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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마약 투약 인정' 오재원 자멸의 길 걷다…야구계도 경각심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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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때 국가대표 2루수, 두산 베어스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오재원(39)이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오재원이 처음 나선 법정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재원의 변호인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한대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오재원의 첫 공판에서 "보복목적 폭행·협박 혐의는 부인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자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보복 폭행·협박 행위를 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재원은 녹색 수의 차림으로 구치감에서 나왔다. 재판부가 오재원에게 "내용이 맞냐"고 묻자 오재원은 "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1일 오재원의 폭행·협박 피해자로 공소장에 명시된 A씨에 대해 증인 신문을 할 예정이다. A씨는 오재원과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공범이기도 하다.

오재원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A씨와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대리 처방 혐의는 프로야구 현역 선수들과도 연관이 있다. 오재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산 혐의도 받고 있다.

오재원이 두산 시절 후배 8명에게 대리 처방을 강요한 사실은 지난달 22일 처음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두산 관계자는 "구단은 자체조사를 통해 선수 8명이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구단은 조사 내용을 정리해 이달 초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면제 대리 처방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스틸녹스정에 포함된 졸피뎀은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환자의 의식이 없을 때, 환자의 거동이 불편할 때, 병이 지속되어 동일한 처방이 장기화될 때, 교정시설 수용자 정신질환자 치매노인 등 사회적 거동이 곤란할 때와 같은 경우 가족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자에게만 대리 처방이 허용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특수한 관계인 점을 참작할 수는 있다. 오재원은 팀 내에서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 후배 선수 8명에게 폭력과 폭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대리 처방을 강요했다. 오재원은 선수단에서 장기간 주장을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1군 주전급 베테랑 선수가 아니면 후배 선수가 오재원의 뜻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선수로 팀 내 입지가 불안한 선수일수록 오재원과 같은 베테랑의 강요를 거절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다. 오재원의 협박에 대리 처방에 응한 선수들은 1.5군 또는 2군 선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재원에게 대리 처방받은 수면제를 전달한 선수 8명이 추후 어떤 징계를 받을지가 관심사다. KBO는 현재 두산 구단의 자체 조사 결과만 받은 상황이다. KBO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기에 경찰 조사 결과를 먼저 기다리려 한다. 선수 8명은 수사 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고, KBO는 수사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8명 모두 징계가 확정된다면 시즌 도중 한꺼번에 이탈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수사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선수들은 출전이 제한되거나 별다른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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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선수 8명은 '저항할 수 없는 폭력' 그리고 '방어할 방법 없는 협박'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 변호사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은 후배 선수들이 오재원의 강제에 대항할 수 없는 정도여야 한다. 폭력이 물리적인 폭력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재원으로부터 받은 폭력을 제거하거나 대항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 있더라도 그것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경우도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은 선수 자신이나 선수의 친족에게 위해를 가한다고 협박했을 때 이를 저지하거나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리처방을 받아주는 것만이 위해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어야 한다. 단순히 선배의 지시만으로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선수들에게 커다란 불안감을 조성해 의사를 결정하거나 행동할 자유를 침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오재원의 대리처방 지시가 강요된 행위로 인정된다면 "형사적으로 처벌이 되지 않는다. '책임조각사유'라고 한다. 수사기관에서 강요된 행위가 인정된다면 불기소 처분이 이루어지지만 '혐의없음' 처분은 아니다. 이와 조금 다르게 '죄 안 됨' 처분이 이루어진다. 처분 결과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선수별로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두산 선수 8명은 이제 경찰조사 일정을 잡는 단계에 있다.

오재원은 개인의 몰락에 그치지 않고, 대리처방 지시로 후배 8명까지 끌어들여 야구계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현장을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에 선수들이 연루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길 당부하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우선 안타깝다. 야구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 안타깝다. 야구계 선배들의 잘못이다. 후배들이 이런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선배로서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프로야구선수협회장(LG 트윈스)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이 더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은, 선배의 강압에 의해 후배들이 옳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이다. 많이 변화하고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위계질서라는 말 아래 선배가 후배를 존중하지 않고 선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그러한 문화가 없어지도록 더 많이 변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는 해서도, 받아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배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한 요구를 받았다면 명백하게 선배의 잘못이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거절하기 힘들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 선수협회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다. 협회가 우선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또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여러 가지 형태의 불법적인 행위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프로선수인 우리에게는 이러한 것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유혹에 노출되었다면 부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떠올려 주면 좋겠다. 한순간에 자신이 쌓은 커리어가, 자신의 꿈이 무너질 수 있다. 개인의 일탈이 혼자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유혹을 뿌리치기 바란다. 혼자서 뿌리치기 어렵다면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라. 선수협회가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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