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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BVB-분데스리가의 영원한 레전드, 마르코 로이스를 떠나 보내며 [정승우의 분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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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마르코 로이스(35, 도르트문트)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난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3일(이하 한국시간) 팀의 '레전드' 마르코 로이스와 이별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2년 구단에 합류한 로이스는 12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아르헨티나 리베르 플레이트에서 데뷔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보카 주니어스를 거쳐 1991년 이탈리아의 AFC 피오렌티나로 이적했다. 그리고 그는 팀과 사랑에 빠졌다. 피오렌티나에서 1999년까지 331경기를뛰며 203골을 만들어 냈다. 1994년 팀이 강등됐을 당시 수많은 구애를 뿌리치고 팀에 남아 승격을 이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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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바티스투타는 2000-2001시즌을 앞두고 AS 로마로 이적했다. 팀의 재정이 악화되어 더 이상 팀에 머물 수 없게 된 것이 이유다.

로마로 떠나간 바티스투타는 친정 팀 피오렌티나와의 경기에서 결승 골을 넣고 눈물을 쏟아낸다. 다음 날 지역 신문에서는 그를 '그라운드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라고 표현했다.

현대 유럽 축구 시장은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2015-2016시즌 기준 유럽 축구 시장 규모는 246억 유로(32조 3천 5백억 원)에 달한다. 1년 동안 12.8%가 증가했고 매년 이 성장폭은 커진다.

입장권, 중계료, 기업 스폰 등 어마어마한 금액의 돈이 매 시즌 오간다. 팀의 보드진은 수익을 위해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기도, 매각하기도 한다. 선수들은 그들의 꿈과 트로피, 더 많은 급여를 위해 팀을 옮긴다. 자본주의의 시대에 선수들의 정당한 이적을 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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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와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를 마지막으로 오로지 한 팀과 그 팀의 팬들을 위해 헌신하는 로맨티시스트는 보기 힘들어졌다. 리오넬 메시가 FC 바르셀로나와의 애틋한 감동 스토리를 써냈지만, 구단의 소극적인 태도로 메시를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시켰다.

'그라운드의 로맨티시스트' 가 '원 클럽 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네 선수처럼 팀과 팬에게 보여준 사랑을 통해 감동을 준 선수를 로맨티시스트라고 칭하겠다.

아직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 중 로맨티시스트가 있을까. 여럿 남아 있지만, 첫 손에 꼽히는 선수가 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마르코 로이스다. 화려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슈팅, 적재적소에 찔러 넣는 패스, 수려한 외모에 리더십도 훌륭하다. 슈퍼스타로서 필요한 모든 걸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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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는 2012-2013시즌 도르트문트로 돌아온 뒤 수많은 이별을 경험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일카이 귄도안, 헨릭 미키타리안, 우스만 뎀벨레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제이든 산초, 엘링 홀란과 주드 벨링엄까지. 모두 우승 트로피를 위해 팀을 떠났다.

괴체와 훔멜스는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뒤 도르트문트로 복귀했다. 동료들이 팀을 떠나는 동안 로이스도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 첼시,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 등 빅 클럽과의 이적설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로이스는 늘 도르트문트에서 새 시즌을 맞이했다.

"팬들은 내가 온전치 못했던 시간을 함께 견뎌 주었다. 이제 내가 보답할 차례"라며 지난 2018년 봄 도르트문트와의 계약을 2023년으로 연장했다. 로이스가 밝힌 재계약의 단순한 이유는 "팀과 팬을 위해"였다. 로이스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증후군(코로나19)으로 재정 위기에 빠진 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50만 유로(한화 약 6억 8천만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현대 축구계에는 팀과 선수의 아름다운 이별보다 뒷맛이 좋지 않은 이적이 눈에 띈다. 프로 선수라면 해서는 안 될 '태업'을 의심받는 선수도 많았다. 팀을 떠난 뒤 머물렀던 연고지 전체를 욕한 선수도 있었다. 본인은 재계약을 원했지만, 단지 나이 때문에 팀에서 버려진 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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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와 로이스는 조용히 이별을 이야기 한 듯했다. 팬들은 불만을 표했다. 시즌 도중 로이스는 에딘 테르지치 감독과 마찰을 빚었고 이후 그의 출전 시간은 급격히 줄었다. 지난 시즌 2024년 6월까지로 다시 계약을 연장한 로이스지만, 이번엔 연장 없이 팀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선수는 팬들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프로팀은 좋은 성적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팀과 팬들에게 헌신하는 선수를 존중함으로써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실력이 출중한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가 충성심까지 있다면 돈보다 팬들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축구가 단지 돈벌이에 그치면 안 된다. 로이스에게 더 많은 응원과 찬사를 보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12년 동안 한결같이 팀을 지켜온 로이스, 그에게도 '마지막'은 다가왔다. 어린 시절 자신의 '드림팀'에 합류한 로이스는 팀을 상징하는 전설이 돼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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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는 이별을 발표한 직후 치른 경기에서도 그의 '클래스'를 뽐냈다. 로이스는 4일 도르트문트의 홈구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32라운드 FC 아우크스부르트와 맞대결에서 선발로 출전, 홀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5-1 대승을 이끌었다.

로이스는 이 경기 1골과 2어시스트 이외에 슈팅 3회, 패스 성공률 95%, 기회창출 4회, 상대 박스 내 터치 4회, 파이널 써드 지역 공 투입 3회를 기록했다. 여기에 볼 리커버리 3회, 태클 성공 1회까지 기록하면서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로이스는 그가 노란 유니폼을 입고 뛴 425번째 경기에서 169번째 골과 130번째 어시스트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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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실력을 선보이면서 팬들과 인사를 나눈 로이스다. 로이스는 경기 전인 4일 미리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서 매우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내 인생의 절반을 이 곳에서 보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어렵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매일 이 곳에서의 시간을 즐겼다. 시즌이 끝나면 작별 인사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원하는 목표가 있고 마지막 경기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로이스는 "우리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를 이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팬들 한 명 한 명의 응원이 필요하다. 오랜 세월 나를 지지해주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이른 작별 인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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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와 도르트문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한 도르트문트는 파리 생제르맹과 맞붙었던 1차전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2차전 승리를 노리는 도르트문트는 내친김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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