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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신태용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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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한국 선수단 찾아 위로

신태용(54) 인도네시아 감독 하면 ‘카잔의 기적’이 떠오른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카잔에서 열린 조별 리그 3차전에서 우승 후보 독일을 2대0으로 물리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6년이 흐른 후 그는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이변을 창출했다. 그런데 이번엔 한국이 제물이다. FIFA 랭킹 134위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조국 한국(23위)을 잡아냈다.

인도네시아는 이제 성인 대표팀이 나섰던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첫 올림픽 출전을 겨냥한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분명히 결승까지 갈 테니 따라오라고 했고, 선수들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임했던 것이 4강으로 간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5000여 인도네시아 팬은 “씬따이용(신태용)”을 연호했다. 그래도 조국의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막아섰기 때문에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신 감독은 “행복하지만 마음 한편으로 착잡하고 힘들다”고 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한국 선수단을 찾아와 악수를 건네며 위로했다.

신 감독은 과거 한국 축구가 필요할 때마다 ‘소방수’로 등장한 인물이었다.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치며 2016 리우 올림픽(8강), 2017 한국 U-20 월드컵(16강)을 이끌었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자 월드컵을 1년여 남겨 놓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러시아 월드컵에 나섰다. 그런 신 감독 꿈은 언젠가 한국 대표팀을 다시 맡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인도네시아가 그를 놓아줄 것 같진 않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 회장은 “우리는 2027년까지 대표팀에서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했다. 신 감독은 “계약 연장을 할 것 같다. 일단 파리 올림픽 본선과 월드컵 3차 예선 진출을 이루고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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