했다. 갑작스런 출전에도 흔들리지 않은 김기연은 위기 상황에 몰리기도 했으나, 우완 최지강과 해당 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백미는 9회초였다. 마운드에 올라온 정철원이 흔들리며 무사 만루에 봉착했다. 두산은 곧바로 우완 홍건희를 출전시켰고, 홍건희는 김주원을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로 이끌며 1점과 아웃카운트 1개를 맞바꿨다. 이어 박민우는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그렇게 이어진 1사 만루. 타석에 있던 권희동은 1루수 땅볼을 쳤고, 이를 잡은 두산 1루수 강승호는 곧장 홈으로 공을 뿌렸다. 다만 송구가 부정확했고, 볼은 원바운드 후 김기연의 목젖을 강타했다.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지만, 김기연은 투혼을 발휘했다. 재빨리 홈 베이스를 밟으며 3루주자 서호철을 포스 아웃시켰다. 이후 김기연은 홍건희와 후속타자 손아섭을 삼진으로 묶으며 두산의 4-3 승리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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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잠실 NC전에서 투혼을 선보인 두산 김기연. 사진=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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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기연이 23일 잠실 NC전 9회초 1사 만루에서 서호철을 포스 아웃시키고 있다. 사진=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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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기가 끝나고 이승엽 두산 감독은 “목에 공을 맞으면서도 끝까지 홈플레이트를 밟아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포수 김기연을 칭찬하고 싶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24일 NC전에서 8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출전한 김기연은 3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이재학의 초구 119km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의 솔로 아치를 그렸다. 김기연의 데뷔 첫 홈런이 나온 순간. 이어 그는 5회말에도 좌전 안타를 치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아쉽게 두산이 1-3으로 패하긴 했으나, 김기연의 활약만큼은 분명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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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이 24일 잠실 NC전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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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잠실 NC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신고한 두산 김기연. 사진=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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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은 어떻게 봤을까. 25일 NC전을 앞두고 만난 이승엽 감독은 김기연에 대해 “2차 드래프트 때 많은 기대를 하고 데려왔다. 시즌 초에는 많이 나오지 못했지만, 지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자주 경기에 나가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양)의지 몸 상태를 보면서 경기에 나가는 횟수가 많아지면 야구가 더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김기연이 24일 NC전에서) 데뷔 첫 홈런에 안타도 하나 기록을 했다. 타격에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장승현이 있었을 때는 의지가 휴식이 필요할 때 (장)승현이를 내보냈는데 지금 승현이가 완전한 모습이 아니다. 의지가 잔부상이 있다 보니 (김)기연이를 썼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리그 최고의 안방마님 양의지가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 두산 입장에서 뼈아프지만, 김기연 개인에게는 백업 포수 자리를 굳히며, 본인의 기량을 끌어올릴 기회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김기연의 성장은 두산 입장에서도 호재다.

이승엽 감독은 “(양의지가) 연습을 했지만,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라인업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를 받았다. 우리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전력에 큰 손실”이라며 “많이 아쉽지만 빨리 회복을 해서 라인업에 들어올 때까지는 기연이가 더 힘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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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백업 포수를 노리고 있는 김기연. 사진=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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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의 존재는 김기연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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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멘토인 양의지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김기연에게 큰 행운이다. 공교롭게도 양의지는 김기연의 진흥고 직속 선배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김기연이) 공격은 지금처럼 해주면 베스트다. 투수와 호흡을 잘 맞춰 경험이 더 쌓이면 (수비적인 면에서도) 좋아질 것이다. 상대 타자를 편하게 하지 않는 볼 배합을 한다면 우리 투수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의지를 보면서 많이 배울 것”이라고 전했다.

사령탑의 이런 말을 들은 것일까. 김기연은 25일 NC전에서도 유려한 포수 리드로 투수진의 쾌투를 이끌었으며, 타석에서도 4타수 1안타를 기록, 두산의 7-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선발투수로 출격해 6.2이닝 2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을 써내며 승리투수가 된 최원준은 “(김)기연이가 괜찮다고, 잘할 것이라 믿음을 줬다. 리드도 잘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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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기연은 앞으로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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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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