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바이에른 뮌헨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김민재가 친정팀의 관심에도 잔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뮌헨 소식을 주로 전하는 독일 매체 '바이에른 & 독일'은 3일(한국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폴리는 임대 가능성이 있는 김민재를 다시 클럽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적은 김민재에게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뮌헨에 입단한 김민재는 2023-24시즌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성공적인 영입 중 하나였다. 뮌헨 유니폼을 입자마자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기 때 맹활약하던 김민재는 후반기에 위기를 맞이했다. 1월 겨울 이적시장 때 잉글랜드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합류한 이후 뮌헨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이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리흐트를 주전 센터백 조합으로 내세우면서 김민재는 벤치 멤버로 전락했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던 김민재는 간간히 경기에 나오면서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기 위해 분투했는데, 최근 최악의 하루를 보내면서 뮌헨 내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김민재는 지난 1일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때 선발로 출전했다. 김민재가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레알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졌는데, 김민재는 이날 뮌헨의 승리를 막은 원흉으로 지목됐다.

뮌헨은 전반 24분 브라질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선제골을 내줬는데, 김민재의 판단 미스가 실점의 원인이 됐다. 중원에서 레알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패스 줄 곳을 찾고 있었고, 전방에 위치에 있던 비니시우스가 공을 받기 위해 밑으로 내려가자 김민재도 같이 따라갔다. 이때 감민재가 올라온 걸 확인한 비니시우스는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해 김민재가 비운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크로스도 이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패스를 연결했다. 일대일 기회를 잡은 비니시우스가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민재의 아쉬운 판단으로 선제골을 내준 뮌헨은 전반전을 0-1로 마쳤지만 후반 8분 레로이 자네의 동점골로 경기 균형을 맞췄다. 이후 후반 12분 자말 무시알라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해리 케인이 성공시키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뮌헨이 리드를 잡은 가운데 김민재가 또다시 성급한 판단으로 두 번째 실점의 원인이 됐다. 후반 36분 김민재는 비니시우스의 패스를 받은 브라질 공격수 호드리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손을 써서 넘어뜨렸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함과 동시에 김민재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비니시우스가 깔끔하게 성공시켜 2-2를 만들었다.

결국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나면서 1차전에서 승자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2차전에서 결승행 진출팀을 결정하게 됐다. 준결승 2차전은 오는 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다.

경기가 끝난 후 김민재를 향해 온갖 질타가 쏟아졌다. 각종 매체들은 김민재에게 이날 양 팀 통틀어 최저 평점을 줬고, 수많은 팬들과 축구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김민재를 비판했다.



투헬 감독도 김민재에게 쓴소리를 날렸다. 경기 후 그는 "김민재는 두 번이나 너무 욕심이 많았다"라며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비니시우스를 상대로 너무 빨리 움직이다 크로스의 패스에 잡혔다. 너무 예상 가능한 수비였고 공격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실점 상황에서도 안타깝지만 또 실수를 했다. 5 대 2로 우리가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호드리구 상대로 공격적인 수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라며 "다이어가 도와주려고 하는 순간 김민재가 호드리구를 넘어 뜨렸다"라며 성급한 수비를 지적했다.

헤르베르트 하이너 뮌헨 회장도 김민재에 관한 질문을 받자 "가끔은 그가 좀 더 차분하고 신중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오려고 애쓰다가 속도를 늦추지 말고 그냥 상대 뒤에 섰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김민재가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면서 일각에선 그가 다음 시즌에도 계속 뮌헨에서 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때 김민재 입지가 위태로워지자 김민재가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등극하는데 도움을 준 나폴리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민재는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나폴리에서 1년 뛰었을 뿐이지만 구단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팀에 합류하자마자 핵심 수비수로 거듭나며 나폴리가 33년 만에 세리에A 정상을 차지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세리에A 사무국도 김민재 활약상을 인정해 그를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했다.

김민재가 명실상부 유럽 최고의 수비수로 등극하자 세계 최고의 클럽들이 영입 레이스를 펼쳤고, 최종 승자는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뮌헨이었다. 뮌헨은 나폴리에 김민재 바이아웃 5000만 유로(약 726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고, 김민재는 분데스리가 무대에 발을 내밀었다.

김민재가 뮌헨으로 떠난 후 나폴리는 김민재 공백을 절실하게 느꼈다. 지난 시즌 챔피언 나폴리는 올시즌 부진에 빠지면서 현재 리그 9위에 위치 중이다. 시즌 중 감독 교체만 2번을 했지만 반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순위가 크게 추락한 나폴리는 다음 시즌 반등을 위해 김민재를 다시 데려오길 희망했다. 김민재가 좋은 기억이 있는 세리에A로 돌아갈지 관심이 모인 가운데 김민재는 뮌헨에 남아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바이에른 & 독일'는 "나폴리는 임대 가능성이 있는 김민재를 다시 클럽으롤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이적은 현재 김민재에게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뮌헨에서 다소 고립감을 느끼고 있어 구단의 지원과 감독 및 동료들과의 소통을 원하고 있지만 김민재는 뮌헨 잔류를 바라고 있다"라며 "김민재가 팀에 융화되기 위해선 아직 해야 할 단계들이 남아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지난 3월 독일 T-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끝가지 싸우겠다며 각오를 전한 바 있다.



그는 "난 이전에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것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단지 내가 뛰지 않은 것이 내가 완전히 길을 잃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난 항상 경기장 안팎에서 내 능력들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라며 경쟁 의지를 불태웠다.

또 "난 지금까지 정말 많은 경기들을 뛰었다. 하지만 뮌헨에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뛰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과거에 난 내가 좋지 않을 때에도 항상 경기를 뛰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내가 뛰든 뛰지 못하든, 팀과 동료들의 경기력에 따라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도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만족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난 항상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라며 현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반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