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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정후 떠나자 등장한 '불가사의'…세계적으로도 드문 '김도영의 4월'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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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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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야구수다>와 다른 매체들을 통해, 이정후가 대단히 독특한 유형의 선수라고 여러 차례 소개했다. 이정후처럼 콘택트 능력과 장타력을 둘 다 최고 수준으로 장착한다는 건 마치 '세모난 네모', '짠맛 딸기' 같은 '형용모순'이라는 거다. 스포츠의 사례로 비유하자면 '세계적인 높이뛰기 선수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역도선수', 혹은 '최고의 스프린터인데 세계적인 마라토너' 같은 '불가사의'라는 거다.

이정후가 떠난 뒤, 한국 야구에 또 다른 '형용모순'이 등장했다. 지금의 김도영처럼 '현역 최고 수준의 스피드와 홈런 파워를 동시에 갖춘 선수'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손가락 인대가 파열된 김도영은 올 시즌 초반을 뛰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내내 실전 타격을 하지 못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해 개막전에 출전했다. 아무리 야구 천재라도 완전치 않은 실전 감각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웠다. 3월 7경기에서 타율 0.154, 28타석에서 삼진만 10개를 당하는 부진을 보였다. 도루와 홈런은 한 개도 없었다.

그리고 4월이 되자, 김도영은 우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활약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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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은 4월 2일에 시즌 첫 도루, 4월 5일에 시즌 첫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활약을 이어가 지난 4월 25일, KBO리그 사상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4월 25일까지, 단 24경기 사이에 10홈런과 14도루를 기록했다. '24경기 동안 10홈런-14도루'는 KBO리그에는 당연히 전례가 없고, 메이저리그에서도 1987년, 당대 최고의 호타준족 스타 에릭 데이비스(신시내티)가 딱 한 번 보여준 '미친 페이스'다. 그렇게 김도영은 홈런과 도루 모두, '4월 1위'가 됐다. '월간 홈런-도루 동반 1위'를 차지한 경우가 김도영이 처음인 건 아니다. 하지만 '김도영 스타일의 동반 1위'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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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달성한 김도영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는 이범호 KIA 감독.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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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이 계보를 잇는 '호타준족형 타자'의 대표 주자인 이종범이 3차례, 박재홍이 1차례 '월간 홈런-도루 동반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특히 이종범이 국내 타자의 역대 최고 시즌을 만든 1994년 5월에 기록한 '7홈런-22도루'는 지금 봐도 믿기 힘든 대활약이다. 하지만 위대한 두 선배도 김도영 같은 장타력은 갖고 있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위 표에 나온 시즌에 '홈런왕 경쟁'과는 거리가 있었다.

김도영은 다르다. 김도영의 올 시즌 타구 평균 속도는 시속 140.7km. 지난해(137.9km)보다 3km 가까이 빨라져 리그 타구 속도 '톱 10'에 진입했다. 즉, 리그에서 가장 강한 타구를 날리는 타자들 중 한 명이 됐다. 또한 타구의 평균 발사각도 지난해보다 2도 정도 높아져 20도를 넘어섰다. 잘 맞은 타구는 발사각이 높아질수록 장타가 될 확률이 올라간다. 즉, 김도영의 장타, 홈런 생산력은 지난해보다 꽤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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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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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에서 몇 차례 설명한 것처럼, 타구의 속도와 발사각 등 타구 데이터는 '가장 적은 표본 크기'로도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기록이다. 세이버메트릭스계의 연구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는 '타구 70개'면 속도와 발사각이 '안정화'된다. 즉, 의미를 갖는다. KBO리그에서 타구 관련 정보가 안정화되기에 필요한 표본 크기는 진지하게 연구된 적이 없지만, 몇몇 지표를 보면 역시 꽤 적은 표본 크기로도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를 들어, 타자들이 지난해 4월까지 기록한 평균 타구 속도와, 시즌 최종 평균 타구 속도와의 상관계수는 0.83에 달했다. 통계학에서는 이 정도면 '엄청나게 관련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즉, 김도영이 4월에 보여준 '타구질 향상'은 우연이나 행운이 아닌, '실력 향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부상이나 체력 급저하 같은 돌발변수가 없다면, 시즌 끝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더 인상적인 건, 김도영의 장타력 향상이 콘택트 능력을 희생해 얻은 결과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타자들의 장타력이 향상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1.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20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신체 성장에 따른 파워 증가
2. 콘택트보다 장타를 추구하는 스윙 변화


김도영은 전형적인 1번 사례로 보인다. 만약 김도영이 콘택트를 포기하고 '한 방을 노리는 큰 스윙'만 하고 있다면, 삼진이 늘어야 한다. 하지만 김도영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4월에, 115타석에 들어서 삼진을 17번만 당했다. 삼진 비율이 전체 타석의 14.7%. 지난 시즌 삼진 비율 16.1%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즉, 김도영은 콘택트와 장타력을 동시에 향상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장타력만 높아진 게 아니라, 타자로서 전체적 기량이 올라선 것이다.

이 모든 걸 종합하면? 김도영은 올 시즌 '홈런왕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김도영은 우리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도루 능력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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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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