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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민희진, '욕설 난무한 격정의 2시간' 기자회견으로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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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 25일 긴급 기자회견서 2시간 걸친 '열변'
정제 안 된 욕설·눈물·독설, '솔직함'으로 비춰지며 밈까지 탄생
한국일보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박시몬 기자 sim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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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여파가 여전히 뜨겁다. 이 가운데 민 대표를 향한 거센 비판 여론이 어쩐지 새 국면을 맞은 모양새다. 날 것의 욕설과 하이브 저격, 눈물이 난무했던 격정의 2시간은 민 대표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지난 22일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하이브의 감사 착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 대표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 등이 경영권을 탈취해 본사로부터 독립하려는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하이브 측은 민 대표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갑작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른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은 업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로 이적한 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키워내며 일명 '뉴진스 엄마'로 익히 알려져 있던 민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독립을 계획했다는 소식에 대중의 이목은 빠르게 집중됐다.

민 대표는 감사 소식이 전해진 뒤 한 차례 입장문을 통해 자신을 향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이후 하이브가 중간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정황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민 대표 및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에서 독립하기 위한 계획이 담겼다는 '프로젝트 1945' 문건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데다, 하이브 측에서 경영권 탈취를 논의한 정황이 담긴 민 대표와 경영진의 메신저 내용 일부까지 공개하며 민 대표를 향한 비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가운데 민 대표가 꺼낸 카드는 '긴급 기자회견'이었다.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직접 취재진 앞에 선 민 대표는 "경영권 탈취를 실행하거나 계획한 적이 없다"라고 자신에 대한 의혹 일체를 전면 반박했다. 이와 함께 그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박지원 하이브 CEO 등과 나눈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며 자신이 하이브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하이브 경영진을 직접적으로 저격했다. 특히 민 대표는 이 과정에서 '시XXX' '병X' 등의 욕설을 쏟아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면 뉴진스 멤버들을 언급하면서는 수차례 눈물을 보였다.

분노와 슬픔, 폭로와 해명이 쉴틈 없이 이어진 2시간의 기자회견은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그 속에서 일련의 변화도 포착됐다. 앞서 하이브 측으로 기울어졌던 민심이 민 대표에 대한 공감, 옹호론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수의 언론사에서 생중계됐던 기자회견을 본 네티즌들 중 상당수는 민 대표에 대한 하이브의 부당한 행태에 공감하며 '민 대표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같은 공감 여론에는 민 대표가 보여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민 대표의 신랄한 욕설과 거침 없는 저격에 '시원함을 느꼈다'라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을 '회사원과 대기업 갈등'에 투영해 바라보며 공감을 표했다. 또 일부 K팝 팬들은 거대 기업으로 여겨지던 하이브의 부조리함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 반색하며 민 대표의 반격을 긍정적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뉴진스를 사태에 끌어들인다고 반기를 들었던 뉴진스의 팬들 중 상당수도 뉴진스를 거론하며 눈물을 흘리고 애틋함을 강조한 민 대표의 태도에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대중에게 생중계 되고 있는 기자회견에서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전무후무한 기자회견이라는 점이 화제를 모으면서 어떤 이들은 민 대표의 발언과 태도를 밈(Meme: 유행 요소를 이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대기업의 횡포를 상대로 한 당당함' '거침 없는 솔직함'으로 포장된 민 대표에 대한 공감 여론이 커지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민 대표 역시 숨을 돌릴 구멍을 찾게 됐다. 하이브와의 법적 분쟁을 차치하더라도 자신에게 등을 돌린 여론을 어느 정도 붙잡았다는 점에서 민 대표에게 이번 기자회견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태도가 부적절했으며, 감정 호소를 제외하면 정작 자신이 받고 있는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하이브 역시 26일 재차 입장문을 발표하고 민 대표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한 바, 여론 역시 쉴 새 없이 요동치고 있다.

하이브와 민희진의 싸움은 이제 법정 다툼 뿐만 아니라 치열한 '여론전'으로 번졌다. 계속되는 '반박, 또 반박' 흐름에 대중 역시 주목하고 있다. 과연, 팽팽한 양측의 입장 대립 속 진실은 무엇일지. 그리고 결국 마주한 여론전의 결과는 어떻게 흘러갈 지, 이목이 집중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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