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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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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같았던 류현진의 100승 후일담…"5월부턴 다시 달려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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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4월은 끝났습니다. 5월부터 다시 달려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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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대전 SSG전에서 KBO리그 통산 100승을 올린 류현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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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은 지난 30일 대전 SSG 랜더스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1년간 뛰다 올해 한화로 복귀한 그는 이날 6이닝 7피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해 KBO리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한화의 후배 선수들은 류현진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얼굴에 케이크를 묻히면서 축제 같은 하룻밤을 만끽했다. 올해 입단한 19세 막내 황준서까지 합세한 '집안 잔치'였다. 류현진은 연신 도망 다니며 "하지 마!"를 외쳤지만,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동료들에게 그런 세리머니를 처음 받아봐서 정말 기분 좋았다. 경기 후 관중석으로 올라가 단상 인터뷰도 처음 해봤는데, 역시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지닌 투수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98승(52패)을 거두고 MLB로 떠났다. 올해 큰 기대 속에 복귀했지만, 시즌 첫 6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3월 23일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3과 3분의 2이닝 5실점(2자책점)으로 부진했고, 지난달 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4와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 9개를 맞고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실점(9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수원 KT전에서도 5이닝 7실점(5자책점)으로 흔들렸다. KBO리그가 올해 처음 도입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에 적응하느라 시행착오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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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대전 SSG전에서 KBO리그 통산 100승을 올린 뒤 후배들의 축하 물 세례를 받는 류현진(앞 왼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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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결국 4월의 마지막 날, 복귀 7번째 경기에서 어렵게 통산 100승째를 채웠다.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이던 2021년 8월 22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 이후 2년 8개월 만에 100구 넘게(103개) 던지는 투지가 빛났다. 등판 이틀 전부터 그를 괴롭힌 감기도 이날의 호투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류현진은 "박승민 투수코치께서 '다른 투수도 (ABS 판정에) 내색하지 않고 던지는데, 네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돌이켜 보면 내가 너무 신경을 쓰면서 볼넷을 내주고 어려운 경기가 많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최대한 내 투구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올 시즌 남은 등판에서도 계속 이 경기만큼만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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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루홈런과 호수비로 100승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한 노시환(오른쪽)에게 경기 후 직접 소고기를 먹여주는 류현진. 사진 류현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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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100승 경기에는 흥미로운 승부가 많았다. 과거 '천적'이었던 SSG 최정과 12년 만에 다시 맞붙어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SSG 추신수와는 MLB 시절 이후 처음으로 대결해 3타수 2안타(2루타 1개)로 밀렸다.

류현진은 "솔직히 최정 선수는 의식을 많이 했다. 첫 타석에선 일부러 미국 가기 전엔 안 던지던 컷패스트볼(커터) 위주로 던졌다. 그런데 초구 이후에는 잘 참더라"며 "이제 다음 경기부터는 또 어떻게 대결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또 "신수 형에게도 신경 써서 승부했고, 던질 수 있는 공을 다 던졌다. 하지만 형이 두 번째 안타 때 2루까지 뛸 줄은 몰랐다"며 "나이도 있는데 부상을 조심하셔야 하지 않나. 무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농담해 폭소를 안겼다.

첫 승을 도운 후배에게는 보답도 확실히 했다. 이날 역전 결승 만루홈런과 호수비로 100승을 지원사격한 내야수 노시환과 류현진 100승 축하 케이크를 특별 제작해 온 투수 장민재는 경기 후 고깃집에서 류현진이 쏘는 한우를 마음껏 먹었다. 류현진은 "가족들과 식사하러 가는데 시환이도 가고 싶다고 하길래 흔쾌히 오라고 했다.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어주는 장면을 한 번 연출했고, 그 다음엔 시환이가 직접 아주 많이 먹었다. 민재가 선물한 케이크도 참 잘 만들었더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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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100승 축하 케이크를 준비한 장민재(오른쪽)와 경기 후 식사를 함께한 류현진. 사진 류현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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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과제 하나를 해치운 류현진은 이제 다시 한화의 재도약에 앞장설 생각이다. 그에게 이달의 목표를 묻자 "4월에 까먹은 패 수를 다시 채우는 것"이라고 했다. 한화는 지난 3월 7승 1패로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4월 성적은 6승 17패로 승패 마진이 -11에 달했다. 팀 순위도 8위까지 처졌다.

류현진은 "이제 안 좋았던 4월은 끝났으니, 5월부터 또 열심히 달려나가야 한다. 팀의 목표가 우선이고, 개인적으로는 그냥 매 경기 선발 투수 역할을 잘해내려고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미 통산 200승은 빨리하고 싶다"고 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100승 55패, MLB에서 통산 78승 48패를 각각 기록했다. 통산 성적은 178승 103패다. 앞으로 22승을 추가하면 프로 통산 200승 고지에 올라선다.

대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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