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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김민재 세우고 '인민재판'…감독-회장 이구동성 "KIM 잘못" 합창→선수 보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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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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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선수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구단과 언론이 십자포화를 퍼붓는 게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인가에 대하선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김민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민재가 레알 마드리드전 뒤 사령탑인 토마스 투헬 감독의 공개 저격은 물론 라커룸에서도 팀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수모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큰 실수 두 번을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인민재판하듯이 김민재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분위기가 과연 독일 최고 명문이자 유럽 굴지의 빅클럽 다운 모습인지는 물음표가 남는다.

독일 매체 'T-온라인'은 2일(한국시간) "김민재는 자신의 설명할 수 없는 과실에 대해 가장 신경쓰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사과했다"라고 보도했다.

김민재는 지난 1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의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김민재는 지난 2월 라치오(이탈리아)와의 16강 1차전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선발 출전했다. 지난 16강 2차전과 아스널과의 8강 1, 2차전 모두 벤치를 지켰다. 아스널과의 2차전에서만 후반 레프트백으로 교체투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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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들어 주전을 확보한 센터백 마테이스 더리흐트, 백업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의 동반 부상이 김민재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김민재는 에릭 다이어와 함께 선발 센터백 듀오로 출전했다. 하지만 레알전은 김민재 입장에서 잊고 싶은 하루가 됐다.

뮌헨은 전반 24분 브라질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선제골을 내줬는데, 김민재의 치명적인 판단 미스가 실점을 불렀다. 중원에서 레알의 독일 국가대표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패스 줄 곳을 찾고 있었고, 전방에 위치에 있던 비니시우스가 공을 받기 위해 밑으로 내려가자 김민재도 같이 따라갔다. 김민재의 움직임을 확인한 비니시우스는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해 김민재가 비운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크로스도 이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패스를 연결했다.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와 일대일 기회를 잡은 비니시우스가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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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은 후반 8분 레로이 자네의 동점골로 경기 균형을 맞췄다. 이후 후반 12분 자말 무시알라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해리 케인이 성공시키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김민재도 실수에 대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동점포와 역전포가 4분 간격으로 터졌다.

그러나 역전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이가 다름 아닌 김민재였다. 후반 36분 김민재는 비니시우스의 패스를 받은 브라질 공격수 호드리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손을 써서 넘어뜨렸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함과 동시에 김민재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비니시우스가 깔끔하게 성공시켜 2-2를 만들었다.

경기가 2-2 무승부로 끝나면서 두 팀은 오는 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결승 티켓을 놓고 마지막 90분을 다투게 됐다.

뮌헨이 다 이긴 경기를 놓쳤기 때문에 김민재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각종 매체들은 김민재에게 팀 내 최저 평점을 줬다. 독일 유력지 '빌트'과 '키커'는 나란히 최저 평점 6점을 주면서 김민재를 가리켜 대놓고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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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비판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승패를 논하는 것에 있어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독일 언론이 평소에도 김민재에게 건강한 시각을 유지하진 못했으나 이번 만큼은 독일 언론의 화살을 김민재가 피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를 선발로 쓰고 전술을 짰던 감독, 그리고 그의 영입에 노력을 기울인 구단 회장이 안 그래도 힘든 선수의 마음을 달래지는 못할 망정 인민재판 세우듯이 김민재를 몰아세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투헬 감독은 경기 후 "김민재는 두 번이나 너무 욕심이 많았다.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비니시우스를 상대로 너무 빨리 움직이다 크로스의 패스에 잡혔다. 너무 예상 가능한 수비였고 공격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실점 상황에서도 안타깝지만 또 실수를 했다. 우리 선수가 5명, 레알 선수가 2명이었고 호드리구 상대로 공격적인 수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라며 "다이어가 도와주려고 하는 순간 김민재가 호드리구를 넘어 뜨렸다"라며 성급한 수비를 지적했다.

헤르베르트 하이너 뮌헨 회장도 김민재를 두고 날을 세웠다. 그는 "가끔은 그가 좀 더 차분하고 신중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오려고 애쓰다가 속도를 늦추지 말고 그냥 상대 뒤에 섰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민재도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테랑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에 따르면 김민재는 경기 뒤 라커룸에서 팀원들에게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T-온라인'에 따르면 경기가 끝난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갈 때 대한민국 취재진을 만났으나 한국어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출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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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장이자 월드클래스 골키퍼인 노이어 만큼은 누구보다가 실망했을 김민재를 위로했다. 그는 "우린 이미 김민재와 이야기를 나눴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그게 축구의 일부"라며 "김민재는 아주 좋은 플레이를 펼쳤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100%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라며 실의에 빠진 동료를 격려했다.

이미 독일 언론은 김민재가 이번 시즌 최대 5차례 남은 뮌헨 공식전에서 출전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키커'는 뮌헨 다음 경기인 슈투트가르트전 예상 라인업을 알리면서 센터백에 김민재 대신 다이어와 4옵션 수비수인 우파메카노를 올려놨다. 우파메카노는 부상에서 돌아와 다시 몸을 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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