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우승 저주’에 걸린 케인, 생애 첫 유럽 통합 득점왕 등극 눈앞에 [최규섭의 청축탁축(蹴濁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은 지금 웃고 있을까, 아니면 울고 싶을까? 희비쌍곡선이 일으킨 너울 속에서, 자신도 헤아리기 힘든 감정의 파고에 휩싸인 상황이 아닐지 모르겠다. 마냥 웃을 수도, 그렇다고 줄곧 울 수만도 없는 묘한 기류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케인은 지독한 ‘우승 저주’의 사슬에 얽매여 있다. 2012-20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그라운드를 처음 밟은 이래 아직 우승의 달콤함을 맛본 적이 없다. 우승을 좇아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둥지를 옮겼으나, 그마저도 물거품처럼 스러졌다. 2012-2013시즌부터 11연패의 위업을 이루며 ‘절대 지존’으로 군림하던 바이에른 뮌헨이건만, 2023-2024시즌 일찌감치 등정의 열망을 속으로 삭여야 했다. 슈퍼 스트라이커를 질시하는 신이 안긴 천형(天刑)이런가. 케인이 감내해야 할 시련은 여전히 끝자락을 내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울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는 케인이다. 그런데 신은 애써 공평한 안배를 마련해 놓았음을 내비치려 했음일까? 케인이 이제껏 획득하지 못했던 위대한 득점왕 타이틀을 안길 듯한 모양새를 빚어내고 있다. 단순한 득점왕이 아니다. 세계 축구의 총아인 유럽의 5대 리그를 망라한 득점왕 등극을 복선으로 깔아 놓았다. 팀이 자칫 무관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고비에서, 대소를 터뜨릴 수야 없겠다. 그렇지만 미소는 지을 수 있는 묘한 형세를 맞이한 케인이다.

3전4기 끝에 유럽 5대 리그 최고 골잡이로 우뚝 확실시
분데스리가 개척의 첫걸음을 내디딘 2023-2024시즌, 케인이 내뿜는 기세는 회오리바람을 연상케 한다. 아니 그 이상이다. 태풍이라 할 만하다.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케인이 일으킨 ‘골 바람’을 능가하는 위력을 나타낸 골잡이는 아무도 없다.

분데스리가 득점왕은 이미 사실상 손안에 움켜쥐었다. 지난 3일(이하 현지 일자) 현재, 35골을 터뜨리는 무서운 기세로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3경기를 남기고 2위 세루 기라시(VfB 슈투트가르트·25골)를 무려 열 걸음씩이나 따돌리고 유유히 득점 레이스를 즐기는 모습이다. 네 번째 최고 골잡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위세를 한껏 떨치는 케인이다.

잉글랜드가 낳은 불세출의 골잡이인 케인은 EPL에서 세 차례(2015-2016, 2016-2017, 2020-2021시즌)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축구 종가(宗家)’가 배출한, 21세기 EPL을 대표하는 가장 뛰어난 골잡이다. 2020-2021시즌엔 어시스트 왕좌에까지 앉았을 만큼 발군의 플레이메이킹 능력까지 겸비한 월드 스타다.

그러나 그런 케인도 지금까지 정복하지 못한 산이 있다. 외연을 유럽 5대 리그로 넓혔을 때, 가장 높은 고지엔 오르지 못했다. 전 세계 최고 경연장으로서 뜨거운 각축이 펼쳐지는 EPL에서 으뜸 골잡이로 위명을 드날렸어도, 유럽 5대 리그 통합 득점왕은 범접할 수 없는 구름 속의 산이었다.

생애 첫 번째 득점왕(25골)의 감격을 누렸던 2015-2016시즌엔, 스페인 라리가의 바르셀로나에서 맹활약하던 루이스 수아레스(40골)에게 뒤졌다. 두 번째 영광(29골)은 당대 최고 골잡이로 위세를 떨치며 바르셀로나를 이끌던 리오넬 메시(37골)에게 막혀 다소 빛이 바랬다. 세 번째(23골)엔, 바이에른 뮌헨의 선봉장으로 위명이 높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41골)에게 가로막혀 한껏 웃을 수 없었다(표 참조).

OSEN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른 양상이다. 절치부심한 케인이 마침내 오랜 한을 씻어 낼 듯싶다. 유럽 5대 리그가 모두 종반부에 접어든 현재, 상당한 차로 추격자들을 따돌린 케인이 3전4기의 열망을 이룰 게 확실시된다.

2위를 달리는, 프랑스 리그 1의 최강 파리 생제르맹의 에이스인 킬리안 음바페(26골)과 아홉 걸음씩이나 차이가 난다. 음바페가 아무리 걸출한 골잡이라도 3경기밖에 남지 않은 제약에 묶여 뒤집기엔 벅차다.

2022-2023시즌 유럽 마당을 호령했던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도 케인의 기세에 주눅 든 모양새다. 지난 시즌 36골로 통합 득점왕에 올랐던 홀란은 이번 시즌 비록 EPL에선 선두(21골)일망정 유럽 5대 리그에선 6위에 머물고 있다.

한마디로, 내로라하는 빼어난 골잡이들 모두가 케인의 놀라운 득점 폭발에 움츠러든 꼴이다.

이뿐 아니다. 케인은 팀 득점 공헌도에서도 유럽 5대 리그 맨 윗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개인 득점이 팀 전체 득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에서, 케인은 39.3%(35/89골)를 기록해 유럽 5대 리그 득점 레이스 10걸 가운데 최고의 매임을 입증했다. 2위엔 35.7%(25/70골)의 기라시가, 3위엔 34.2%(26/76골)의 음바페가 각각 자리하고 있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케인은 확실히 최고의 시즌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썩 만족스러운 시즌만은 아니다. 팀 우승의 한을 여전히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 마지막까지 케인을 비롯한 바이에른 뮌헨의 발걸음에 시선이 꽂힌다. 바이에른 뮌헨엔 마지막 하나 남은 우승 각축장인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정 가능성이 남았다. 4강의 하나로 우승을 노릴 자격이 충분한 바이에른 뮌헨엔, 현재 진행형인 꿈이다. 물론, 케인에겐 두말할 나위 없는 우승을 향한 염원이다. 과연 영글어 가는 케인의 꿈은 무르익을 수 있을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