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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팬들 뒷목 잡게한 축구協 ‘3차례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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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독단적 감독 결정 ② 미숙한 행정 ③ 내 편 감싸기

조선일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월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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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자 화살이 대한축구협회로 향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쾌거를 이룬 지 1년 반 만에 한국 축구가 잇따른 실패로 자존심을 구기자, 원인이 무책임한 협회 행정에 있다고 본 것이다.

우선 벤투 후임 선정 과정부터 잡음이 불거졌다. 현역 시절 선수로는 성공했으나 감독으로 지도력에는 의문이 제기됐던 위르겐 클린스만을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는데, 충분한 내부 논의 과정 없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독단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은 재택근무 논란과 무(無)전술, 선수단 관리 실패 등 후유증만 남기고 1년도 안 돼 경질됐다.

그 뒤로도 협회 오판은 이어졌다. 클린스만이 떠나고 공석이던 감독 자리에 U-23 대표팀 황선홍 감독을 임시로 앉힌 것. 이 때문에 U-23 대표팀은 전력을 점검하고 전술을 완성할 기회였던 지난달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챔피언십 대회를 감독 없이 치렀다. 우승을 하면서 성과는 거뒀으나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이번 U-23 아시안컵을 충실히 대비했는지 의문 부호가 따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 리그 3경기를 모두 이겨 외형은 만족스러웠으나 내용은 미흡했다. 단조로운 전술로 일관하면서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강한 상대를 만나는 구조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마지막 담금질을 할 시기 황 감독이 ‘외도’하도록 방치한 협회가 책임을 느껴야 할 지점이다. 결국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히면서 이런 준비 과정에서 전력투구하지 않은 점이 도마에 오르는 분위기다. 황 감독은 내심 이번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손에 들고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 감독 자리까지 노렸으나 물거품이 될 처지다.

그동안에도 협회는 미숙한 행정으로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올해 6월 예정됐던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이 늦어지면서 각급 대표팀 소집 때마다 훈련장을 찾기 바쁘다. 지난해 3월엔 과거 승부 조작에 가담했던 축구인들을 기습 사면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전면 철회했다. 축구계에선 정몽규 회장 3선 체제가 시작된 2021년부터 협회 기류가 이상해졌다고 지적한다. 취임 직후 정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고치고 비판적 인사를 내보내고 측근을 대거 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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