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인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에 반박했다.

하이브는 "주주가치와 IP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말씀드리고자 한다"라고 26일 밝혔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탈취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라며 "오히려 나를 배신한 건 하이브"라고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이브는 이후 "일일이 반박할 가치도 없다"라고 한 차례 입장을 발표했으나, 논란이 계속되자 민희진이 주장한 12가지 상황에 대해 일일이 반박에 나섰다.

'궁극적으로 하이브를 빠져나간다' 등의 대화와 메모가 '사담'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하이브는 "여러 달에 걸쳐 동일한 목적 하에 논의가 진행되어 온 기록이 대화록, 업무일지에 남아있다. 더구나 대화를 나눈 상대인 부대표는 공인회계사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하이브의 상장 업무와 다수의 M&A를 진행한 인물이자 회사의 재무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어도어의 핵심 경영진"이라며 "결코 농담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권리침해소송, 투자사, 여론전 등의 용어가 적시된 문건이 여러건 발견된 것을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부대표에게 '이건 사담 한 것으로 처리해야 해'라고 지시한 기록까지 있다"라고 주장했다.

금전적 보상이 적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본인이 연봉 20억이라고 주장했으나 2023년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가 20억 원이고 연봉, 장기 인센티브는 별도로 책정돼 있다. 하이브 본사 및 한국 자회사 구성원 가운데 압도적인 연봉순위 1위"라며 "그런데도 회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액수를 다시 제시하며 대화를 파국으로 이끌었다. 당사는 이런 과정이 경영권 독립의 명분쌓기라고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등 하이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하이브가 바로 감사를 시작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22일 오전 10시 1분 A4 6장짜리 분량의 상세한 답변을 보냈다. 민희진이 발송 당일 낮 12시에 답변을 읽은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입장문에서도 기자회견에서도 답이 안 왔다고 반복 주장하고 있다"라며 "중대 비위 사안에 대한 감사 일정을 사전 고지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노트북 등 정보자산 반납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는 주장은 "유선전화, 이메일, 휴대전화 메시지 등으로 수차례 연락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부대표를 통해 '민 대표가 바빠서 못하고 있다'는 답을 받았다. 고지도 없이 언론을 통해 정보자산 반납을 알게 되었고, 이를 언론플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민희진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하이브가 자신이 프로듀싱하는 걸그룹을 하이브의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X아치"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관해서는 "자극적이지만 사실이 아닌 주장"이라며 "뉴진스가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이 되지 못한 건 하이브가 약속을 안지켜서가 아니다. 민 대표는 당시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팀을 만들 수 있기를 요청하면서, 본인의 별도 레이블에서 데뷔시키겠다고 강력히 주장했다"라고 했다.

이어 "하이브는 민 대표의 의견을 존중하여 쏘스뮤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 멤버들을 어도어로 이관시키고, 160억원이라는 거액의 자금까지 지원하며 민 대표가 원하는 방식으로 뉴진스를 데뷔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를 분할하고 계약들을 이전하느라 뉴진스의 데뷔 일정은 하이브의 의도와 무관하게 지연될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민희진이 "모두를 조급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2022년 3월 24일 공개된 한 인터뷰에서도 직접 언급했다고도 지적했다.

뉴진스를 홀대했다는 주장, 뉴진스를 이용해 르세라핌을 홍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여러 조항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이브는 "두 팀의 데뷔 시점이 연달아 이어져 서로 충분히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최소 일정기간 홍보기간을 설정하기로 한 것"이라며 "어도어의 데뷔 팀을 '신인으로만 구성된 팀'이라고 하면 사쿠라가 쏘스뮤직에 합류한다는 사실, 뉴진스 멤버 구성에 대한 정보도 함께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조직은 뉴진스 PR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1년간 뉴진스로만 273건만 보도자료를 작성, 배포했다"라고 했다. 방탄소년단 등 8개 팀이 활동한 빅히트뮤직의 659건, 세븐틴 등 4개 팀이 활동한 플레디스 365건과 비교해 단 1팀만 활동한 뉴진스와 어도어의 PR이 소홀하다고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노예 계약'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민희진은 "하이브와 이상한 계약을 맺었다"라고 주주간 계약을 언급하며 "노예계약이라 재협상을 논의하고 있었다. 영원히 노예일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민희진은 퇴사 후 특정 기간 동안 경쟁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업금지' 조항, 하이브 동의 없이는 매각할 수 없는 풋옵션 중 5% 등에 대해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경업금지는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뒤 동일한 업종에서 창업함으로써 부당한 경쟁상황을 막기 위해 매수자 측이 요구하는 조항이다. 어느 업종에서나 흔히 있는 조항"이라며 "영원히 묶어놨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본인이 '가만 있어도 1000억 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큰 금액을 보장 받고, 내후년이면 현금화 및 창업이 가능한 조건은 절대 노예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민 대표가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서상의 매각 관련 조항의 경우 두 조항의 우선 여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었고 ’해석이 모호하다면 모호한 조항을 해소하여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정한다’는 답변을 지난해 12월에 이미 보냈다. 민 대표는 '돈에는 관심없다'고 했지만 논의를 촉발한 핵심 쟁점은 보상의 규모였다"라고 주장했다.

뉴진스의 컴백을 코 앞에 두고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꺼낸 것에 대해 하이브는 "뉴진스의 컴백에 즈음해 메일로 회사를 공격하기 시작한 쪽은 민 대표 측이다.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는 4월부터 여론전을 준비하라는 민 대표의 지시가 적힌 기록도 있고, 노이즈를 만들어 회사를 괴롭힌다는 기록도 있다. 이 시기에 회사를 압박하면 억지에 가까운 보상 요구안을 회사가 받아들여 줄 것으로 생각한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정작 아티스트(뉴진스)를 볼모로 회사를 협박하고 있는 쪽은 민 대표다. 보상안이 받아들여지면 좋고, 받아주지 않으면 관계를 끝낼 빌미로 삼으려하고 있다"라며 "당사는 수년간 민 대표의 반복되는 요구를 수용하고 타협해 왔으나, 이번엔 이러한 요구가 경영권 탈취를 위한 소위 ‘빌드업’ 과정이라는 걸 알게됐고, 시기와 상관없이 멀티레이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감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경영권 탈취 등 주요 쟁점을 두고 하이브와 민희진의 입장은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양측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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